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했다. / 뉴시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 발언이 한-이란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정부는 ‘장병 격려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입장을 이란에 설명했다고 했지만, 이란 정부는 한국의 해명을 요구했다. 게다가 이란 정부는 테헤란에 주재하는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고, 우리 정부 역시 주한 이란 대사를 초치하는 등 갈등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 이란의 강경한 대응

갈등의 시작은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을 격려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한국이 이란에 적대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문제는 이란이 해당 발언을 계기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19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전날 이란 외무부는 윤강현 주(駐) 이란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윤 대사는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과 UAE 또는 한국과의 관계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란 외무부 성명서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 법무 및 국제 담당 차관은 윤 대사에게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이란 자금 동결 등 한국 정부의 비우호적 조치를 언급하며 “분쟁 해결을 위해 유효한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양국 관계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해 발생한 한국의 동결 자금 70억달러는 해외에서 동결된 이란의 자금 중 가장 큰 규모에 해당된다. 이란은 지속적으로 자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제재가 계속되고 있어 협상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이란 혁명수비대의 ‘한국케미호’ 나포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사과는 물론, 제재 완화까지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란 정부는 윤 대통령의 자체 핵 무장 가능성 발언을 언급하며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란이 제재를 받는 것도 핵무기 개발로 인한 것이므로, 윤 대통령의 자체 핵무장 발언까지 꺼내들어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 관계 회복 노력하는 UAE와 이란

UAE와 이란은 편한 관계는 아니다. 이란은 시아파, UAE는 수니파다. 또 이란은 미국과 불편한 관계지만 UAE는 친미 성향의 외교를 해왔다. 그러다보니 이란과 UAE의 관계도 미묘했다. 하지만 양국은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주한 이란 대사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란은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지역 국가들과의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역사적이고 우호적이며, 전방위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UAE와 이란의 관계를 ‘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분쟁지역 전문가인 김영미 PD는 ‘YTN 슬기로운 라디오생활’과의 인터뷰에서 "양국이 서로 종교적으로는 적대관계는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적으로까지 (갈등이) 발현되면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로 그걸 피하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김 PD는 이란과 UAE는 종교의 문제로 친밀한 관계까지 발전할 수는 없지만, 이란이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UAE와 협력을 할 의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UAE와 이란이 2019년부터 긴장 완화에 힘쓰고 있는데 ‘제3국이 불필요한 개입을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이를 계기로 이란은 동결자금 협상의 지렛대를 얻게 됐다. 외교부만 해명할 것이 아니라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의 구체적인 해명이 필요한 이유다. 

 

근거자료 및 출처
South Korean envoy to Tehran summoned to Iranian foreign ministry / 테헤란 주재 한국 특사, 이란 외무부에 소환
2023. 01. 18 이란 외무부 홈페이지
주한이란이슬람공화국대사관 대한민국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입장문
2023. 01. 19 주한 이란대사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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