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와 유가족들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와 유가족들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가 13일 성역 없는 국정조사와 대통령의 공식적 사과를 촉구했다. 지난 11일 국민의힘 국정조사 위원들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에 대한 반발로 사퇴 의사를 표명한 이후 유가족들이 직접 나서 국정조사 진행을 호소한 것이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와 정부는 국정조사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고(故) 이지한 씨의 부친인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국정조사는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밝히고 정부가 2차 가해·재발 방지와 안전 대책을 세우는 과정”이라며 “법적, 행정적 책임까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성역 없이 충분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이 외에도 국정조사를 통해 △ 부검 시 마약 검사를 권유하게 된 경위 △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112 신고체계 △ 정부가 유가족끼리 연락하지 못하도록 했는지 등을 밝혀달라고 했다.

이날 유가족들의 발언에 기자회견장 곳곳은 눈물바다가 됐다. 고(故) 박가영 씨의 어머니 최미선 씨는 참사 당시 가영 씨의 행방을 찾아 헤맸다며 “말단 공무원 한 명 나오지 않았고 어떤 상황인지 설명해주는 사람 한 명 없었다. 가만 있으라던 용산경찰서장은 끝까지 연락이 없었다. 아이의 마지막도 모른다. 여태껏 알려주질 않는다. 무능해도 이렇게 무능할 수가 있는지 답답하고 분노가 치민다”고 규탄했다.

고(故)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는 “아들 영정 앞에서 ‘지한아, 옛날 엄마를 잊어라. 밥 챙겨주고 고운 말을 하며 앞에 나서지 않는 엄마는 잊어라. 명명백백히 밝혀질 때까지 투사가 되겠다’고 맹세했다”며 “대통령의 사과는 주어가 없었다. 주체가 없는 사과였기에 자꾸 사과하라는 것 뿐이다. 나는 독립운동가가 아니다. 내가 마치 독립운동가인 것처럼 행동하도록 만들지 말아 달라”고 했다.

또 래퍼 아들을 둔 장제원 의원을 언급하며 “지한이 보다 두 살 어린 아들이 같은 연예계에 종사한다. 그 아들이 무사한 것이 제게는 큰 기쁨”이라며 “당신 아들과 내 아들이 같은 골목에 있었다면 국정조사를 반대했겠느냐. 같은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 달라”고 했다. 조씨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취재진들에게 정쟁으로 몰고 가지 말아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눈물로 취재진에게 호소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눈물로 취재진에게 호소를 하고 있다. / 뉴시스

◇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앞날 불투명

유가족협의회가 국회까지 찾아와 호소한 것은 국민의힘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이 일괄 사퇴의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국회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4일 본회의 의결로 꾸려졌지만, 여당 의원들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진행에 차질이 생겼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야당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단독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 “예산안이 통과되고 난 뒤에 국정조사를 하고,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기로 했는데, 민주당이 국정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해임건의안을 의결해버렸기 때문에 국정조사가 무용하다”며 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국정조사 참석 여부에 의견이 나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되자 본인의 SNS를 통해 “애초 합의해줘서는 안 될 사안이었다. 우리는 민주당이라는 집단을 상대로 합리적 운운하는 달콤한 속삭임에 꾀여 ‘겉멋 패션정치’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국정조사 반대의 뜻을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또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민주당과 합의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주장하면서 “원내대표를 맡은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겠지만, 현금 주고 부도어음 받은 꼴이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말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여론조사를 보면 거의 70% 국민들이 국정조사를 해야 된다고 말씀들을 많이 한다.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바라신다는 이야기”라며 “서로 합의했기에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국정조사는 해야 된다”고 발언했다.

김교흥 용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간사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특위 야3당 의원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선미, 용혜인, 조응천 위원, 김 간사, 장혜영, 권칠승 위원.  / 뉴시스
김교흥 용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간사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특위 야3당 의원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선미, 용혜인, 조응천 위원, 김 간사, 장혜영, 권칠승 위원.  / 뉴시스

국민의힘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이 사의를 표명하고, 당 지도부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이 야당의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을 질타하면서 국정조사 보이콧 움직임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무엇보다 여당 의원들의 망언에 유가족협의회는 국민의힘 측에 공식적인 입장을 요구했다.

고(故) 이주영 씨의 아버지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도움이 절실하고 힘도 없는 세력을 왜 자꾸 반정부세력으로 몰고 가는 지 이해를 못 하겠다.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유가족끼리 서로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게 해달라는 단순한 요구가 그렇게 정부에 부담을 주는 무리한 요구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유가족협의회 결성에 대해 본인의 SNS를 통해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추모를 넘어 예방으로, 정쟁을 넘어 시스템 개선으로 가야 한다. 이태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에서는 즉각 “권 의원의 ‘종북’, ‘횡령’ 발언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마저 욕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김성회 전 비서관의 발언도 하나하나 꼬집었다. 송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참사는 소위 말하는 해밀톤호텔 옆에 골목만 있던 게 아니다. 현장에서 직선거리로 무려 300미터나 떨어진 곳에도 시신이 있었다고 한다”며 마약의혹을 주장했다.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 비서관 또한 SNS에 “다 큰 자식들이 놀러가는 걸 부모도 못 말려놓고 왜 정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냐”고 유족들을 비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13일에는 국민의힘 김미나 창원시 의원이 본인의 SNS를 통해 유가족들을 향해 망언을 쏟아내 경남도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거듭 ‘꽃같이 젊디젊은 나이에 하늘로 간 영혼들을 두 번 죽이는 유족들’ ‘나라구하다 죽었냐’ ‘자식 팔아 한 몫 챙기자는 수작’ ‘자식 앞세운 죄인이 양심이란 것이 있는가’ 등의 글을 게시했고, 논란이 되자 글을 삭제하고 “유족들을 이용하는 단체를 향한 발언이지 유족들을 향한 발언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뉴시스

◇ 야3당 국정조사 ‘개문발차’

여당의 국정조사 보이콧과 막말이 부각되면서 오히려 국정조사에 명분이 생겼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의 특위 위원들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조사 복귀 의사표명을 하지 않을 시 국정조사 일정과 증인 채택에 대한 모든 권한을 야3당에 위임한 것으로 이해하고, 내일(14일)부터 본격적인 국정조사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야3당 특위 위원들은 “지난 12월11일, 국회에서 60%가 넘는 182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통과됐지만, 국민의힘 국조특위 위원들은 이를 빌미 삼아 위원 사퇴 표명을 했다”며 “국민의힘은 야3당이 요구한 60일의 국정조사 기간을 45일로 줄인 것도 모자라 국가 예산을 인질 삼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지연시키며 20일째 제대로 된 일정 협의조차 나서지 않고 있다. 유가족이나 생존자가 청문회에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출석하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기자들에게 “예산 통과되는 것을 보고 민주당이 제시하는 국정조사 내용들, 현장조사, 기관보고, 청문회 이런 것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정치공세인지 판단하겠다”고 한 만큼 국민의힘 국조특위 위원들의 합류 여부는 예산안 합의 여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국정조사가 시작되더라도 짧은 조사 기간과 증인문제 등으로 파행 가능성은 높지만, 정의당과 기본소득당 등 야권은 13일 유가족협의회와 각각 간담회를 갖고 “단 하나의 의혹도 남기지 않는 진상규명을 위해 사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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