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감사원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라고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감사원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라고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정치적 표적감사’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탈원전 정책과 코로나19 백신 수급·관리까지 감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민주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감사원의 ‘감사’를 '청부감사'라며 문제시 해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 감사원이 확정한 ‘2022년도 하반기 감사운영 계획’이 발표된 후 “감사원의 선전포고라고 규정하고 전면대응하겠다. 특히 감사원의 유병호 사무총장은 용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 감사원, 하반기에 에너지‧보건 감사 예고

감사원은 하반기 계획에 대해 “최근 발전 비중이 높아진 신재생 에너지 사업의 추진 실태를 점검해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효율성을 제고하겠다. 또한 정부의 감염병 대응실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감사 실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사원은 지난 2020년 1월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대상으로 한 ‘에너지 전환 로드맵과 각종 계획 수립실태’ 감사에서 산업부의 탈원전 에너지 정책 수립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밝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감사는 전 정권을 겨냥한 ‘먼지털기 식 감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감사원은 “탈원전 에너지 정책 수립과는 관련이 없는 감사사항으로 사업비 집행의 적법성, 타당성 위주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백신 관련 감사에 대해서도 “지난 백신 수급 상황에 대한 관련자의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아니고 백신 수급 당시의 실태와 문제점, 원인 등을 살펴보고 투명하고 개선된 백신 수급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올바른 처방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실시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에 대한 감사 이후 통계청 등 전 정권을 겨냥하는 감사 때문에 민주당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감사원의 감사에 대해 "지속적으로 부당한 감사를 받고 있다"며 본인의 SNS를 통해 호소해왔다.

전 위원장은 24일에도 “드디어 감사원 컴퓨터 포렌식 조사까지 동원됐다. 먼지 한 톨이라도 찾아낼 기세”라며 “권익위 업무가 마비됐다”고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직원들이 4주째 감사에 대응하느라 사실상 업무를 제대로 할 수가 없을 지경이고 직원들 사이에 두려움이 소리 없이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익위에 대한 본감사는 당초 지난 19일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감사원이 기간을 2주 연장하면서 다음달 2일까지 진행하게 됐다. 전 위원장은 “직원이 아무리 있는 사실 그대로 답변해도 자신들이 짜놓은 각본의 원하는 답변이 아니면 감사원이 원하는 답(위원장 개입)이 나올 때까지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며칠이고 같은 형식으로 반복적으로 계속한다”고 강조했다.

뿐만아니라 최재해 감사원장은 지난달 29일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 생각한다”고 발언해 여‧야 의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후 야권에서는 최 감사원장이 감사원이라는 독립기관을 운영할 수 없다고 비판해왔다.

◇ 민주당, 법적 대응 예고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코로나가 심각한데 복지부나 질병청이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감사를 하겠다는 발상이 기가 막힌다. 정치보복 하자고 방역체계를 흔들 때냐”며 감사원의 행보를 ‘점임가경’이라고 비판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감사원의 감사 범위를 지적하며 “감사원의 감사는 주로 ‘법령을 위반한 행정행위가 있었는가, 그리고 회계 상 잘못이 있었는가’를 집중적으로 감사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언제부터 정책감사를 하면서 정책의 적절성까지 본인들이 심사하는 관행이 생겼는데, 개별 부처 정책의 최고 전문가는 개별 부처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책성 감사의 오류를 지적한 셈이다.

이어 “월권적인 감사가 그동안 진행되어 왔지만, 이것을 전면적이고 노골적으로 선언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 감사원은 법에 규정된 감사 기능만 제대로 진행하시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그대로 좌시할 수 없다”고 법률적 대응을 예고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표 후보도 감사원의 하반기 계획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감사원은 이미 ‘감사(監査)’의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지금의 감사원은 그저 대통령과 정권에 ‘감사(感謝)’할 뿐이다”며 “최재해 감사원장은 당장 정권 아첨용 감사계획을 철회하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K-방역은 부침은 있었어도 세계적으로 치명률이 낮았던, 우리 국민 다수의 생명을 지켰던 방역체계로 이미 세계의 평가가 끝난 상황이다”며 “그런데도 흠집내기 식 감사를 하겠다는 이 계획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공직자의 소극행정을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처리하겠다'는 설명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공무원이 전 정부의 지침을 지켰다는 이유도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처리’할 행위가 된다는 말”이라고 표적 감사를 의심했다.

의료인 출신인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번 감사에 특히 큰 우려를 전했다. 그는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문재인 정권에서의 코로나 대응과 연속해서 윤석열 정권에서 코로나 대응을 하고 있다”며 “이런 분들에게 감사원 감사로 행정자료 요청, 보고 요청을 하는 경우에는 지금 대응하는 코로나 업무에 집중할 수 없고 오히려 방역체계를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메르스 당시 끝나고 공무원들의 징계가 이루어졌다. 당시에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의 의사 출신 공무원들이 상당수가 떠났다”며 “소명감을 가지고 어려운 과정에서도 공무원으로 본분을 다한 분들이 결국 현장을 떠난 것은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질적 재고에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대변인은 향후 민주당의 대응 계획을 묻자 “감사원이 설립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는 업무를 진행하면 누가 감사를 해야하느냐. 결국 국회가 견제와 감시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감사원의 정치보복성 감사를 입법으로 막는 감사원법 개정 추진 계획을 언급했다.

김회재 의원은 지난 22일 감사를 받는 기관과 공무원에 대해 사전 통지하고 감찰 권한 남용을 금지하도록 하는 ‘감사원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정부의 중요 정책 결정·당부사항은 감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과 감사 종료 후 1년 이내 같은 행정기관에 대해 감사 시행 시 중복되지 않도록 하고 국회에 재감사 사유를 사전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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