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종로구 창신2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위기가구 발굴 체계 강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마친 후 기초생활 수급 독거노인 가구를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종로구 창신2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위기가구 발굴 체계 강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마친 후 기초생활 수급 독거노인 가구를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보호해 주는 것은 ‘정치복지’지만 우리의 ‘약자복지’는 진정한 약자의 자립을 돕고 가난으로부터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있다.”

1일 열린 ‘위기가구 발굴 체계 강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마무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이 ‘정치복지’와 ‘약자복지’를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달 23일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이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수원 세 모녀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복지정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이 안 되는 주거지에 사는 분들에 대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정치복지보다 약자복지”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말하는 ‘약자복지’는 무엇인가. 

◇ “힘들어도 목소리 못내는 분 찾아가는 복지”

윤 대통령이 약자복지를 처음 언급한 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취재진과 만나 “약자인 척 하는 강자를 위한 복지가 아닌 단일화된 소리를 낼 수 없는 약자를 돌보는 게 약자복지”라고 정의했다. 윤 대통령이 말한 정치복지는 ‘표를 얻기 위한 복지’라는 것이다. 

김 수석은 “우리 국민은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소득 수준에 따라 공정한 기회를 박탈당하면 안 된다”며 “의료 돌봄, 복지 서비스로 삶의 질이 개선되도록, 어려운 형편 때문에 단 한 분이라도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약자복지를 찾아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8일 서울 역삼동 충현복지관을 방문해 발달장애인과 부모 등을 격려했고, 23일 도어스테핑에서 수원 세 모녀 사망사건을 언급하며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엔 보육원 출신 청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잇따라 발생하자 “국가가 전적인 책임을 지고 자립준비 청년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부모의 심정으로 챙겨달라”고 당부했고, 그 다음날에는 다문화·한부모 가족센터를 찾아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취약·위기 가족은 촘촘하게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1일에는 ‘위기가구 발굴 체계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복지수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위기가구’를 언급하며 “이런 분들을 찾아내고, 또 찾아가서 도와드릴 수 있는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간담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간담회를 마친 후 윤 대통령은 창신 2동에 사는 80대 여성 독거노인의 가정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추석 명절 선물을 전달했고 어르신에게 안부를 묻는 등 대화를 나눴다.

이같은 일정은 약자복지라는 대통령의 복지철학이 구체화된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힘들어도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을 단 한명도 예외 없이 지원하는, 찾아가는 복지로 윤석열 정부의 약자복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배경을 밝혔다. 

◇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에 ‘약자복지’ 기조 반영

윤 대통령의 약자복지는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이재명 대표의 ‘보편복지’와는 대척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의 설명에 의하면 약자복지는 ‘도움이 절실하지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만큼 조직화되지 못한 사람들’을 찾아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반면 이 대표와 민주당의 보편복지는 국민 모두에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대표가 최근 ‘민생’을 화두로 꺼낸 만큼 윤 대통령은 약자복지를 통해 새정부 복지정책의 효용성을 보여주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종로구 창신2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위기가구 발굴 체계 강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종로구 창신2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위기가구 발굴 체계 강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정부의 예산 역시 이같은 기조에 맞춰 편성됐다. 공공부문에서 비용을 절감해 마련한 재원으로 사회적 약자를 두텁게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 보호에 중점을 두고 기초생활 기준중위소득을 역대 최대 5.47% 인상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이에 내년도 예산안에는 소득·일자리·주거 지원 등 ‘두터운 사회안전망 구축’ 예산은 올해 27조4,000억원에서 내년 31조6,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반지하·쪽방 등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이 정상 거처로 이주할 수 있도록 이사비 40만원과 보증금 무이자 융자 지원 항목도 있다. 또 장애인·노인·아동·청소년 등을 위한 ‘사회적 약자 맞춤형 보호지원 강화’ 예산이 확대됐다.

◇ 예산안 발표되자 “국민 위한 예산이냐” 

반면 윤석열 정부 예산안이 발표되자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31일 영구임대주택 관련 예산안이 5조6,000억원 삭감됐고, 청년과 노인 일자리 예산도 삭감됐다면서 “정말로 이것이 국민을 위한 예산인지, 고통 받는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건설형 공공임대인 영구·국민·행복주택 출자 예산은 전년대비 각각 41.4%(1,267억원), 35.6%(1,209억원), 37.5%(4,107억원) 감소했다. 전 정부가 전세대책으로 내놓은 다가구매입임대 예산도 9조1,560억원에서 6억763억원으로 33.6%(3조797억원) 줄었다. 청년 일자리 지원 예산의 경우 올해 5조4,000억원에서 내년 4조3,000억원으로 삭감됐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약자복지가 실질적으로는 ‘복지 축소’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언급대로 복지사각지대를 찾아내려면 그만큼의 인력이 필요한데, 공무원을 늘리지 않겠다는 기조를 고수하고 있으니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지만, 이 특단의 대책은 ‘복지 공무원 충원’이라는 전제 없이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이날 빈곤사회연대 등 주거·시민단체는 공공임대주택을 줄이겠따는 내년도 예산안 규탄 논평을 내고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도 오는 5일 삼각지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타기’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전장연은 윤석열 정부가 장애인에게 ‘촘촘하고 두터운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은 거짓이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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