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가 지난 13일 오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 뉴시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가 지난 13일 오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태영호 의원이 제주 4‧3 사건을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언급하며 정치권에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민주당이 태 의원에 대한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까지 거론한 가운데 태 의원은 “남로당 활동의 정점에는 김일성과 박헌영이 있었던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입장을 고수했다.

태 의원은 14일 입장문을 통해 “내가 한 일이란 김일성 일가 정권에 한때 몸담았던 사람으로 참혹하고 무참히 그리고 무고하게 당한 희생자들에게 용서를 구한 것”이라며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면 이야말로 4‧3 정신에 반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용서 구함을 부디 순수하고 진실하게 받아 주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태 의원은 전날(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2일 제주 호국원과 4‧3 평화공원을 방문한 사실을 알리며 “4‧3사건은 명백히 김씨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밝혔다. 그는 같은 날 제주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도 “4‧3 사건의 장본인인 김일성 정권에 한때 몸을 담았던 사람으로서 제주 4‧3사건에서 희생된 유가족분들과 희생자분들을 위해 진심으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제주를 지역구로 둔 송재호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태 의원은 제주 4‧3 유족들과 제주도민께 망언을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라”고 비판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회의원으로서 자질조차 의심되는 국민 통합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발언”이라며 “제정신에서 나올 수 없는 막말이 현역 여당 국회의원에게서 나왔다”고 쏘아붙였다.

위성곤 민주당 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직 아픔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제주 4‧3 희생자와 유가족의 상처에 또다시 상처를 덧댄 망언에 대해 태 의원은 즉각 사과하고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라”며 “민주당은 4‧3사건을 폄훼하고 유가족과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망언에 대해 책임을 물어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태 의원은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입장문에서 “나는 북한 대학생 시절부터 4‧3 사건을 유발한 장본인은 김일성이라고 배워왔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해방 후 혼란기에 김일성은 유엔의 남북한 총선거 안을 반대하고 대한민국에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며 5‧10 단독선거를 반대하기 위해 당시 남로당에 전 국민 봉기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로당 제주도당은 국가공권력에 의한 제주도민들에 대한 과잉 대응을 악용해 무모한 무장 폭동을 주도했고 그 과정에 이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많은 주민들이 억울하게 국가 권력과 극우단체들에 의해 희생당했다”며 “남로당 제주도당이 김일성의 5‧10 단선 반대 노선을 집행한다며 무장 폭동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이 희생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4‧3사건 주동자인 김달삼, 고진희 등은 북한 애국열사릉에 매장돼 있다”고도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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