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가 GS리테일과 손잡고 요편의점 서비스를 론칭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19년 12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던 국내 배달앱 업계에서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대형 M&A가 발표됐다. 국내에 설립한 자회사를 통해 업계 2위 배달앱 ‘요기요’ 등을 운영하고 있던 글로벌 배달플랫폼 서비스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업계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인수에 나선 것이다.

단순히 일방적인 M&A는 아니었다.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은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합자회사를 설립해 그 운영을 우아한형제들 창업주인 김봉진 이사회 의장이 맡기로 했다. 또한 김봉진 의장은 자신이 보유 중이던 지분을 딜리버리히어로 지분으로 전환하며 딜리버리히어로 경영진 중 개인 최대 지분 보유자가 됐다.

여러모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M&A가 아닐 수 없었다. 국내 배달앱 시장만 놓고 보면 업계 2위가 업계 1위를 품에 안는 모양새였고, 90% 이상의 합산 점유율로 국내 배달앱 시장의 양분해온 두 배달앱의 만남이기도 했다.

◇ 졸지에 새 주인 맞았던 요기요, 시너지 창출 잰걸음

이 같은 발표가 나온 지 1년여 뒤인 2020년 12월, 이번엔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가 업계를 주목시켰다.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을 심사한 공정위의 결론은 ‘요기요를 팔아라’였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기 위해선 요기요 등을 운영 중이던 자회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현 위대한상상)를 매각하라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했다. 배달의민족을 품기 위해 요기요는 내놓기로 한 것이다. 물론 이는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동반자 확보 차원의 결정이었지만, 요기요는 졸지에 굴러들어온 돌에게 자리를 빼앗기는 설움을 겪어야 했다.

매각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당초 기업가치가 2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과 함께 굵직한 인수 후보들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막상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하니 찬바람만 불었다. 기본적으로 제시된 6개월의 매각 기한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진전은 없었다. 매물로 나온 과정은 물론, 새 주인을 찾는 과정도 설움으로 가득했다.

그러던 중 사모펀드와 GS리테일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를 타진하고 나섰고, 2021년 10월 인수가 최종 마무리됐다. 마지노선인 1년 내에 새 주인을 찾는데 성공한 점, 사모펀드만이 아닌 전략적 투자자가 포함된 점, 그 전략적 투자자가 GS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점 등은 긍정적인 대목이었다. 다만, 최종 인수금액은 8,000억원으로 당초 거론됐던 2조원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요기요 입장에선 여러모로 자존심에 상처를 남긴 일련의 과정이었다.

이처럼 요기요가 GS리테일 등을 주인으로 맞이한 것도 어느덧 1년이 훌쩍 지난 가운데, 양측의 협업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요기요는 지난 3일, 편의점 배달서비스인 ‘요편의점’을 론칭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편의점 업계 대표주자인 GS리테일과 손잡고 편의점 상품을 1시간 이내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다. 

요기요는 특히 GS리테일이 이미 갖추고 있는 오프라인 편의점 매장을 기반으로 요편의점 확대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달 중 500여개 GS25 매장을 거점으로 요편의점을 선보이기 시작해 상반기 내에 6,000개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요편의점 포장서비스 역시 향후 1만여 개가 넘는 요편의점으로 순차 확대할 예정이다.

이로써 요기요는 GS리테일과의 협업을 또 하나 추가하며 음식배달을 넘어 퀵커머스 시장 공략 강화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요기요는 지난해 5월 역시 GS리테일의 기존 유통망을 기반으로 하는 ‘요마트’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요기요 측은 “슈퍼마켓(SSM)부터 편의점까지 하나의 앱 안에서 전국 단위 즉시 배송 인프라를 구축해 퀵커머스 승부수를 띄운다는 계획”이라며 “요마트가 1인 가구부터 대가족까지 필요한 신선식품과 생필품 전국 장보기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요편의점은 1~2인 가구 중심의 소량 상품을 빠르게 제공해 다양한 퀵커머스 수요를 충족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요편의점은 트렌드에 민감한 2030 고객을 겨냥해 5,000여개에 달하는 편의점 자체 브랜드 상품과 다양한 콜라보 상품 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배달앱 업계는 이미 퀵커머스 시장과의 경계선이 허물어진지 오래다. 배달의민족은 일찌감치 자체 인프라 구축을 통해 식료품과 생필품 등을 단시간 내에 배송해주는 ‘B마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애초부터 퀵커머스 시장에 기반을 둔 쿠팡이 배달앱 시장으로 확장한 사례다.

이러한 업계 상황 속에서 GS리테일이란 존재는 요기요의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특장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GS리테일이 이미 구축하고 있는 인프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은 전국 각지에 1만5,000여개 이상의 GS25 편의점과 300여개 이상의 GS더프레시 슈퍼마켓을 거느리고 있다.

특히 요편의점 포장 서비스의 경우 배달 수요를 넘어 오프라인 편의점 수요를 흡수하는 효과까지 기대된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면, 편의점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필요한 상품을 선택해 결제까지 마쳐놓은 뒤 찾아만 가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뜻밖에 맞이한 새 주인이 새로운 차원의 시너지 창출 및 성장 동력 확보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졸지에 매각됐던 설움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바꾸고 있는 요기요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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