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부터 속도가 붙은 낙농제도 개편안 논의가 이번 달 세부 실행방안 합의를 이뤄냈다. 원유가격 조정 방법과 낙농진흥회 이사회 구성안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가운데 원유기본가격이 리터당 49원 인상돼 이목이 집중된다./ 뉴시스
지난 9월부터 속도가 붙은 낙농제도 개편안 논의가 이번 달 세부 실행방안 합의를 이뤄냈다. 원유가격 조정 방법과 낙농진흥회 이사회 구성안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가운데 원유기본가격이 리터당 49원 인상돼 이목이 집중된다./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고착 상태에 있던 낙농제도 개편안 논의에 속도가 붙으면서 이번 달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세부 실행방안 합의를 이뤄냈다. 이사회에서 원유기본가격 인상이 결정된 가운데 식품업계에서 가격인상 움직임이 나타날지 주목된다.

◇ 원유가격 리터당 996원으로 ‘인상 결정’… 가공유는 800원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3일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낙농제도 개편의 세부 실행방안과 원유가격 조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그간 음용유용 원유가격은 시장상황과 무관하게 농가의 생산비만을 고려해 결정돼왔다. 내년 1월부터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적용돼 농가의 생산비와 시장상황을 함께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된다.

과거에는 우유가 과잉이더라도 생산비가 상승하면 그 상승폭의 90~110% 범위 내에서 원유기본가격도 인상했다. 앞으로는 원유 수급상황이 과잉인 경우 30~70% 범위에서 원유기본가격을 조정해 생산비 상승에도 원유가격을 인하할 수 있도록 개선된다.

또한 가공유 가격은 경영비 상승분을 고려하되 유업체가 실제 지불하는 가공유 가격과 국제경쟁가격과의 차액을 기준으로 시장 상황을 판단하도록 설계됐다. 리터당 150원 이상 차이가 날 경우 가격경쟁력을 위해 경영비 증가에도 가격을 인하하거나 소폭 인상할 수 있다.

이번 이사회를 통해 의결된 원유기본가격은 리터당 49원 인상된 가격이다. 다만 생산자와 유업계의 가격 조정 협상이 길어져 8월부터 적용하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올해까지는 3원을 추가 인상하고 내년부터는 리터당 49원 인상된 가격이 음용유용 원유에 적용된다.

최종 결정된 원유기본가격은 음용유의 경우 올해까지는 리터당 999원, 내년부터 996원이며 가공유의 경우 내년부터 리터당 800원이다.

◇ 유가공업계 “가격인상 검토 중”

원유가격 인상폭이 확정되자 식품업계에 우유‧빵‧아이스크림 등에 대한 연이은 가격인상 흐름도 전망되고 있다.

이번 원유가격 인상폭은 원유가격연동제 도입되던 2013년 리터당 106원이 오른 이후 두 번째로 크다. 게다가 원유가격이 리터당 21원 인상됐던 2018년 우유 가격이 150~200원 오른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리터당 최대 500원 가량 인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2,700~2,800원 수준의 1리터 흰우유가격이 원유가격 인상으로 3,000원이 넘어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가공업계에서는 이미 마진이 남지 않는 저가 경쟁에 있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시장이 좋지 않다보니 대부분 업체들이 (저가 경쟁을) 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자사 제품(흰우유 1리터) 정가가 2,700원 정도 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마트에 가보면 ‘원 플러스 원’(1+1) 등 할인 제품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원유가격도 올랐고 물류라든지 제반 비용이 다 올랐다”며 “그에 맞게 가격 인상 필요는 있어,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유업체를 비롯한 식품업계에 원유가격 인상에 따른 식품 가격 인상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농식품부 김정욱 축산정책국장은 4일 낙농진흥회 이사회 결과 브리핑에서 “현재 음용유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등 전반적 경제적 불확실성에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며 “특히 음용유 소비가 줄고 있다는 점에서 유업체가 큰 폭으로 유제품 가격을 인상하기는 힘들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측한다”고 밝혔다.

이어 “간담회 등을 통해서 식품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흰우유 가격 같은 경우는 좀 인상을 덜할 수 있게끔 할 예정”이라며 “가공제품과 같은 경우 이미 여러 업체에서 인상을 한 바 있지만 추가적 인상 자제와 인상폭 최소화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유에 대한 수요와 공급 간 차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 1인당 마시는 우유(음용유) 소비량은 2001년 36.5kg에서 2020년 31.8kg으로 하락했으나 치즈‧버터‧아이스크림 등 유제품의 소비는 같은 기간 63.9kg에서 83.9kg으로 증가했다.

국내 낙농산업은 수요가 적은 음용유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가공유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왔다. 국산 우유 자급률은 2001년 77.3%에서 2020년 48.1%로 감소하는 등 지속적으로 위축돼 왔다.

정부는 낙농산업에서 음용유 비중을 줄이고 가공유 비중을 높이되 낙농가 수익을 저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해마다 점차 확대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과연 이 같은 제도 개편 방향이 실효성이 있을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원유기본가격 조정과 낙농제도 개편 세부 실행방안 합의
2022.11.03 농림축산식품부
낙농진흥회 이사회 결과
2022.11.04 부처 브리핑
농식품부, 지속가능한 낙농산업 발전을 위하여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및 낙농진흥회 의사결정체계 개편키로
2021.12.30 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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