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태원 참사’를 마주한 국민의힘이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야권이 ‘셀프 수사’를 문제 삼아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원상복구가 우선이라고 반박한 데 이어, 이번 참사의 책임을 ‘문재인 정부’로 넘기는 발언까지 잇따르고 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사태 해결에 집중해야 할 집권여당으로서 부적절한 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 ‘검수완박’‧‘전 정부’ 문제삼는 국민의힘

4일 국민의힘은 야권에서 피어나는 국정조사 요구에 난색을 보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은 국정조사를 할 때가 아닌 것 같다”며 “국정조사를 지금 한다면 오히려 수사가 방해될 뿐이고 논점만 흐릴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112 녹취록’ 공개 이후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하며 연일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요구해 왔다. 정의당 역시 이에 동참했다. 야권은 여당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다음 주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국정조사가 ‘수사권’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진상 규명을 위해선 강제력을 동원해 증거를 확보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수사 결과를 본 뒤 미흡한 점이 있다면 국정조사에 나서자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으로선 국정조사 자체가 달갑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112 녹취록’ 공개 등으로 여론의 향방이 정부 책임론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은 ‘검수완박법’을 꺼내들고 이를 방어하고 나섰다. 대형참사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지 못하게 된 것이 검수완박법 때문임에도 민주당이 ‘적반하장식’ 요구를 하고 나선다는 논리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을 경찰에 맡겨서 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민주당이 만들어 놓았는데 그 점도 대단히 아쉽다”고 말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형 참사 범죄 등 6대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겠다고 거대의석으로 밀어붙였던 것이 민주당의 검수완박”이라고 날을 세웠다.

자연스럽게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를 앞세우기 전에 검수완박법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입법 독재로 통과시킨 검수완박법으로 인해 검찰은 이태원 사고를 수사할 수 없다”며 “대형 사고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검수완박법 개정하자”고 요구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진실규명에 장애요인으로 여겨지는 악법 검수완박법을 폐기하는 것부터 협조하길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이런 가운데 당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문재인 정부로 떠넘기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세월호 참사 이후 문재인 정부가 안전 시스템 마련을 공언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취지다. 정미경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세월호 이후에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이 뭐라고 하셨나. 앞으로 안전을 최고로 치겠다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이런 사고가 났다는 거 자체가 일단은 문재인 정권이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 약속을 어겼지 않나”라고도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에 책임을 져야 할 집권여당으로서 적절치 않은 자세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여당으로서의)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황에서 사건이 터지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제도 탓 남 탓밖에 없는 것”이라며 “집권당의 자질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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