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 추모 위령법회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 추모 위령법회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후 내내 침묵을 지켜오던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공식석상에서 밝힌 첫 사과 메시지다. 하지만 이제 윤 대통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에 대한 책임론에 응답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 윤석열 대통령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추모 위령법회’에 참석해 추도사를 통해 “사랑하는 아들딸을 잃은 부모님과 가족이 마주한 슬픔 앞에 가슴이 먹먹하다”며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슬픔과 아픔이 깊은 만큼 책임 있게 사고를 수습하고, 무엇보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큰 책임이 저와 정부에 있음을 잘 안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과 치료 중인 분을 더욱 세심히 살피고 끝까지 챙기겠다”며 “저와 정부는 다시는 이런 비극을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간 닷새 연속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했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다. 참사 다음날인 지난달 30일에는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과 참사가 발생했다”며 "정말 참담하다"고 밝혔다. 지난 1일에는 한 희생자 빈소를 찾아 유가족에게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숙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대통령실 역시 윤 대통령의 공개 사과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실은 “여러 책임에 대해서 진상확인 결과가 나올테고 거기에 따라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사고 원인을 규명한 다음에 사과를 하겠다"고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참사 당일 정부의 부실 대응 정황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윤 대통령의 공개 사과 요구 목소리는 커지고 있었다. 또 이날 한 유가족이 합동분향소에 설치된 윤 대통령의 근조화환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근조화환을 내동댕이치며 윤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그만큼 대통령 사과 여론이 강한 상황이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현안 보고에 앞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현안 보고에 앞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문책성 인사’ 선택 기로

결국 윤 대통령은 이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정부 책임론의 중심에는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이 포함돼 있고, 정치권에서 이들을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 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문책성 인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가장 먼저 이 장관에 대한 파면을 요구했고, 안철수 의원 역시 ‘윤희근 경질·이상민 자진사퇴’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이같은 요구를 외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간 ‘주최자 없는 행사’라는 점을 들어 ‘사전에 막기 쉽지 않았다’는 논리를 들었지만, 112 신고 내역 공개 및 기동대 지원 요청 묵살 등이 알려지면서 이같은 주장은 무의미해졌다. 이제는 국정 전반으로 ‘정부 책임론’이 퍼지는 것을 막아야 할 때다.

또한 이날 발표된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뉴스토마토 의뢰, 10월 31일~11월 2일 조사)에 따르면, ‘이 장관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이 56.8%에 달했다. ‘사과 수준에서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응답은 24.0%였다. ‘사과하거나 물러날 일이 아니다’는 의견은 16.7%였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거취에 대해 “사고 수습을 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차차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지금으로써는 사퇴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국민애도기간이 끝나는 5일 이후 윤 대통령이 이 장관과 윤 청장의 거취를 직접 결정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이 이들을 경질할지, 아니면 유임할지는 예측이 어렵다.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사흘 연속 이 장관과 함께 조문을 간 것을 두고 당장은 경질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왔다. 대신 수사를 통해 책임자가 나오면 법적 책임을 물을 가능성은 높다. 

반면 싸늘한 민심을 감안해 이 장관 등을 경질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여당 내에서도 이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정부 책임론이 국정 전반으로 퍼진다면, 윤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직접 사과한 것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민심과 유리된 선택을 할 경우 향후 여당의 권력 지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근거자료 및 출처
미디어토마토 정기(정례)조사
2022. 11. 04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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