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오른쪽) 정의당 원내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면담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뉴시스
이은주(오른쪽) 정의당 원내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면담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길어지면서 내년이면 효력이 사라지는 ‘일몰 법안’들의 기간 연장 논의도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에서 여당과의 면담, 노동계와의 대화 등 숨가쁜 조율을 이어가고 있지만 일몰제 연장 여부는 불투명하다.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에 이어 화물연대 위원장이 단식농성을 하면서 안전운임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가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협의가 쉽지 않다. 야권은 정부가 안전운임제의 일몰 연장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권은 현행 안전운임제를 폐지한 후 재논의를 하자는 주장이다. 노동계는 당초 일몰 연장안도 받을 수 없다며 안전운임제 정식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일단 연장안을 받아들이며 한 발 물러섰다.

2020년에 3년 시한으로 도입된 안전운임제는 국회가 연장 시행을 하지 않으면 내년부터 효력이 사라진다. 이에 민주당은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을 당론으로 정하고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단독 의결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의를 해야 하지만, 법사위는 여야 갈등 때문에 열리지 않고 있다. 또 법사위가 열린다 하더라도 국민의힘 소속인 법사위원장이 안전운임제를 심의 대상에조차 올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안건) 방식까지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야권∙노동계 “중재안 수용해야”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와 심상정 의원은 21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의 위원장실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회동을 마친 심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화물연대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이 9일 남았다. 국토위에서 통과된 지 열흘이 넘도록 법사위는 열리지 않고 있고, 아직까지도 대통령과 정부 입장이 완강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여당이 책임 있게 안전운임제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지키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이어 “안전운임제는 잘 알다시피 화물 노동자들의 최저생계비고 생명줄이다. 그걸 그냥 넘겨서 안전운임제를 없애겠다는 것은 화물 노동자를 사지로 내모는 것”이라며 “더구나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은 정부∙여당의 대국민 약속이었다. 파업했기 때문에 무효라니 장난하는 건가. 말도 안된다. 대통령과 정부가 몽니를 부리더라도, 여당이 대국민 약속을 지켜야한다고 강하게 말했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에 따르면, 주 원내대표는 ‘일리 있는 이야기지만 여당으로서 정부와 입장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대통령실과 정부가 아직도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또한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본인들이 발의하고 약속해놓고 법사위 상정도 못하겠다고 몽니를 부리는 정부여당의 행태가 매우 유감”이라며 “화물연대를 비롯한 화물업계에서는 안전운임제 지속추진과 품목확대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안전운임제 일몰과 그로 인한 현장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3년 연장안을 전격 수용하고 국토위에서 이를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물연대도 일몰은 막아야 한다는 대승적 입장에서 파업을 철회하고 현장에 복귀했다. 정부와 여당이 요구했던 조건들이 다 갖춰진 것”이라며 “그런데 파업을 철회하자마자 3년 연장안은 파업 전의 약속이기 때문에 3년 연장안도 동의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본인들이 발의한 법안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이 법안을 반대하는 이유는 한가지다. ‘괘씸죄’로 화물노동자들에게 벌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반대할 명분이 사라지자 국토부는 물류산업 전방에 대한 문제 해결을 핑계 대며 일몰시키려 한다. 정부와 여당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본인들이 주장한 3년 연장안이 법사위에서 통과되도록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20일 정부와 만난 자리에서 “일몰이 되면 시장에서는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이라며 “왜냐면 벌써부터 운반비를 싸게 줄 수 있는 데가 있는지 찾고 있는 화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 또한 “화물연대가 대폭 양보해서 수용한 안인데 그 안마저도 열어 놓고 이야기해야 된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유감”이라며 중재안 수용을 요구했다.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파업 탄압에 대한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 한국정부 제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파업 탄압에 대한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 한국정부 제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 정부여당 “일몰 된다고 큰일 안나”

‘물류산업 발전 협의체’ 회의에서 정부도 화물연대와의 입장차만을 확인했다. 국토교통부는 일몰 기한이 다가온다고 해도 안전운임제 개선안을 먼저 도출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일몰이 되더라도 화주와 운송사, 차주로 일감이 내려오는 물류산업 전반적인 개선안과 안전운임제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몰이 된다고 큰일이 나는 것처럼 생각할 필요없다”며 “법이 정해지면 얼마든지 소급시킬 수도 있고 여러 방법이 있다”고 일몰 전 빠른 논의에 선을 그었다.

여당 또한 정부와 입장을 맞추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안전운임제는 시행하면서 오히려 사망사고가 증가했다”며 “그 어떤 안전도 담보하지 못하는 말로만 안전인 제도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연장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극명한 입장차에 안전운임제는 일몰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당 주류인 친윤계의 의원 공부모임 ‘국민공감’은 21일 ‘노동 개혁’을 주제로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이날 강연회에서 안전운임제와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연일 노조에 날을 세우는 정부와 보조를 맞췄다. 한 여당 의원은 “천천히 논의해야할 법안을 무조건 연장하자고 하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며 일몰 후에 차근차근 논의해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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