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청와대에서 영국 BBC와 인터뷰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받은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를 소개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청와대에서 영국 BBC와 인터뷰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받은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를 소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9월 3차 남북정상회담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풍산개 두 마리를 선물 받았습니다. 이 두 마리를 위탁 받아 기르던 문 전 대통령이 정부에 반납하겠다고 밝히면서 파양이냐, 반환이냐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애견∙애묘인으로 양산 사저에서 반려견 마루, 토리, 송강, 곰이, 다운이와 반려묘 찡찡이 등 총 6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모습을 본인의 SNS를 통해 전해왔기 때문에 논란은 더 커졌습니다.

문 전 대통령 측과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따르면, 풍산개 곰이와 송강은 8일 오후 대구 경북대병원 동물병원에 입원해 건강 상태를 검진 받고 있습니다. 대통령기록관은 “풍산개를 맡아 관리할 기관, 관리 방식 등을 검토·협의 중”이라며 “관리기관이 결정되면 풍산개를 이동시킬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9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정말 쿨하게 버리신다. 김정은의 눈치를 살필 때는 애지중지하며 쇼를 하시더니, 필요가 없어지니 바로 팽이시냐”며 “용도폐기 할 때는 인정사정 보지 않는 얼치기 좌파의 냉혈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명장면이다. 풍산개 버리듯이 이재명 대표를 버리실 생각은 없냐”고 비꼬았습니다.

이 같은 정부 여당의 질타에도 문 전 대통령 측에서는 관리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대통령기록물을 사적으로 데리고 있을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Q. 파양과 반납은 어떻게 다른가요?

A. 파양은 입양을 한 후 양부모와 양자의 친자관계를 해소시키는 행위입니다. 반려동물은 입양했다고 표현하고, 가족이 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파양했다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문 전 대통령이 풍산개를 사실상 파양했다고 봅니다.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문 전 대통령 측이 풍산개 3마리를 국가에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사실상 파양이 아니냐’고 묻자 한창섭 행안부 장관은 “예 그렇게 보여진다”고 사실상 파양으로 보고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9일 오후 본인의 SNS를 통해 “입양이야말로 애초에 내가 가장 원했던 방식이다. 반려동물들이 명실상부하게 내 소유가 되어 책임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현행법상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기록물에서 해제하여 소유권을 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다. 지금이라도 내가 입양할 수 있다면 대환영”이라며 입양을 한 적 없어 반환하는 것일 뿐, 입양을 할 수 있다면 파양 의사가 없음을 밝혔습니다.

Q. 풍산개는 문재인 전 대통령 소유가 아닌가요?

A. 아닙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개인이 아닌 국가 원수 자격으로 곰이와 송강이를 선물했습니다.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받은 선물은 국가귀속으로, 일반적으로 대통령기록관에 넘어갑니다. 하지만 관리문제상 생물은 동물원이나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 분양합니다.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선물 받았던 풍산개 한 쌍은 서울대공원 동물원으로 보내진 바 있습니다. 호랑이·판다 등 다른 대통령 선물도 마찬가지로 동물원에 이관·관리해왔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북측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가 낳은 새끼 6마리를 공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자견들을 각 지자체에 분양했다. /청와대
문재인 정부가 북측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가 낳은 새끼 6마리를 공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자견들을 각 지자체에 분양했다. /청와대

Q. 그런데 어떻게 문 전 대통령이 데리고 가게 됐나요?

A.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당선인 신분으로 문 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문 전 대통령이 곰이와 송강이에 대해 “김 위원장이 준 거라 당선인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위탁해서 키워도 되겠느냐”고 묻자 “주인이 바뀌면 환경 적응이 어려울 것이다. 계속 키우시라”고 답한 바 있습니다.

이어 3월 29일에는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조의3이 개정되면서 ‘대통령 선물이 동물 또는 식물 등이어서 다른 기관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것인 경우에는 다른 기관의 장에게 이관하여 관리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고, 전직 대통령을 기관으로 인정하면서 문 전 대통령이 위탁관리 하게 됐습니다. 위탁관리 시 정부가 예산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Q. 문 전 대통령은 왜 풍산개를 반환한다고 했나요?

A. 지난 6월 행정안전부가 문 전 대통령이 곰이와 송강이를 위탁받아 키우고, 관리에 필요한 물품과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입법 예고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 개정안이 아직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 전 대통령이 곰이와 송강이를 키우기가 애매한 상태라는 것입니다.

문 전 대통령은 9일 본인의 SNS를 통해 “현 정부는 지난 6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였으나 결국 개정이 무산되었고, 퇴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명시적인 근거규정의 부재가 잠시가 아니라 장기간 이어지면서, 대통령기록물인 풍산개 세 마리를 전임 대통령이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이 대통령기록물법에 위반된다는 논란의 소지가 생긴 것이고, 그같은 상태가 길어질수록 논란의 소지가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감사원이라면 언젠가 대통령기록관을 감사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며 “그렇다면 해결책은 간명하다. 관리위탁을 하지 않기로 하고, 풍산개들을 원위치시켜 현 정부의 책임으로 적절한 관리방법을 강구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Q.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해주지 않고 있다는 건가요?

A. 대통령실은 이에 적극적으로 반박했습니다. 지난 7일 대통령실은 공지를 통해 “해당 시행령은 대통령기록관 소관으로서 행안부, 법제처 등 관련 부처가 협의 중에 있을 뿐 시행령 개정이 완전히 무산된 것이 아니다”며 “관계부처가 협의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로서 시행령 입안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풍산개를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한 것은 전적으로 문 전 대통령 측 판단일 뿐 현재의 대통령실과는 무관하다”고 했습니다.

Q. 그렇다면 시행령이 통과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대통령실에서 협의 중이라고 했기 때문에 시행령이 통과되지 않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행 법령에 없는 것이 ‘예산 지급’ 조항인만큼 월 250만원에 달하는 예산이 문제라는 시각이 대부분입니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대통령 기록관과 전직 대통령 비서관실과 계속 소통했는데 대통령기록관이 사육에 필요한 구체적인 예산을 실무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 기록관이 당초 만든 예산 지원안에 따르면 사료비로 35만원, 의료비로 15만원, 사육·관리 용역비로 200만원씩 총 250만원을 매달 지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이 단순히 애정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사육∙관리용역비가 포함된 위탁관리라면 전문기관에 맡기는게 맞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양육에 소요된 인건비와 치료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퇴임 대통령이 부담해온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며 “심지어 풍산개들을 양산으로 데려오는 비용과 대통령기록관이 지정한 장소까지 데려다주는 비용까지 모두 부담했으니, 지난 6개월 간 대통령기록물인 반려동물들을 무상으로 양육하고 사랑을 쏟아준 것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개한 '마루'와 '곰이' 사이에서 태어난 풍산개 새끼 7마리 '아름, '다운', '강산',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운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쌍씩 분양됐다. /문재인 대통령 SNS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공개한 '마루'와 '곰이' 사이에서 태어난 풍산개 새끼 7마리 '아름, '다운', '강산',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운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쌍씩 분양됐다. /문재인 대통령 SNS캡처

Q. 과거 대통령기록관이 논란이 된 적이 있나요?

A.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기록 유출 논란으로 이명박 정부로부터 수사를 받은 바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한 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MB정부가 이를 거절했고, 이에 노 전 대통령 측이 자료를 복사해 가자 이명박 정부는 이를 불법적인 기록 반출로 규정한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수사 발화점이 된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의 “지금의 감사원이라면 언젠가 대통령기록관을 감사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는 말은 이를 떠올리게 합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또한 본인의 SNS를 통해 “나중에 위탁규정 없이 키웠다고 덮어씌울 사람들이다. 참 치졸하다”고 꼬집었습니다.

Q. 결국 문재인 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문 전 대통령은 9일 메시지를 통해 “이제 그만들 하자. 내게 입양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현 정부가 책임지고 반려동물답게 잘 양육관리하면 될 일”이라며 “또한 반려동물이 대통령기록물이 되는 일이 또 있을 수 있으므로 차제에 시행령을 잘 정비해두기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Q. 이번 논란이 앞으로 대통령기록물에 영향을 줄까요?

A. 김대중, 박근혜 대통령 때도 진돗개, 풍산개 등 반려동물이 논란이 된 바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행령 정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애견인으로 알려졌고, 김건희 여사는 유기견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이번에 바뀌는 게 있지 않겠냐”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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