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조합의 회계 시스템 구축 검토를 요구한 가운데 야권과 노동계에서 ‘노조 때리기’ ‘반노동 인식’의 연장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이를 두고 “다짜고짜 옆집 쳐들어가서 숟가락 개수도 알려달라 떼쓰는 격”이라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인 다트(DART)와 같은 노동조합 회계공시시스템 구축 검토를 지시했다고 한다”며 “노동조합을 비리 집단인 양 매도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젠 노동조합 회계 공시라는 상식 밖의 이야기를 꺼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진짜 모르는 것 같아 다시 강조한다”며 “노동조합은 기업과는 다르다. 기업이 회계 장부를 공개하고 감사받는 건 자신들의 상황을 정확히 공개해야 주주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기업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동조합 회계감사를 주식회사와 같은 수준으로 하자니, 대통령이 노조에 투자라도 하시려는 거냐”고 비꼬았다.

아울러 “노동조합 회계자료 결산은 매해 되고 있다”며 “이미 존재하는 노동조합법에 따라 노조는 사무실에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비치하고 3년간 보존하도록 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요구하면 노조는 자신들의 장부를 정확하게 공개해야 한다. 조합원의 마땅한 권리다. 그런데 왜 정부가 나서서 조합원의 권리를 침해하느냐”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노동조합에 회계 공시 시스템 구축을 요구할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사용자단체인 전경련이나 경영자단체인 경총에다가도 똑같은 요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많은 직능단체와 이익단체 중에 하필 노동조합만 콕 집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저 노조만 때리면 된다는 윤석열 정권의 악랄한 반노동, 반노조 인식을 보여줄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을 통제하면 지지율이 오를 것 같으니 억지에 가까운 아무 말이나 하고 있다. 자기 반 친구 때려서 제 힘을 과시하려는 일진과 다름없는 행태”라며 “행패를 부리면 혼나야 한다. 정권이 계속해서 노조 때리기에 골몰한다면 그 후과는 결국 자신들에게 되돌아올 것임을 윤석열 정권은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또한 대통령의 노동혐오 관점을 비판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윤석열 정권이 노동조합 ‘깜깜이 회계’를 운운하지만 정작 문제는 윤석열 ‘깜깜이 정권’”이라며 △ 깜깜이 인사 △ 깜깜이 공사계약 △ 깜깜이 수사 △ 깜깜이 관저정치 등을 열거했다.

이 대변인은 “노동조합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주적 결사체다. 노동조합의 회계에 대한 ‘알 권리’는 조합원의 권한이지, 정권의 ‘노조 때리기’의 수단이 아니다”며 “노동자의 친구가 되겠다고 말해 놓고, 힘을 앞세워 노동조합의 주머니를 뒤지려 하고 있다. 좁은 골목길을 지키며 깡패짓하는 동네 불량배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고 질타했다.

윤 대통령은 2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노조 부패 방지와 투명성 강화가 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노동자 복리 증진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고 계획에 임해달라”며 “노동조합 회계공시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패방지, 회계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보다 투명하게 구체화해 공시가 이뤄지려면 법 개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고,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같은 날 오후 “노동조합의 재정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공개되는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커지고 있으며 ‘깜깜이 회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법 개정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에서도 “귀족 노조 등 노조 부패를 더이상 방치하지 않고 노조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해 기업 공시제도와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 판단이 된다”며 “세금인 국가보조금을 지원하는 민간단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노조 뿐 아니라 시민단체 등을 겨냥해서도 “지난 몇년간 민간단체에 대한 국가 보조금이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정부의 관리는 미흡했고 그동안 그 회계 사용처를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혈세가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에 쓰여진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국민혈세를 쓰는 것에는 성역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지원을 대폭 늘렸던 문재인 정부를 겨냥 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한편, 노동계는 이미 투명하게 회계를 공개하고 있는데 정부가 브리핑까지 하며 법 개정을 추진하는 건 노조를 비리의 온상으로 몰려는 선동일 뿐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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