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은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아주 훌륭한 시설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치솟고 선택권이 좁아지는 현상은 분명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 게티이미지뱅크
산후조리원은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아주 훌륭한 시설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치솟고 선택권이 좁아지는 현상은 분명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어느덧 세 번째로 마주하게 된 출산이지만, 그 신비로움과 감동은 또 새로웠습니다. 다만, 첫째 때와 둘째 때에 비해 너무나도 달랐던 점은 그 여운에 젖어있는 시간이 턱없이 짧을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아내의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 속에 두 아이 육아라는 현실로 서둘러 복귀해야 했죠.

그렇게 저는 두 아이와 셋이서 총 8박9일을 고군분투하며 보냈습니다. 병원 입원기간 2박3일과 산후조리원 이용기간 일주일을 더해서요. 물론, 두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등하원시키고, 놀아주고, 씻기고, 재우는 것 정도는 이제 제게 크게 어려운 미션은 아닙니다. 하지만 엄마를 찾는 아이들의 투정과 거기서부터 높아지는 육아 난이도는 역시 감당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어느덧 세 번의 출산 과정을 거치면서 저에겐 점점 더 커지기만한 물음표가 하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산후조리 문화가 과연 이대로 나아가는 게 좋을지 입니다.

먼저, 분명하게 밝혀둘 점은 산후조리원이 나쁘다는 건 결코 아니라는 겁니다. 고생한 산모가 휴식과 회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고, 갓 태어난 신생아들을 전문인력들이 보살펴주는 아주 훌륭한 시설입니다. 산모와 신생아를 위해 진심을 다해 매진하시는 산후조리원 업계 종사자분들에게도 감사할 따름이고요.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 이면에 분명히 존재하는 현실입니다. 무엇보다 5년 새 세 아이가 탄생하면서 제가 직접 체감할 수 있었던 일련의 흐름은 더 이상 간과해선 안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내용이 길어질 것 같아 두 편으로 나눠 연재해보겠습니다. 오늘은 우선, 치솟는 산후조리원 비용 문제를 살펴보죠.

저희는 이번까지 세 아이를 출산하면서 세 번의 산후조리원을 경험했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세 번 모두 다른 곳이었는데요. 첫째 때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산후조리원이었고, 둘째 때는 그보다 비싼 곳이었고, 이번엔 둘째 때보다도 더 비싼 곳이었죠.

점점 더 비싼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게 된 이유는 자의적이지 않았습니다. 첫째 때 이용했던 곳은 둘째 땐 이미 사라진 상태였고요. 이번엔 둘째 때와 같은 곳을 예약했는데, 그곳이 내부공사를 하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다른 곳을 연결시켜 주었습니다. 내부공사는 기존 침대를 모션베드로 바꾸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아마도 그 산후조리원의 가격도 조만간 올라갈 듯싶습니다.

서울시 강서구에 거주하는 저희는 이번 셋째 출산으로 200만원의 ‘첫만남이용권’을 지급받는데요. 애초에 예약했던 산후조리원은 2주 기준 일반실 380만원, 특실 460만원입니다. 부득이하게 옮긴 산후조리원은 일반실 특실 구분 없이 2주 기준 450만원이고요. 즉, 첫만남이용권을 산후조리원 비용으로 모두 쓰고도 적잖은 추가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셈이죠. 

정도의 차이는 조금씩 있지만 저희 지역 산후조리원 대부분 가격대가 비슷합니다. 무엇보다 이번에 추가로 조사를 해보면서 첫째 때 평범한 축에 들었던 가격대가 셋째 땐 아주 저렴한 축으로 옮겨간 점과 높은 가격대가 더욱 더 치솟은 점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불과 5년여 사이에 말입니다.

그렇다면 가격 차이는 어디서 발생할까요. 우선, 산후조리원의 운영시스템은 전반적으로 크게 다른 것이 없습니다. 아주 비싼 곳은 모르겠습니다만, 대체로 산모는 개인실에서 휴식을 취하며 식사와 간식, 마사지 등을 제공받습니다. 아기는 신생아실에서 전문인력들이 보살펴주고요. 질적인 측면에서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의 내용 자체가 다르진 않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산후조리원이라고 해서 산모와 아기를 소홀하게 대하는 것도 분명 아니고요.

그에 비해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시설인데요. 가격대가 높은 산후조리원은 모두 화려한 인테리어와 최신식 설비를 자랑합니다. 물론 이 역시 중요한 요소인 건 맞지만, 조금은 과하다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세 번씩이나 산후조리원 이용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아쉬운 점은 비용이 치솟은 것만이 아니라 선택의 폭이 좁고, 또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초저출생 현상으로 산모가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산후조리원 업계에서는 시설 및 가격 인플레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고객이 줄어드는 문제를 고객 1명 당 수익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는데요. 비단 산후조리원 업계만이 아니라, 각종 유아용품 업계에서도 같은 현상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죠.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실제 제가 만났던 한 유아용품 업체 관계자는 저출생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하더군요. 

“출생아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한편으론 아이 한 명에게 더 많은 돈을 쓰는 현상도 존재합니다. 내 자녀는 없어도 조카를 위해 지갑을 여는 이모, 삼촌, 혹은 지인들이 있고, 그들의 씀씀이가 큰 편이기 때문이죠. 유아용품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지점입니다.”

문제는 애초에 숫자가 많지 않은 산후조리원 업계에선 이로 인해 출산가정의 부담이 가중되는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적당한 시설과 가격을 원하는 출산가정이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죠. 소비자의 선택권이 적정하게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 또한 우리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중요한 요소인데 말입니다.

다음 편에선 이 같은 현상으로부터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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