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첫 아이의 탄생은 막연하게만 여겨왔던 초저출생시대의 문제를 실감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연간 출생아수 ‘30만 명’이란 숫자가 안겨준 충격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렇게 우리의 심각한 저출생 문제를 아빠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해법을 모색하는 <‘초보아빠’ 권기자의 육아일기> 연재가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4년이 훌쩍 지나 ‘초보아빠’는 세 아이를 둔 ‘다자녀 아빠’가 됐습니다. 이제는 <초저출생시대, 다자녀 아빠로 살기>로 제목을 바꿔 더욱 적극적으로 초저출생시대 극복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뜻밖에 찾아온 셋째 아이가 저희에겐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이 됐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뜻밖에 찾아온 셋째 아이가 저희에겐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이 됐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평소 저는 일년 열두달 중 11월이 가장 존재감 없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수확의 계절이자 큰 명절이 있는 10월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이자 겨울 및 크리스마스의 낭만이 있는 12월 사이에 끼어있는 무색무취한 달이었죠.

그런데 올해는 여태껏 중 가장 역동적인 11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셋째아이의 탄생이 임박한 가운데, 이사라는 큰일까지 결정됐기 때문입니다. 당장 셋째가 생후 한 달도 되지 않았을 시점에 이사를 해야 하는 커다란 미션을 마주하게 돼 막막한 게 사실인데요. 한편으론 본격적인 다자녀 아빠로서의 출발과 함께 주거의 안정을 이룰 수 있게 돼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저희의 이번 이사는 다자녀 주거지원정책을 통해 성사됐습니다. 셋째 임신 사실을 알고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시작된 공고에 접수해 당첨된 겁니다. 다자녀 주거지원정책의 경우 임신한 태아까지 자녀로 인정해주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사실, 접수를 할 때만 해도 다자녀 아빠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아 각종 다자녀 지원정책들이 낯설고 모르는 것 투성이었습니다. 당첨 가능성은 생각해보지도 못했고, ‘일단 한 번 접수해보자’ 했던 건데요. 결과 발표를 앞둔 시기에 꼼꼼히 살펴보니 당첨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다자녀가구에 대한 우대가 다른 무엇보다 압도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예상대로 당첨이었습니다.

대다수 서민들이 그렇듯, 저희도 결혼 이후 주거문제가 가장 큰 숙제였습니다. 2017년 4월 결혼해 2018년 6월 첫째 2020년 9월 둘째가 태어난 가운데, 하필이면 이 시기 집값이 폭등하면서 가뜩이나 가장 큰 문제인 주거문제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집값 등 경제적인 측면을 비롯해 주거여건, 출퇴근 등 기본적인 문제들은 물론 아이들과 관련된 것들까지 고려해야 하다 보니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은 무언가를 더 중시하고 무언가는 포기해야하는 선택의 문제였는데, 그 선택이 쉽지 않았죠.

그런데 때마침(?) 의도하지 않은 셋째가 생기면서, 저희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시점과 방식으로 당장의 주거문제 고민을 크게 덜게 됐습니다. 현재 거주 중인 곳에서 멀지 않고 비교적 최근에 조성된 곳인데다, 교통과 주변 환경이 좋은 편이고 무엇보다 경제적 부담도 크지 않죠.

이렇게 직접 체감하게 된 다자녀 주거지원정책은 그 효과가 꽤 큰 것 같습니다. 주거문제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고, 또 풀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일 겁니다. 만약 셋째가 생기지 않았거나 이러한 정책이 없었다면 저희는 지금도 주거문제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을 테고, 결국 무언가는 포기한 결정을 수용했겠죠. 또한 아마 주변에도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자녀문제 역시 더 신중을 기하라고 조언했을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다자녀 주거지원정책에 개선돼야 할 점도 많이 보입니다. 먼저, 앞서도 꾸준히 지적돼오고 있는 품질 향상 문제입니다. 분양과 임대 등 여러 지원정책이 다자녀가구에게 큰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만, 여전히 소형평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는 다자녀가구의 특성 및 수요와 부합하지 않습니다. 실제 다자녀가구에 대한 소형평수 공급 물량에 지원이 저조한 사례들이 종종 나타나고 있죠.

또 하나 제가 느낀 것은 꼭 다자녀가 아니더라도 자녀가 있는 가구에 대한 지원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현재의 정책은 자녀가 3명 이상인 다자녀가구 우대에 집중돼있다 보니 자녀가 2명 또는 1명인 가구는 혜택을 받는 것이 상대적으로 무척 어렵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의 초저출생문제를 돌이켜보면 자녀가 1~2명인 가구의 중요성을 결코 간과할 수 없습니다. 결혼 자체가 줄고,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가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니까요. 

지난해 출생통계를 살펴보면, 26만600여명의 출생아 중 셋째아이 이상은 2만1,200여명이었습니다. 첫째아이는 14만8,000여명, 둘째아이는 9만1,300여명이었죠. 이는 그만큼 다자녀가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구의 규모가 애초에 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1~2자녀 가구에 대한 주거지원정책이 확대된다면 초저출생문제 해결 효과는 그 실효성이 더욱 커질 겁니다. 1자녀·2자녀 가구의 경우 소형평수에 대한 수요도 다자녀가구에 비해 높을 수 있고요. 1자녀·2자녀 가구에 별도의 공급을 진행하고 다자녀가구와 평수를 구분하는 등 여러 방법을 모색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4까지 떨어졌습니다. 그 심각성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도 거듭 악화되기만 하는 흐름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갖고, 자녀를 더 가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당면과제입니다. 주거지원정책은 이 과제에 있어 굉장히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안이고요.

저희는 이제 곧 태어날 셋째를 ‘복덩이’라 부릅니다. 뜻밖의 임신으로 걱정부터 앞서게 했던 셋째가 주거안정이란 뜻밖의 선물을 안겨주었네요. 다만, 저희처럼 ‘복덩이’가 찾아오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주거문제에 대한 걱정 없이 자녀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보다 확대돼야 할 겁니다.

마침 정부는 최근 다자녀가구 지원 혜택을 2자녀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나섰고, 여기엔 주거지원정책도 포함된다고 합니다. 부디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효과를 나타낼 정책이 속도를 내 마련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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