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고속도로를 이용해 먼 거리를 이동하는 일은 꽤나 힘든 일입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가정의 달 5월입니다. 완연한 봄기운 속에 모두가 바빠지는 시기지만, 육아가정에겐 특히 더 그렇습니다. 어린이날만 해도 선물부터 나들이까지 한바탕 전쟁을 펼쳐야 하죠. 올해는 궂은 날씨로 인해 더 그랬고요.

저희는 본의 아니게 올해 가정의 달을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아내의 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서울에서 부산과 창원을 다녀왔고, 2월에 돌아가신 이모 관련 가족행사를 겸한 가족여행으로 또 멀리 지방을 다녀왔죠. 

덕분에 모처럼 고속도로를 실컷 달렸는데요. 세 아이와 함께, 다섯 가족으로 장거리 고속도로를 이용하니 이전보다 훨씬 더 정신이 없었습니다. 또, 새삼 눈에 들어오는 것도 많았고요.

먼저, 고속도로 휴게소입니다.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하고 즐거운 공간인 고속도로 휴게소는 육아가정에겐 더욱 중요한 시설인데요. 저희 같은 경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식사라도 하게 되면 1시간은 기본이고, 1시간 30분을 머물게 되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식사를 챙기고, 용변을 처리하고, 놀이시설이나 매점 등을 이용하며 소화도 시키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곤 하죠.

이번에 이용한 여러 고속도로 휴게소에선 유아 관련 시설이 확실히 많이 좋아진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첫째 때만해도 수유실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 곳이 적지 않았는데요. 이제는 기본적인 시설 및 운영이 갖춰져 있어 불편을 느낄 일이 없었습니다. 수유실뿐 아니라, 식사 공간이나 가족 화장실, 가볍게 즐길거리 등 다른 시설 측면에서도 유아동과 육아가정을 위한 노력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유독 느낀 건 휴게소 내 음식 메뉴입니다. 아이들을 먹일 메뉴가 마땅치 않거나 품질에 비해 너무 비싸고, 심지어 시간대에 따라 운영하지 않는 메뉴가 있다 보니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 번은 아예 도시락을 싸기도 했죠.

고속도로 휴게소의 유아동 및 육아가장을 위한 시설은 과거에 비해 많은 개선과 발전이 느껴집니다. / 권정두 기자 
고속도로 휴게소의 유아동 및 육아가장을 위한 시설은 과거에 비해 많은 개선과 발전이 느껴집니다. / 권정두 기자 

반면, 뜻밖에 만난 한 휴게소 식당은 무척 만족스럽기도 했습니다. 원하는 반찬과 메뉴만 골라서 먹을 수 있는 곳이었는데, 아이들 먹기 좋은 반찬도 잘 갖춰져 있었고 더 저렴하게 먹일 수 있었죠.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과 여러 논란은 오래 전부터 계속돼오고 있는 사안인데요. 적어도 아이들 먹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더 빨리 개선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거창한 것까진 아니더라도 아이들을 위한 메뉴를 1~2개쯤은 마련하고, 안심할 수 있는 식재료를 쓰면서 가격 또한 부담이 크지 않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겁니다.

부쩍 많이 늘어난 졸음쉼터에서도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는데요. 우선, 졸음쉼터는 운전자뿐 아니라 육아가정에게도 참 고마운 시설입니다. 저 같은 경우엔 결혼 전엔 별로 이용해본 적이 없는데, 아이들과 함께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참 요긴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다니다보면 급작스럽게 온갖 ‘비상상황’이 발생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죠.

다만, 졸음쉼터에 기저귀 교환대는 꼭 설치돼있으면 합니다. 졸음쉼터 자체가 간이 차원의 시설이고 공간여유가 많지 않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접이식 등의 기저귀 교환대 하나쯤은 충분히 설치할 수 있을 겁니다. 응가를 한 아이의 기저귀를 차량 내에서 갈아주는 게 무척 난감한 일이거든요.

셋째가 생긴 뒤 11인승 승합차로 바꾼 저희는 이번 일정 중 부모님과 동행했을 땐 버스전용차로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행락철 주말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뻥 뚫린 버스전용차로 이용은 정말 편리했는데요. 과거 휴가철 등에 극심한 교통체증 속 힘들어하는 아이들과 고역을 치렀던 때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이 모두 많이 지쳐했는데,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한 덕분에 훨씬 수월하게 귀가할 수 있었답니다.

때마침 얼마 전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은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다른 차량과의 구분 방법이나 악용 문제 등 충분한 검토 및 보완이 필요하겠지만, 다자녀 가정에 대한 혜택 확대와 이를 통한 출산·양육 장려라는 취지에 적극 공감합니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는 여러 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내세울만한데요. 아이들이, 또 아이들과 함께 이용하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도록 계속해서 개선 및 발전해나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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