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체 산모의 10명 중 8명이 이용할 정도로 산후조리 문화에서 산후조리원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2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세 아이, 다섯 가족으로 처음 맞는 새해라 감회가 남다르네요. 올해도 아이들이 저마다 무탈하게 잘 성장해나가는 한 해가 되길 바라봅니다. 사회적으로는 초저출생문제에 긍정적인 변곡점이 되는 한 해가 되길 바라보기도 하고요.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 산후조리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보겠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부터 3년 주기로 통계청과 함께 산후조리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모자보건법에 따라 산후산모‧신생아의 건강 및 안전 증진 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 통계자료를 구축하기 위해서인데요. 지난해 두 번째로 실시된 실태조사의 결과는 올해 초 발표된 바 있습니다. 

조사 결과에서 단연 주목을 끄는 것은 산후조리원의 존재감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산후조리 장소별 이용률 조사에서 산후조리원은 무려 81.2%를 기록했습니다. 본인 집(88.8%)에 이어 높은 수치죠. 중복응답인 만큼, 산후조리원에 이어 본인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는 산모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첫 번째 조사였던 2018년엔 산후조리원 이용률이 75.1%였습니다. 3년 새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산모의 비중이 더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산후조리 장소 선호도에 대한 조사에서도 산후조리원은 2018년 75.9%에서 소폭 증가한 78.1%를 기록하며 압도적 1위를 유지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산후조리 문화에서 산후조리원의 존재감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앞서 살펴봤듯 비용 및 시설 측면에서의 인플레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 건데요. 이는 산후조리 실태조사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합니다.

2021년 산후조리 실태조사 결과, 산후조리에 드는 평균 비용은 249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산후조리원 이용에 드는 평균 비용은 243만1,000원, 집(본인·친정·시가 등)에서 드는 평균 비용은 81만5,000원으로 집계됐죠. 3년 전 조사와 비교해보면, 산후조리원 평균 비용은 220만7,000원에서 9.2% 증가한 반면 집에서 드는 평균 비용은 95만8,000원에서 14.9% 줄어들었습니다. 정부 지원 확대로 집에서 드는 평균 비용은 감소했지만, 별도의 지원이 없는 산후조리원 평균 비용은 늘어난 모습입니다.

산후조리원 이용과 관련해 가장 필요한 정부 정책으로 꼽힌 것도 다름 아닌 ‘비용 지원(51.3%)’이었습니다. 특히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25세 미만 산모의 70%, 25~29세 산모의 61.9%가 정부의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문제는 산후조리원에 대한 정부 지원이 간단치 않다는데 있습니다. 

산후조리원은 산모 및 신생아에 대한 서비스 수준이 높은 시설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중요한 리스크를 안고 있는 시설이기도 합니다. 감염 등의 측면에서 고위험군이라 할 수 있는 산모 및 신생아가 한 곳에 모여 있기 때문이죠. 우리가 가깝게 겪었던 코로나19 사태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고위험군일수록 ‘거리두기’가 바람직한 것이 기본적인 감염 예방 원칙입니다. 

산후조리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사례는 실제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도 경기 지역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 11명이 RS바이러스에 집단 감염된 바 있죠.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최근 5년 간 산후조리원에서 발생한 감염자가 2,045명으로 집계되고, 이 중 절반 이상(1,165명)이 신생아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수년 전부터 대두돼온 ‘공공산후조리원’이 실제로는 그리 등장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데요. 공공산후조리원은 민간산후조리원이 없는 지방에 산모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들어서고 있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비교적 수요가 많은 도시지역에서, 민간산후조리원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산후조리원은 찾아보기 어렵죠.

보건당국 차원에선 산후조리원이 결코 ‘지향해야 할’ 시설은 아니기 때문에 공공산후조리원 운영에 선뜻 나설 수 없는 건데요. 정부 차원의 산후조리원 비용 지원이 어려운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산후조리원 비용 지원의 경우 자칫 전반적인 비용 상승 현상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고요.

때문에 보건당국의 산후조리 지원 관련 정책은 가정 산후조리 쪽으로 더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산후도우미 지원 제도가 대표적이죠. 저희도 이번에 산후조리원을 짧게 이용하는 대신, 산후도우미를 조금 더 길게 이용했습니다. 셋째 아이다보니 정부 지원이 더 커져 비용 부담은 크게 줄었죠.

다만, 가정 내 산후조리에도 여러 제약이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일반적으로 공휴일이나 야간엔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고, 협소한 공간 등의 문제도 존재하죠. 사실 저희도 이번에 가정 산후도우미만 이용하는 것을 고려해보았습니다만, 이러한 문제들이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2021년 산후조리 실태조사에서도,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이유 중 두 번째로 ‘집안 여건상’이 꼽힌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현재 우리의 산후조리 문화는 산후조리원을 ‘당연히’ 이용해야 하는 시설로 여기는 세태가 더욱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산후조리원의 비용 및 시설 인플레 현상이 나타나면서 부담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후조리원을 지향하지 않는 정부 당국은 공공산후조리원 운영이나 산후조리원 비용 지원 등을 적극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입장입니다. 정부 당국이 지향하는 가정 산후조리엔 현실적인 제약과 아직 부족한 부분 등이 존재하고요.

이러한 현실이 계속 방치된다면 아이를 낳는데 따른 부담을 줄여줄 수 없고, 저출생문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어떤 방향으로든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돼야 합니다. 산후조리원이 꼭 당연히 이용해야 하는 시설인지부터, 현실이 그렇다면 출산 가정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은 없을지, 가정 산후조리를 보다 수월하게 하기 위해선 어떤 부분을 강화해나가야 할지 등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사회적 고민과 담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2021 산후조리실태 조사결과
2022. 1. 26. 보건복지부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