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했다. / 뉴시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 발언의 파문이 지속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UAE에서 아크 부대를 방문해 한 발언 때문에 이란 외교부가 공식적인 입장까지 내면서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기다 정치권에서 여지없이 해당 발언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야권은 윤 대통령의 이란 발언을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방문 당시 ‘이XX들’ 발언 논란에 이은 ‘외교참사 시즌 2’로 규정하고 있다. 윤 대통령에게 ‘무능 외교’ 프레임을 씌우기 위함으로 보인다. 반면 여권과 정부는 파문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XX들’ 발언 논란의 후폭풍을 재연하지 않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순방에서도 어김없이 외교 참사가 발생했다”며 “형제국이라는 UAE를 난처하게 만들고, 이란을 자극하는 매우 잘못된 실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향해 “기초적 사리 판단도 못 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외교·안보의 기본을 제대로 챙겨보길 권한다”면서 “전쟁 불사를 외치고 친구의 적은 나의 적이라는 단세포적 편향 외교로는 국민과 나라의 이익을 제대로 지킬 수 없다”고 직격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남의 나라 외교에 참견하는 것도 문제인데 대통령이 한술 더 떠 이웃 국가 간 관계를 적으로 규정하며 위험천만한 상황을 만들었다”며 “중동 세일즈를 천명하며 요란하게 팡파르를 울렸지만 실상은 ‘한국 불매운동’이 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그런 논리라면 이란은 한국의 적이냐. 또 언론 탓하실 거냐”며 윤 대통령의 미국 뉴욕 방문 당시 ‘이XX’ 발언 논란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외교 참사로 국민은 쪽팔린다. 쪽팔린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란 현지 교민들, 기업은 불안하다”고 질타했다. 

서영교 최고위원도 “한-이란 관계뿐만 아니라 UAE에 대한 고려가 없는 망언으로 국익을 훼손하고, 국가 원수가 이란 정부에게 ‘왜 참견하냐’는 소리를 들으며 국격을 추락시켰다”며 “이란 정부가 우리 정부에게 해명까지 요구하고 있으니 이 또한 국가 망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발언 논란에 대해 “한국과 이란과의 관계를 말씀하신 것이 아니다. 우리 장병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에서 한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 역시 지속적으로 “한-이란 양자관계와 무관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전날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옹호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인 정진석 의원은 회의에 출석한 조현동 외교부 1차관에게 “UAE 국민들 입장에서 가장 위협을 느끼는 중동 국가가 어디냐. 이란 아니냐”고 물었고, 조 1차관은 “그렇게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UAE는 안보적으로 불안하니까 우리나라의 국방력을 갖다가 쓰는 거 아닌가”라며 “이란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UAE 국민들은 이란을 최대 위협 국가로 보고 있고, 적대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대를 자극할 수도 있고 하는 문제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당 태영호 의원도 “대통령이 ‘이란은 한국의 적’이라고 발언했다면 부적절했겠지만, 아랍과 UAE를 언급하면서 (장병) 격려 차원에서 한 말이 왜 외교 참사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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