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광주 합동연설회가 열린 21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선거에 나선 당대표 후보들과 최고위원 후보들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광주 합동연설회가 열린 21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선거에 나선 당대표 후보들과 최고위원 후보들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8∙28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국에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와 지역 순회 경선 권리당원 투표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민주당의 심장인 호남에서도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 내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들은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을 넘어 ‘확대명(확실히 당 대표는 이재명)’을 외치고 있고,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상위권의 대다수는 이 후보의 러닝메이트를 자처하는 친명계가 차지했다. 반면, 위기를 느낀 ‘비명(비 이재명)계’에서는 중도 사퇴와 지지선언 등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 친명 독주로 투표율 ‘뚝’

지난 21일 오후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합동연설회 직후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광주·전남 권리당원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는 광주 78.58%, 전남 79.02%의 득표율을 얻었다.

호남 투표 후 이 후보의 누적 투표율은 78.35%로 수도권 권리당원 및 전국대의원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이재명의 민주당’이 사실상 확정됐다. 수도권에서 이 후보의 득표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이 후보 캠프에서는 합산 득표율을 70%대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전당대회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역대 최고 득표율 60.77%를 갱신할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 자체가 이 후보 지지층 위주로 치러져 나온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호남 지역 권리당원 투표율은 광주 34.18%, 전남 37.52%, 전북 34.07%였다. 온라인 투표율은 광주 18.18%, 전남 16.76%, 전북 17.20%로 저조했다. 광주, 전남, 전북 합산 평균인 35.25%는 과거 송영길 당대표가 당선된 당시 40.74%, 이낙연 대표가 당선될 때의 41.03%와 비교할 때 약 5~6%포인트 정도 떨어진 기록이다.

80%를 육박하는 득표율만 놓고 보면 이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지만, 투표율까지 고려하면 ‘반쪽 승리’라는 지적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민주당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에서의 투표 참여율이 다른 전당대회보다 현저하게 떨어진 것을 두고 당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지방선거 때부터 이어지는 민주당 비판여론이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투표 자체를 포기하는 당원들이 많다는 견해도 있다.

박용진 후보는 22일 호남 지역 경선 투표율에 대해 “지금까지 분위기는 정치적으로 민주당에 대한 당원들의 불신임, 민주당 지금 상황에 대한 당원들의 불신임”이라며 “감정적으로는 실망감이고 분위기상으로는 절망적 체념이 그대로 지속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광주 합동연설회가 열린 21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송갑석 최고위원 후보가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광주 합동연설회가 열린 21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송갑석 최고위원 후보가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친명당은 막자” 비명계 뭉치나

전당대회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와 러닝메이트를 자처한 친명계의 독주가 이어지자 비명계 의원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재까지 누적 득표율은 정청래 후보가 26.40%로 1위를 차지했고, 유일한 비명계 고민정 후보가 2위로 23.39%를 기록 중이다. 이외 순위권에는 모두 친명계인 서영교 후보(10.84%), 장경태 후보(10.84%), 박찬대 후보(9.47%)가 들었다. 송갑석 후보(9.09%), 윤영찬 후보(6.63%), 고영인 후보(3.34%)는 모두 당선권 밖이다.

이에 비명계는 ‘단일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친문계 대표 주자인 윤영찬 의원은 22일 오전 최고위원 후보직을 중도 사퇴하고, 호남 기반의 송갑석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당선권에 근접한 송 의원을 지지해 당 지도부가 모두 친명으로 꾸려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번 지지선언으로 윤 의원의 표가 송 후보로 잘 흡수된다면, 단숨에 3위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

윤 후보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밝히며 “당의 뿌리인 전남과 전북, 광주에서 처참하게 낮은 투표율은 지금 민주당을 향한 마지막 경고 신호다. 호남이 민주당을 버릴 만큼 지금 우리가 병 들었단 증거”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도 다수의 최고위원 후보들이 민심에 줄 서지 않고 특정 후보에게 줄 서는 상황이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저는 오늘로서 후보직을 사퇴하고 송갑석 후보를 위해 뛰겠다”고 말해 송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식화했다. 이 자리에는 송 후보도 함께 했다.

송 후보는 현재 6위지만, 지난 주말 호남 지역 순회 경선 이후 5위 박찬대 후보를 소수점 격차로 맹추격하고 있다. 송 후보는 광주지역에서 1위 정청래 후보 23%(1만4,487표)에 이어 22.27%(1만4,031표)를 차지해 그 뒤를 이었다. 윤 의원의 지지를 받은 송 후보는 “호남 결과로 3위 하고 비교해도 1% 내외 정도로 좁혔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고 후보의 사퇴설도 있었으나 윤 의원의 사퇴 이후 본인의 SNS를 통해 “윤 의원님의 사퇴 심경도 이해하지만, 저는 민심과 당심의 균형추 역할을 하겠다는 출마 명분을 끝까지 가지고 가겠다”며 완주 의사를 밝혔다.

한 민주당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최고위원 선거는 정말 예측이 힘들다”면서도 “서울권이나 대의원선거 모두 권리당원 경선과 달리 비명계 의원 지지율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는 뒤집기 힘들겠지만, 최고위원은 송 후보의 당선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윤영찬 의원 지역구가 성남시 중원구다”며 “지역 경선에서 가장 많은 표가 나올 수 있는 본인의 지역구, 경기도 경선이 아직 남았음에도 중도 사퇴하신 것은 큰 용기다. 그만한 결과가 나오도록 물심양면으로 송 후보를 돕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이번 당 대표 선거와 최고위원 선거는 오는 28일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국민여론조사 25% △일반당원 여론조사 5%를 합산해 최종 당 대표 1인과 최고위원 5인을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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