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일당 사이에 '주식을 팔라'는 문자메시지가 전송된 직후, 김건희 여사가 증권사 영업점에 전화로 실제 매도 주문을 넣은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 대통령실 제공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일당 사이에 '주식을 팔라'는 문자메시지가 전송된 직후, 김건희 여사가 증권사 영업점에 전화로 실제 매도 주문을 넣은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 대통령실 제공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 명의로 된 계좌 내역을 정리한 파일을 작성한 것으로 지목된 투자자문사 임원 민모 씨가 해외로 도피를 했다가 귀국해 구속됐습니다.

민씨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지난 2009년 12월부터 3년 동안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 여사 명의의 증권 계좌 입출금 내역 및 주식 거래 품목 등 현황을 작성한 것으로 알져졌지만,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3일 있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판에서 검사가 증인신문 도중 민씨와 주가조작 선수 김모 씨, 그리고 김 여사의 관계에 대한 증언을 확인하면서 야권은 정부와 검찰에 대한 대공세에 나섰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그 관계자, 그리고 문재인 정부 관계자에 대한 검찰의 태도와 김 여사가 관련된 재판의 태도가 판이하게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Q.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무엇인가요?

A. BMW 공식 딜러인 도이치모터스는 2009년 1월 코스닥 시장에 우회상장한 후 주가가 9,000원에서 3월달에 2,000원 후반대까지 떨어졌습니다.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8억원 치인 24만8,062주를 장외매수한 것으로 알려진 5월에는 주당 3,225원이었습니다. 이후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등락을 거듭했고, 12월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 3월에는 7,940원까지 올랐습니다.

일각에서 주가조작 의심이 제기되자 경찰은 2013년 내사에 착수했으나 “금융감독원 측의 자료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제보자 측에서 소극적 태도를 보여 내사가 중지됐다”며 무혐의로 종결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선수’로 활동한 이정필 씨가 검거됐고,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까지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Q. 김건희 여사와 어떤 관계가 있나요?

A. 해당 사건이 논란인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에 가담했느냐는 점입니다. 당시 김 여사의 계좌 거래 내역에서 주식의 가격을 끌어올릴 목적으로 보이는 패턴의 매수∙매도 정황이 보인다는 의혹과 선수 이씨로부터 지시가 나온 뒤 김 여사가 직접 전화로 매도 주문을 넣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습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Q.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인가요?

A. 해당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윤 대통령과 캠프는 “어느 누구에게도 계좌를 빌려준 사실이 없다” “(도이티모터스와의 거래는) 돌려받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거래이며 시세조종과 무관하다”는 해명을 이어갔습니다.

결국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1차 작전 시기에 선수 이씨에게 계좌와 주식을 맡긴 것은 맞지만 직접 개입하지 않았고, 2010년 5월 이씨와 절연했기 때문에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2차 작전시기에도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한 것은 사실이지만 1차 시기에 이씨가 사둔 주식을 직접 정리한 것뿐이기 때문에 주가조작과 관련이 없다는 설명입니다.

Q. 새로운 증거가 나온 게 있나요?

A.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김 여사의 증권계좌를 관리하던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 압수수색에서 입수한 노트북의 파일에서 ‘김건희’로 되어있는 엑셀파일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던 일입니다. 해당 파일에는 2차 작전 시기에 김 여사의 인출 내역과 주식 잔고 등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끝까지 연관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최근 달라진 점은 블랙펄인베스트 임원인 민씨가 돌연 자진 입국하면서 구속됐다는 것입니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재판에 검찰은 민씨를 추궁하면서 당시 문자메시지와 주식거래내역 등을 공개했습니다. 민씨는 김 여사의 이름으로 된 파일에 대해서는 “처음 보는 파일이고 모르는 내용”이라며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민씨에게 선수 김씨가 매도를 지시하는 문자를 보낸 뒤 김건희 여사 명의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주를 주당 3,300원에 매도하는 주문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Q. 민주당은 무엇을 문제라고 지적하나요?

A. 민주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태도가 다르다는 것이 주된 쟁점입니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4일 “지난 3일 법정에서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직접 가담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사실이 공개됐다. 명백한 통정매매다.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에 직접 가담했다는 확실한 증거”라면서 “검찰은 1년이 지나도록 김건희 여사를 소환 조사 한번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아무리 ‘윤석열-한동훈 사단’이 장악한 검찰이라지만 지켜야 할 선이 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보복·표적수사에는 수사 인력을 총동원해서 사냥개처럼 달려드는 게 현 검찰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일가 앞에서는 순하디 순한 애완견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꼬집었습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 또한 5일 “공범 의혹이 제기된 지 1년이 넘었지만, 김 여사에 대한 소환은커녕 서면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 어물쩍 무혐의 처분을 하기 위해 시간만 끄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이냐”고 반문했습니다. 김현정 대변인도 박은정 광주지검 부장검사에 대한 보복수사를 지적하며 “김건희 여사는 주가조작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1년째 덮기 급급하면서 대통령의 반대편에 섰던 사람들은 법의 이름으로 무자비하게 괴롭히고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소개 경력란에 도이치모터스 제품 및 디자인전략팀 이사로 기재되어 있는 서울대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 원우명부를 공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소개 경력란에 도이치모터스 제품 및 디자인전략팀 이사로 기재되어 있는 서울대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 원우명부를 공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Q. 야권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A.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라는 것이 야권의 주장입니다. 단순히 김 여사의 매도∙매수 타이밍의 문제였는지, 적극적으로 ‘쩐주’의 역할을 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사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야권은 실제로 지난해 검찰이 도이치 주가조작 일당을 기소하면서 ‘국민적 의혹이 있는 주요 인물’에 대한 수사를 약속한 것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여사에 대한 수사 없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일당들에 대한 1심 재판은 오는 16일 마무리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Q.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나요?

A. 김 여사에 대한 의혹이 제기 된지는 1년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김 여사는 아직 서면조사조차 한 번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 증언을 계기로 검찰이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법조계에서는 공범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여사를 첫 기소에서 포함시키지 않은 것부터 이미 김 여사는 수사 범위 밖에 있다는 시각이 대부분입니다.

한 법조인 출신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당장 무혐의를 내리기에는 부담이 있으니 지지부진하게 끌고 있을 뿐이지 아마 영부인을 기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이번에 새로 나온 증언과 야권의 공세에 따라 1심 선고에서 김 여사에 대한 언급이 나올 수 있고, 그 후에 검찰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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