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태원 참사 10대 생존자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한덕수 장관의 ‘굳건했으면’ 발언 때문에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야당이 정부의 ‘몰염치’라고 강하게 비판한 데 더해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논란의 발언은 전날(15일) 한 장관이 출입기자단을 만난 자리에서 새어 나왔다. 한 장관은 이태원 참사로 친구 2명을 잃은 생존자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들이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피해자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은 ‘파렴치한 발언’이라며 한 총리를 맹비난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스스로 생명을 포기하기까지 그가 느꼈을 고통과 마음의 상처를 개인의 굳건함이 모자란 탓으로 돌리는 총리가 어디 있나”라며 “국무총리라는 사람이 정부의 책임을 회피할 궁리만 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비판은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이어졌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총리가 황당무계한 발언을 해댔다”며 “한 총리의 발언에 책임질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임선숙 최고위원도 ”공감 능력 제로인 상태로 여전히 책임을 피해자 탓,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비단 한 총리의 문제가 아닌 ‘정부‧여당’ 전반의 문제라는 점도 짚었다. 이태원 참사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경남 창원시의회 김미나 국민의힘 의원의 망언 등을 겨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함께 사는 국민으로서 얼굴을 들기 어려울 정도로 부끄러운 여당 인사들의 막말 행태는 희생자들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라며 “여당은 망언 인사들에 엄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 내에서도 이러한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공감 능력 제로”라며 “안타까운 비극 앞에 총리가 할 말인가”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생존자들이 얼마나 큰 심리적 충격을 겪고 있는지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음을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어떡하면 책임을 회피하나 이런 생각만 하니까 저런 말이 툭 튀어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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