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해군이 지난 6일 일본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을 기념한 국제관함식에서 대함경례를 하고 있다. /서경덕 교수 제공
우리 해군이 지난 6일 일본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을 기념한 국제관함식에서 대함경례를 하고 있다. /서경덕 교수 제공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대한민국 해군이 지난 6일 일본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을 기념한 국제관함식에 참석해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와 동일한 해상자위대기를 향해 거수경례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7일 본인의 SNS를 통해 “정말로 치욕적인 일”이라며 “이번 일을 빌미로 일본은 이제 더 떳떳하게 국제행사에서 욱일기를 들고나올 게 뻔하다. 벌써 일본 극우들은 저의 SNS 디엠(개인 메시지)에서 조롱을 시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Q. 우리 해군이 욱일기에 경례했다는 표현이 정확한가요?

A. 정확하게는 우리 해군이 국제 관함식에서 주최국인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사열한 일본 호위함인 ‘이즈모’를 향해 ‘대함 경례’를 했고, 이즈모함에는 일본 해상자위대기가 꽂혀 있었습니다. 기시다 총리도 한국 해군을 향해 경례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7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의 질의에 “우리 해군이 경례한 것은 욱일기에 대해서 한 것은 아니다”며 “욱일기가 게양은 돼 있었지만, 주최하는 국가의 그 대표가 승선한 함정을 향해 국제 관례에 따라 경례하는 것이다. 그래서 욱일기에 대해 경례한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해명했습니다.

Q. 해상 자위대기는 욱일기와 동일한가요?

A.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모양은 비슷하지만 가운데 빨간색 원의 위치가 다르다”며 “(자위함기는) 국제사회에서 정식으로 수용된 형태”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7일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전용기 의원이 이 장관을 향해 우리나라 최초의 태극기와 김구 선생의 글씨가 들어간 태극기를 보여주며 ‘태극기가 맞냐’고 묻자 이 장관은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재차 ‘자위함기가 욱일기가 아니라고 보느냐’고 묻자 “비슷하다고 이야기했지만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모양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는 없음을 인정한 셈입니다.

‘전 세계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또한 지난 1일 본인의 SNS를 통해 “일본 외무성의 욱일기 홍보 자료에는 자위함에 게양된 깃발 사진과 함께 ‘1954년 제정된 자위대법 시행령에 따라 해상자위대 자위함기는 욱일 모양을 사용하고 있다’고 돼 있다”며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자위함기=욱일기’임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 국방부에서는 어떤 근거로 욱일기와 자위함기가 다르다고 판단을 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관계자가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해군의 일 관함식 참가 규탄 1인시위를 하고 있다./뉴시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관계자가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해군의 일 관함식 참가 규탄 1인시위를 하고 있다./뉴시스

Q. 욱일기에 대한 경례는 왜 우려를 사나요?

A. 욱일기는 일본 자위대의 공식 깃발 입니다. 하지만 대체로 일본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를 침략했던 제2차세계대전 기간 중 사용했기 때문에 일본제국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나치당의 상징이던 하켄크로이츠는 독일의 반나치법 제정으로 금기시됐지만, 일본은 자위대에서 욱일기를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독일과 비교되어 비판받고 있습니다. 독일이 하켄크로이츠와 무장친위대의 슈츠슈타펠 깃발을 군의 상징으로 계속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입니다.

이에 중국과 함께 대표적인 피해국인 한국에서 욱일기에 경례해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면 일본에서 이를 떳떳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습니다.

서경덕 교수는 7일 “2주 앞으로 다가온 카타르 월드컵이 벌써 걱정”이라며 “지난 러시아 월드컵 당시 일본과 세네갈의 조별리그 경기 때 일본 응원단에서 욱일기를 직접 흔들며 응원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TV로 중계돼 큰 논란이 됐다”고 우려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10월에는 카타르 도하의 ‘라구나 몰’ 대형 광고판에 일본측 응원단이 얼굴에 욱일기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있는 모습이 등장했다가 한국 교민들의 항의로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Q. 욱일기에 대한 경례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군수지원함을 보냈다는데요?

A. 해군은 2002년에 구축함 광개토대왕함, 2015년에는 구축함 대조영함을 일본 관함식에 파견했지만 올해는 전투함정 대신 군수지원함을 보냈습니다. 이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리 해군이 해상자위대기에 경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취지라는 해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관함식의 라이브 방송에서 결국 우리 승조원들이 거수경례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Q. 우리나라와 일본이 서로 관함식에 참석한 적 있나요?

A. 우리나라는 1998년, 2008년, 2018년에 국제 관함식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 2018년을 제외한 두 해에는 일본이 참석했습니다. 일본의 자위대 관함식에는 한국에서 2002년과 2015년에 참가했습니다. 2015년과 2018년 모두 일본 욱일기에 대한 경례 문제로 큰 논란이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 관함식 참석하여 태극기와 수자기가 걸린 일출봉함을 시찰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 관함식 참석하여 태극기와 수자기가 걸린 일출봉함을 시찰하고 있다. /뉴시스

Q. 한동안 한∙일 관함식 참석이 중단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2018년 제주에서 열린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일본 해상자위대가 참석을 고려했으나, 대한민국 해군 측에서 참가국 각국에 서한을 보내 자국 국기와 주최국 국기인 태극기만을 게양하라는 요청을 보낸 것에 일본 외무성이 반발해 불참을 결정했습니다. 욱일기를 특별히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해상자위함기를 내리고 일장기만 게양하라고 요구한 셈입니다.

일본 측은 결국 일본 함정의 불참을 통보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우리 국민 800여 명이 탑승해 참관하는 독도함에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 양식인 ‘데니 태극기’를 게양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탄 좌승함인 일출봉함에는 대장선을 나타내는 수자기를 추가로 게양했습니다. 수자기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침략에 맞서 영해를 지킨 조선 수군의 깃발로 해군은 "대한민국과 전 세계 해군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을 기리기 위해 제주 관함식 좌승함에 수자기를 게양했다"고 밝혔습니다.

Q. 그럼에도 이번에 우리가 일본 관함식에 참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앞서 국방부는 국제 관함식 참가를 밝히면서 “우방국 해군과의 우호협력 증진은 물론 우리 해군이 주변국 및 국제사회와의 해양안보협력을 강화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야기된 한반도 주변의 엄중한 안보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 해군의 이번 국제관함식 참가가 가지는 안보상의 함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7일 전용기 의원이 ‘우리는 36년간 치욕의 일제 치하에 있었고, 아직도 위안부∙강제징용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가 자위함기에 경례해도 되느냐’고 묻자 “관함식 참석문제는 말씀하신 문제와는 별개다. 안보적 차원에서 국가 이익을 위해 참가한 것이라고 이해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어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자위함기에 대해 경례한 것이 아니고 그 주관하는 국가의 대표가 승선한 함을 향해 경례한 것”이라고 힘주어 답변했습니다. 이에 전 의원은 “그 상황을 만든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질의 동안 손에 들고 있던 욱일기 패널을 부셔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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