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적 무인기 식별 및 대응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뉴시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적 무인기 식별 및 대응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북한 무인기 5대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여진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야당은 물론 당내 일각에서조차 이번 사태를 정부의 ‘안보 무능’으로 연결 짓자 이를 방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대공 방어 실패’의 책임을 전 정부로 돌리고 나섰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북한 무인기 관련 현안 보고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북한 무인기 침투가 사실상 군의 방어 태세가 무너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현 정부의 책임을 지적했다. 

무인기 격추 실패 등 군의 대응태세 점검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자리였으나 이날 공방의 주된 지점은 대통령실 대응의 적절성 여부가 됐다. 민주당은 엄연한 안보 위기 상황임에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가동되지 않았다는 점을 우선 지적하고 나섰다. 또 북한 무인기 침범 당일인 지난 26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이 지방 4대 협의체 회장단과 비공개 만찬을 가진 것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당시 상황이 발생한 뒤 북의 무인기 침투를 지시하며 ‘확전 각오’ 발언까지 한 이후에 비공개 만찬이 있었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확전이라는 사실은 엄청난 이야기”라며 “그런데도 저녁에 송년회를 했다. 앞뒤가 맞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실질적으로 상황이 종료되고 정리된 시점”이라고 해명했지만, 민주당은 “안일한 자세”라고 대응했다. 우리의 무인기 침투 이후 북의 대응을 예의주시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여겼다는 취지다.

북한의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을 지나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북한 무인기의 항적이 서울의 절반 가량을 활보했다고 지적하며 용산 대통령실에 접근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송옥주 민주당 의원도 “용산 대통령실을 지나갔는지 여러 부분에서 정확한 보고도, 정황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사실 은폐’ 의혹을 지적하자, 이 장관은 “용산 지역까지 온 것은 분명히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국민을 속여서도 안 되고 속일 수도 없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 국민의힘, ‘문재인 정부 책임론’ 제기

야당은 이러한 개별적 사안을 거론하며 현 정부의 ‘안보 무능’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무인기에 폭탄이 실렸는지 아닌지 지금도 파악을 못 하고 있으면서 새 떼나 풍선 떼한테는 전투기 출격시켜서 온 나라를 난리나게 만들었다”며 “도대체 이런 국방당국과 대통령실을 믿고 대한민국이 어떻게 멀쩡하겠나”라고 질타했다.

야당의 공세도 공세지만, 여권 내부에서 비판이 나오는 것도 국민의힘으로선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정부의 책임론으로 비화될 소지가 다분한 데다 이번 사건이 ‘안보는 보수’라는 가치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27일) 페이스북에 “겨우 정권 교체를 했는데 보수가 안보에 이렇게도 무능한 건가”라고 지적했고,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도 이날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 인터뷰에서 “보수가 안보를 이야기하는 건 그만큼 안보에 대해서 빈틈없고 철저하고 잘 방비를 한다는 데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취임하면서도 안보를 강조했는데 무인기를 한 대도 격추 못 했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책임이 윤 대통령을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상황을 ‘전 정부’ 책임으로 돌리며 엄호에 나섰다. 지난 2017년 6월 강원도 인제에서 동일한 무인기가 발견됐음에도 문재인 정부가 이후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문재인 정부 당시 성사된 ‘9·19 남북군사합의’로 인해 군이 형해화 됐다고도 지적했다. 군사분계선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감시초소를 철수함으로써 무인기의 식별 자체를 불가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전 정권에서 이러한 행위를 한 사람들이 어떻게 손가락질을 할 수 있나”라며 “내로남불”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한 규탄결의안을 내야 한다고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국방 약화, 군이 해체 수준까지 가게 된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축적된 것”이라며 “지금 와서 이걸 정치공세 한다는 거면 당장 9·19 군사합의 위반한 것에 대해 대북 규탄을 하시라”고 목청을 높였다. 

◇ ′무인기 격추 실패′ 사과한 이종섭 장관

한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북의 무인기 침범과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이 장관은 “어제 작전본부에서도 두 차례 걸쳐서 국민들께 송구한 말씀을 올렸다”며 “오늘도 마찬가지로 국방부 장관으로서 북한의 무인기 도발 상황에 대해, 작전 결과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군은 △합동참모본부 차원의 실질적 교육훈련 △소형 무인기 최적화 작전 수행체계 마련 △무인기 타격 필수자산 조기 확보 등의 대책 마련도 공언했다. 윤 대통령인 ‘드론부대 창설’에 대해 기존의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수준보다 상위 부대의 개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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