오는 28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닷새 남은 시점에서 이재명 후보의 사당화를 우려하는 비명계 의원들이 반발이 거세다. 이 가운데 민주당 당무위원회가 전당원 투표 조항을 마련하면서 비명계 의원들은 오는 24일 중앙위원회 연기 신청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닷새 앞두고 이재명 후보의 사당화를 우려하는 비명계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 가운데 민주당 당무위원회가 전당원 투표 조항을 마련하면서 박용진 의원, 조응천 의원 등 비명계가 오는 24일 중앙위원회 연기 신청을 예고했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재명 방탄용’ 당헌 개정 논란 중재안이 불식된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른 당헌 개정이 논란으로 떠올랐다. 최근 민주당 당무위원회가 당헌에 ‘권리당원 전원투표 우선’ 조항을 마련한 게 계기가 됐다. 해당 조항이 도입되면 권리당원 전원 투표가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된다.

앞서 민주당 당무위원회는 ‘전국의 당원을 대표하는 당의 최고 대의기관은 전국대의원회의’라고 명시된 당헌 제3장(대의기관)에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우선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안은 오는 24일 중앙위원회를 통과하면 신설된다.

이에 이재명 당 대표 후보는 사실상 찬성 입장을, 박용진 후보와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은 ‘히틀러’까지 거론하며 격렬한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2일 오후 서울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서울 당원 및 지지자 만남에서 “당원들의 생각과 당 지도부의 생각이 같을 때도 많지만 너무 다를 때가 많다. 그럴 때 논란들이 있다”며 “앞으로 민주당이 진정한 당원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당원의 당으로 바뀌어야 한다. 당원의 지위와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권리당원 전원투표 우선 조항에 찬성한 셈이다.

이어 그는 “지금 100만 명 정도인 권리당원의 규모를 200만 명까지 늘리고, 각 지역위원회에서 별도의 당원 대회도 정기적으로 열도록 지원하고 권장하려고 한다”며 “당원의 당, 국민의 정치를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후보는 앞서 다른 지지자들과의 만남이나 토론회에서 수차례 민심, 당심, 여심(여의도의 마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여의도의 마음과 당원의 마음이 다를 때가 있다”며 “특검과 탄핵 등도 당원들의 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당원들의 생각을 반영할 방안이 필요함을 역설한 셈이다.

◇ 과반수 아니라 16.7%의 과대표 우려

박용진 당 대표 후보는 당무위의 조항 신설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민주당이 민주당이 아닌 ‘개딸 정당’이 될 까봐 무섭다”며 일부 의견이 과대표 될 수 있는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권리당원 전원투표 요건은 당규상 3분의 1이 투표하고 그 중 과반이 찬성하면 안건이 성사된다. 안건 발의는 권리당원 100분의 10 이상의 서명만으로 가능하고, 중앙위원회 재적인원의 3분의 2 이상 의결로 부의한 안건에 대해서 권리당원 전원투표가 가능하다.

박 후보는 이점을 지적하며 “헌법상의 국민투표도 국민 과반의 투표 참여와 과반의 찬성으로 결정하게 돼 있다. 우리 당의 전당대회도 재적 대의원의 과반이 찬성해야 의결되는 것”이라며 “그런데 여기(전당원 투표)는 30%만 투표에 참여하면 된다. 그러니까 산술상으로는 16.7%의 강경한 목소리만 있으면 어떤 의결이든 다 가능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는 2년에 한 번 정도 열린다. 그런데 지금 온라인 투표가 가능해지니까 수시로 주요 사안에 대해서 표결을 하거나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하게 되면, 토론도 없이 찬반 투표로 모든 것이 결정나게 되는 상황이 된다”며 “한 쪽이 독식한 지도부와 결합돼 강성 목소리와 편협한 주장 때문에 당이 민심과 점점 멀어질까 우려된다. 강한 목소리를 냈지만 선거에서 폭망한 황교안의 자유한국당의 길을 민주당이 따라 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후보의 반발에 “이른바 강성당원, 적극적 의사표현층이 5만~7만명인데, 저희 당원이 120만명 정도 된다”며 “100만명 당원에게 투표를 시켰는데 4만~5만명이 주도할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박 후보 또한 “16.7%가 당 전체를 끌고 나가거나 혹은 어떤 위험한 주장을 할 수 있는 우려가 있지 않냐”며 “당 지도부가 이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거나 혹은 악용하려고 하거나 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이런 위험하고 우려가 있는 조항을 왜 아무런 숙의 절차 없이 만드느냐. 설마 그렇게 되겠냐고 하는, ‘설마’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맞받았다.

대표적인 친명계로 현재까지 최고위원 권리당원 투표 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정청래 의원은 SNS를 통해 ‘전당원 투표가 문제면, 국민투표도 문제냐’는 취지의 반박을 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국민투표대로 하자. 정청래 의원님 말씀에 100% 공감한다”며 “국민투표처럼 과반 이상이 참여하고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된다. 30%로 다 의견을 결정하자고 그러니까 문제라는 것이다. 과반 투표‧과반 찬성 오랜만에 저와 의견이 같으신 것 같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윤영찬 의원실 주최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586·친문·이재명의 민주당을 넘어 국민의 민주당으로’ 토론회에서 김종민 국회의원(오른쪽)이 발제를 하고 있다. 김종민(오른쪽부터) 의원, 박용진 당 대표 후보, 이원욱, 윤영찬 의원.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윤영찬 의원실 주최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586·친문·이재명의 민주당을 넘어 국민의 민주당으로’ 토론회에서 김종민 국회의원(오른쪽)이 발제를 하고 있다. 김종민(오른쪽부터) 의원, 박용진 당 대표 후보, 이원욱, 윤영찬 의원.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촉박한 의사일정에 의혹만 가중

조응천 의원은 급박한 일정을 문제 삼았다. 그는 본인의 SNS를 통해 “숙의를 건너뛰고 바로 ‘전당원 투표제에 대한 찬반’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충분한 토의를 거쳐 총의를 모을 수 있도록 중앙위원회 개최일자를 연기해 달라. 현장 질의와 답변, 그리고 안건 수정이 가능하도록 중앙위를 오프라인 방식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당의 최고의사결정방식을 대의원대회에서 전당원투표로 변경하는 중대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소속 국회의원인 저조차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되었을 정도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속전속결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직접민주주의는 숙의를 거치기 어렵다는 결정적 결함이 있다. 그래서 토론과 숙의가 전제되지 않는 전원투표제는 자칫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히틀러의 국민투표까지 상기시키며 “독일은 국민투표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독재자 히틀러의 국민투표제 악용 경험 때문이다. 1933년 히틀러와 나치는 독일의 국제연맹 탈퇴안을 국민투표로 통과시켰고, 1934년 신임투표 형식의 국민투표에서 승리하여 총통에 취임, 그길로 전체주의 체제로 치달은 경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 이재명 후보의 입김이 작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요즘 들어 이재명 의원은 ‘당원의 생각과 여의도의 생각이 다르다. 이는 민주당이 비민주적인 정당이란 뜻’ 등의 말을 많이 했다. 결국 권리당원 전원투표제 역시 이재명 의원의 뜻에 따라 갑자기 신설된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했다.

◇ 비명계, 중앙위에 연기‧투표 부결 요청 계획

나아가 박 후보와 해당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23일 오후 국회에서 ‘586 친문 이재명의 민주당을 넘어 국민의 민주당으로’라는 제하의 긴급토론회를 개최하고 뜻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내일 중앙위원회가 열리지만, 온라인 투표만 한다. 토론도 없고 수정안도 못 낸다”며 “그러면서 우리 의결기구가 느닷없이 바뀐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19일 당무위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진 해당 개정안이 24일 중앙위를 통해 의결되면 개정이 되는 것이라며 촉박한 시간 속에 손 쓸 방법이 없다고 개탄했다. 그는 “저는 ‘부결요청’ 하겠다”며 “중앙위원들에게 부결 요청하고 반대투표 던져서 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릴 것”이라고 호소했다.

중앙위 연기 요청을 할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적어도 연기해 달라고 하는 요구를 급하게 해서 얼마나 의원들의 뜻을 모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최대한 모아보겠다. 그런데 그냥 찬반 투표를 강행한다면 부결 요청을 드리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24일 중앙위원회와 28일 전당대회로 이어지는 일정이 연기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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