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대란은 초저출생시대에 직면한 또 하나의 중요한 당면과제 입니다. / 뉴시스
소아과 대란은 초저출생시대에 직면한 또 하나의 중요한 당면과제 입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여러 인생 대소사 중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역시 ‘아이의 출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장난감을 비롯한 아이용품으로 집안풍경부터 확 달라지고, 모든 생활이 아이를 중심으로 달라지죠. 이전까지 좀처럼 갈 일이 없던 곳의 ‘단골’이 되기도 하고요. 대표적인 곳이 바로 소아과 병원입니다. 이제는 무척이나 익숙한 곳이 됐지만, 첫 아이를 데리고 처음 소아과에 갔던 날의 긴장과 설렘, 낯섦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 총체적 난국이 낳은 소아과 대란… 대책 서둘러야

요즘 들어 소아과 관련 뉴스가 부쩍 늘었는데요. 제목엔 대부분 ‘대란’이란 단어가 빠지지 않습니다. 좋은 소식은 아닌 거죠. 초저출생현상으로 소아환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낮은 진료비 문제가 더해져 소아과 폐업이 늘고, 전공의 기피에 따른 인력부족 문제까지 심화하면서 대란이 빚어지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소아과가 부족이 심각한 지역에선 새벽부터 대기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하고, 응급·중증 어린이 의료체계는 이미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저희가 자주 찾는 소아과 중엔 폐업한 곳이 없고, 지역 특성상 아직 선택권도 있는 편입니다. 물론, 계절적 요인 등으로 인해 환자 수가 급증하는 시기엔 북새통을 피할 수 없지만요. 심할 땐 20명 넘게 대기하며 진땀을 뺀 적도 있습니다.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복잡한 곳에서 한 시간 넘게 기다리는 일은 그야말로 고역이죠.

사실 저는 소아과 대란을 조금 더 일찍 체감한 바 있습니다. 2년여 전, 가족과 함께 지방에 갔다가 아찔한 경험을 한 겁니다. 첫째가 갑자기 구토를 하는 등 아팠는데, 그 지역에 문을 연 소아과가 없었던 거죠. 그나마 가까운 다른 지역의 소아과를 찾아 진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행여 더 급박한 상황이었다면 어땠을지 아찔했습니다.

초저출생현상과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 소멸 문제는 다시 지방에서 아이 키우는 것을 어렵게 만들며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방에서부터 심화하고 있는 소아과 대란은 우리의 무거운 당면과제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소아과 대란은 원인이 분명한 만큼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일이 고된 반면 돈벌이는 되지 않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인 만큼, 이를 해결하면 급한 불을 끌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해결을 위해 상당한 재정이 필요하다는 거죠.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어린이 의료체계에 대한 접근방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어린이병원을 찾아 소아과 대란 관련 대책 마련을 지시했습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어린이병원을 찾아 소아과 대란 관련 대책 마련을 지시했습니다. / 뉴시스

다행인 것은 정부가 이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2일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을 찾아 소아과 대란과 관련해 정책간담회를 열고 철저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습니다. “아이들 건강을 챙기는 것은 국가의 최우선 책무”라며 “관련 부처는 필요한 어떤 재원도 아끼지 말고 지원하라”고 강조하기도 했죠.

관건은 적절한 대책이 빠르게 실행될 수 있을지 입니다. 그동안 정권을 막론하고 저출생문제와 관련해 대대적인 대책 마련 및 발표가 있었지만, 지지부진하거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책도 적지 않았으니까요.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부디 그렇지 않길 바랍니다.

한편으론, 소아과 대란 속 희망적인 변화도 있습니다. 병원에 따라 다르지만, 소아과 진료는 대부분 현장 접수만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진료 접수를 받는 곳이 부쩍 늘어났죠. 대기 환자 수도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고요.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높은 기술력에 비춰보면 대단할 것 없는 앱입니다만, 덕분에 소아과를 다녀오는 일이 훨씬 수월해진 게 사실입니다. 일정에 따라 미리 접수를 해두거나, 대기 상황에 맞춰 병원에 방문할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첫째가 태어났을 무렵만 해도 활성화되지 않았던 앱이 셋째가 태어난 지금은 많은 부모 및 아이들의 편의를 향상시키고 있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분명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저는 정부가 소아과 대란 대책 중 하나로 추진 중인 24시간 소아전문상담센터 시범사업과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영상 상담 시스템 구축도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합니다.

아이들이 갑자기 아프거나 다쳤을 때, 또는 이유를 알 수 없이 울 때 부모는 당황하고 적절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전문가의 상담은 상당히 큰 도움이 됩니다. 저 역시 아이들을 키우면서 119 의료상담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첫째가 돌이 되기 전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가 밤늦게 갑자기 기를 쓰며 울어댔던 일을 잊을 수 없습니다. 119 의료상담을 통해 귤을 너무 많이 먹어 그럴 수 있다는 진단을 듣고 물을 많이 마시게 한 뒤 안정을 되찾은 모습을 보고 가족 모두 한숨을 돌렸죠.

스마프톤 보급률이 높은 만큼, 24시간 소아전문상담센터 운영에 더해 영상 상담 시스템까지 구축된다면 훨씬 더 원활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소아과 대란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물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보완책도 서둘러 안착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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