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에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에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이번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역시 이변은 없었다. 이재명 의원이 77.77%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대표에 선출됐다. 이 기록은 역대 당대표 경선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이다. 지도부 역시 친명계(친이재명계) 일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는 이제 대(對) 정부여당 관계 설정, 당내 갈등 봉합, 당 외연 확장 등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 과제① : 정부여당과의 관계 설정

올해 재보궐로 여의도에 입성하기 전까지 이 대표는 중앙정치와 거리가 멀었다. 그의 중앙 당직 경험은 10여년 전 비상근 부대변인으로 활동한 것 외에는 별달리 찾아볼 수 없다. ‘아웃사이더’였던 이 대표는 당 바깥에서 성장해 성남시장, 경기지사, 그리고 대선후보까지 올랐다. 비록 20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6·1 지방선거에서는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이번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대표가 됐다. 

일단 이 대표의 지도부 내에서는 갈등이 적을 전망이다. 차석 최고위원인 고민정 의원을 제외한 정청래·서영교·박찬대·장경태 의원은 친명계로 꼽힌다. 또 이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을 2명 지명할 수 있으므로, 명실상부한 ‘이재명 지도부’가 출범하는 셈이다. 

이 대표는 29일 취임 일성으로 ‘실용적 민생개혁의 길’을 언급하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재차 제안했다. 정부여당과의 협치도 필요하면 앞장서서 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 대표는 “민주주의와 민생을 위협하는 퇴행과 독주에 대해선 강력하게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씀 드린다”며 야당으로서 견제 역할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이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찮다. 정치권에선 지난 대선 윤석열 대통령과 치열하게 맞붙었던 이 대표가 거대 야당의 수장에 오르면서, 정부여당과 야당의 대립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직접 상대하면서 야권의 지도자라는 점을 적극 강조할 것이라는 의미다. 또 이 대표와 관련된 수사가 진행될수록 여야 대치도 극심해질 우려도 제기된다. 

이 경우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 정당’이라는 프레임에 휩쓸릴 수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 이 대표가 수사 받고 있는 사건에서 새로운 의혹이 불거질 경우 이 대표의 도덕성 뿐 아니라 민주당이 정부여당의 대안정당이라는 인식을 주기 어려워진다. 반면 수사당국이 이 대표에게 ‘망신주기식’의 무리한 수사를 할 경우 이 대표에게 반격의 계기가 될 수 있다. 

◇ 과제② : 당내 갈등 봉합과 주류화

이 대표는 당내 갈등도 봉합해야 한다. ‘아웃사이더’였던 이 대표는 이번 전대에서 대세론을 형성했지만, 아직 당내엔 비명계가 적잖은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가 본격적으로 당을 통합하려면 주류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아직 ‘마이너리티’의 속성을 버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당내 큰 기반이 없이, 중앙정치와 거리를 두고 성장한 이 대표의 배경 때문이다. 

또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민주당은 당헌 개정 등의 조치로 ‘방탄’ ‘사당화’ 등 논란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친명계와 비명계(비이재명계)의 갈등도 골이 깊어졌다. 특히 비명계에서는 이 대표가 다가오는 2024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면 ‘공천 학살’이 있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또 민주당의 ‘뿌리’인 호남지역의 전당대회 투표율이 낮은 것도 이 대표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2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셀카를 찍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2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셀카를 찍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뉴시스

이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전당대회 과정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당 운영을 통해 갈등과 분열의 시대를 끝내고 통합의 시대를 확실하게 열어 젖히겠다”고 통합의 메시지를 냈다. 또 당대표 수락연설에서도 “역량 있고, 당원과 국민의 지지를 받는 누구나, 민주당의 확고한 공천시스템에 따라 기회를 가질 것”고 했다. 당대표로서 처음으로 공식일정을 수행하는 이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도 비명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하는 행보로 풀이할 수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KBS ‘최영일의 시사본부’와의 인터뷰에서 “아직까지는 실망한 당원들이 다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견제와 균형이 작동되고 그리고 국민들을 향해서 유능하고 강한 민주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런 게 계속 축적이 된다면 언제든지 호남의 높은 투표율 혹은 득표율이 충분히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과제③ : 민심의 괴리를 넘는 전국정당화

또 이 대표는 민주당의 전국정당화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 그는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구조적 소수인 민주당이, 정부여당의 실패나 우연에 기대지 않고 안정적으로 승리하는 길은 지역주의를 넘어선 전국정당화”라고 언급했다. 본인이 근소한 표 차이로 대선에서 패배한 만큼, 특정 지역이나 연령대 등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전국을 아우르는 지지층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나온 발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하려면 당 지지층과 민심의 괴리를 좁혀야 한다. 강성 지지층과 당내 의원의 생각, 그리고 민심은 각각 다른 요구사항이 있다. 하지만 비명계에서는 대선 직후 입당한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소위 ‘개딸’)은 이번 전당대회 투표권이 없었음에도, 이들이 당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당 최고 의사결정 권한을 권리당원 전원투표로 바꾸자는 청원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 24일 경기지역 당원·지지자들과 만나 “우리가 적극 지지층만 보고서 정치할 수는 없다. 적극 지지자 입장에서 보면 ‘왜 저것도 못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전체 공감을 늘려 가는 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제를 완수하면 민주당은 ‘이재명의 민주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가 2024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2027년 대선까지 살아남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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