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른바 '백현동 의혹' 사건에 대해 허위 사실을 발언했다는 혐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소환을 통보해 민주당이 반발하는 가운데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교통 신호등이 일제히 빨간불을 가리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8일 윤석열 정부 첫 추석명절이 다가오고 있지만 여야는 '사법 대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교통 신호등이 일제히 빨간불을 가리키는 모습.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정부들어 첫 추석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여야는 ‘사법 대전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명절 ‘밥상 민심’이 중요한 와중에 양당이 국회에서 해결할 일을 법원으로 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당 모두 추석 ‘밥상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터라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관점도 상존한다. 

◇국민의힘, 비대위 출범… 이준석, 또 ‘가처분 신청’

먼저 여당인 국민의힘을 살펴보자.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이준석 전 대표에게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로 인해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이 전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리고 국민의힘은 8일 새 비대위를 공식 출범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새 비대위에도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전 대표 변호인단은 이날 전국위원회에서 의결된 ‘비대위원회 설치안, 정진석 비대위원장 임명안’ 효력정지 및 정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또 받아들이면 어떻게 되느냐는 점이다. 이미 ‘주호영 비대위’에 대해 법원이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국민의힘은 ‘여당 프리미엄’을 받지 못하고 내홍을 겪고 있다. ‘정진석 비대위’에 대해 법원에서 비슷한 판단을 내린다면 국민의힘 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까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내부의 정치적 행위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을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할 문제를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법원이 ‘주호영 비대위’를 해체시킨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정진석 비대위’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 민주당, 윤석열 고발·김건희 특검법 발의

더불어민주당 역시 사법 전쟁 중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선후보 당시인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을 설명하면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다고 고발한 바 있다. 이 대표가 취임한 지 나흘 만에 검찰은 출석 통보를 했다. 민주당은 이에 반발했고, 이 대표 역시 출석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도 지난 5일 윤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했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대선 TV토론회에서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각 의혹과 관련, 허위사실을 언급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측은 “김 여사의 주가조작 사실이 명명백백히 드러났다”면서 윤 대통령이 TV토론에서 관련 이슈를 부인한 것은 허위사실 유포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7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별검사법을 발의했다. 수사 범위는 김 여사의 주가조작, 허위경력, 뇌물성 후원 등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같은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연되는 수사와 무혐의, 불송치로 가려지는 진실에 민심의 분노가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국민적 의혹을 더는 덮을 수 없다”며 특검법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 ‘명절 밥상’ 안 오르려는 여야의 ‘치킨게임’

양당이 서로 고소고발을 하거나, 당내 상황을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등 ‘치킨게임’을 벌이는 중이다. 명절은 온 가족이 모인다. 오랜만에 얼굴을 본 친지들 사이에서 ‘정치 얘기’는 금기이면서도 명절 밥상의 단골 메뉴다. 그러다보니 진영을 가리지 않고 명절을 앞두면 민생 행보를 보이는 것이 연례 행사로 굳어져 있다.

명절 전 부정적인 이슈가 터지면 그 이슈는 명절 내내 지속된다. 예컨대 이재명 대표가 검찰 조사를 받으러 출석했다고 가정해본다면, 해당 이슈는 명절 내내 오르내릴 수밖에 없다. 이는 민주당에 타격을 준다. 이에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다는 것이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김건희 특검이나 어떤 정치 이슈가 없으면 계속 ‘이재명 당대표 소환 조사 출석 요구, 기소’ 이걸로 (언론이) 도배가 된다”며 “이것은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한 게 맞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김건희 특검법’을 ‘이재명 구하기’로, 김 여사의 ‘보석 논란’에 대해 ‘김혜경 구출 작전’이라고 규정한 것도 같은 이유로 볼 수 있다. 김 여사의 ‘보석 논란’은 실제로 윤 대통령 지지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또 지난 6일 교수·학술단체가 김 여사 논문을 지적한 것도 명절 밥상의 화젯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거기다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 역시 입길에 오르내릴 수 있다. 이에 시선을 이재명 대표로 돌리도록 주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태풍과 물가 상승 등 어려움을 겪는 국민 입장에서는 여야의 ‘사법 대전쟁’이 달가울리 없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날 한 방송에서 “(국민들이 정치를) 외면할 것 같다”며 “추석 민심이라고 훈훈하면 얼마나 좋겠나. 정치권에서 물가를 내릴 수 있는 고민도 좀 하고, 어떤 식으로 민생법안을 통과시킬지 이런 내용이 나와야 되는데 (전혀 아닌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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