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는 강력한 저출생 대책 도입으로 전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 픽사베이
헝가리는 강력한 저출생 대책 도입으로 전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 픽사베이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세 아이와 다섯 가족으로 처음 맞이한 새해, 연초부터 씁쓸한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먼저, 지난해 우린나라 인구가 또 다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3년 연속입니다. 20만여명이 줄어들었는데, 이 중 11만8,000여명은 출생과 사망에 따른 순수 자연적 요인의 감소였습니다. 태어난 사람보다 사망한 사람의 숫자가 더 많았던 거죠.

출생아수 감소세도 어김없이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태어난 출생아수는 25만4,000여명입니다. 첫째를 임신한 무렵인 2017년 36만2,000여명의 연간 출생아수에 큰 충격을 받은 바 있는데요. 이후 5년 사이에 한 해 10만명이 넘는 출생아수가 사라진 겁니다.

이러한 현실보다 더 씁쓸했던 소식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해임’입니다. 나경원 전 부위원장이 연초 기자간담회를 통해 언급한 내용이 문제가 됐죠. 그는 결혼하면 4,000만원을 대출해주고, 이후 자녀 출산에 따라 이자와 원금을 탕감해주는 헝가리식 모델을 제시하며 이보다 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정부 기조에 어긋나는 발언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고, 일련의 과정을 거쳐 해임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임명된 지 석 달 만입니다.

나경원 전 부위원장의 발언은 표면적 이유에 불과했습니다. 진짜 배경엔 전당대회를 앞둔 여당의 당권경쟁이 자리 잡고 있었죠. 출생아수와 인구가 거듭 줄어드는 시대에, 그것도 한 해를 시작하는 시점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정쟁에 의해 혼란을 겪은 겁니다. 이는 애초에 유력 정치인을 자리에 앉혔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나경원 전 부위원장 해임을 둘러싼 논란은 주로 당권경쟁 측면만 부각됐습니다. 표면적 발단이 된 ‘헝가리식 모델’은 뒷전으로 밀려났죠. 그렇다면, 헝가리식 모델은 정말 우리 정부가 지향해야할 기조와 거리가 멀까요?

헝가리식 모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예비신부가 41세 이하인 부부가 결혼하면 약 1,000만포린트(헝가리 화폐단위, 우리 돈 약 4,000만원)를 대출받을 수 있습니다. 이어 5년 내 첫째 아이를 낳으면 무이자로 전환되고 둘째 출산 시 원금 일부, 셋째 출산 시 원금 전액을 탕감해줍니다.

헝가리는 이러한 정책을 2019년 도입했습니다. 이에 따른 효과는 일단 수치를 통해 나타나고 있습니다. 2018년 5만828건이었던 혼인건수가 2021년 7만2,030건으로 40% 넘게 증가했습니다. 합계출산율 역시 2018년 1.49명이었던 게 2021년 1.59명으로 소폭 상승했죠.

물론 이러한 수치상 변화가 실제 해당 정책에 따른 것인지, 또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적용 가능한지 등은 물음표가 남습니다. 우선, 헝가리는 이전부터 저출생 대책을 적극 실행에 옮겨왔고, 이미 그 효과도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일정 부분 기여는 했겠지만, 해당 정책만으로 저만한 효과가 났다고 보긴 어렵죠. 또한 헝가리와 우리나라의 경제규모, 그리고 각종 사회·문화적 차이를 고려하면 해당 정책을 도입하기 위해 따져봐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다만, 우리가 헝가리식 모델을 통해 배워야할 점은 분명 존재합니다. 저출생 정책에서 삶의 주기 차원의 ‘연속성’이 무척 중요한 요소라는 겁니다. 

매번 강조하지만, 저출생 문제는 그 원인이 상당히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우리 사회가 지닌 모든 문제를 함축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취업부터 주거, 소득, 경력단절, 보육, 교육, 사회적 인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죠. 따라서 출산 시 지원금 지급 정도로는 저출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청년주거문제 해결이 저출생 문제 해결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결혼 시 대출, 자녀 출산 시 이자 및 원금 탕감이란 정책은 그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나의 정책으로 결혼과 출생을 자연스럽게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정책 수혜자 입장에선 각각의 문제를 별도로 고민하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실질적인 효과도 더 크게 다가올 겁니다.

실제 저희도 결혼 당시 신혼부부에게 제공되는 저금리 전세자금대출을 받았는데요, 이후 세 아이를 낳으면서 대출기간과 금리 등에 추가적인 혜택이 계속 더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최장 10년이었던 대출기간이 16년까지로 늘었죠. 이는 저희에게 있어 상당히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헝가리를 보고 배워야할 점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데요. 강도 높은 대책을 실행에 옮긴 헝가리의 합계출산율은 가장 낮았던 게 2011년의 1.23명입니다. 우리나라는 2015년에 1.24명을 기록한 이래 줄곧 하락해 2021년 0.8명까지 떨어진 상태죠. 

헝가리가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것 또한 아닙니다. 헝가리는 GDP가 전 세계 50위권이며, 1인당 GDP는 2만달러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GDP는 전 세계 10위권이고, 1인당 GDP는 3만5,000달러에 육박하죠. 

이러한 양국 상황에 비춰보면, 저출생에 대한 헝가리의 문제의식과 해결의지는 우리가 꼭 배워야 할 부분입니다. 진짜 빨간불이 켜진 건 우리인데, 헝가리식 모델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해임됐다니 다시 한 번 착잡함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헝가리 결혼 관련 지표
2023. 1. 27. 현재 헝가리 통계청
헝가리 합계출산율
2023. 1. 27. 현재 헝가리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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