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대표’ 검토 이야기에 국민의힘이 시끄럽다. 비윤계가 중심이 돼 이러한 발상에 대해 당을 ‘용산 출장소’로 만들려는 것이란 취지로 비판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대표’ 검토 이야기에 국민의힘이 시끄럽다. 비윤계가 중심이 돼 이러한 발상에 대해 당을 ‘용산 출장소’로 만들려는 것이란 취지로 비판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당정 일체’와 ‘당정 분리’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던 국민의힘 내에서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대표론’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해당 내용을 담은 언론 보도가 나온 뒤 ‘친윤계’인 이철규 의원이 “가능한 이야기”라고 언급하며 불을 지폈다. 이에 대해 비윤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사실상 대통령의 ‘당무개입’으로 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내 일각서 걱정스러운 반응도 감지된다.

이 의원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공감’ 공부모임 후 기자들과 만나 “누가 말씀하셨는지 모르겠지만 가능한 이야기”라며 “당과 대통령이 한 방향을 보고 가야지 지금까지 당정 분리라는 게 좀 잘못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TV조선은 전날(14일) 국민의힘 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대표 추대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민의힘 당헌상 대통령인 당원은 ‘명예직’을 수행할 수 있는 만큼, 윤 대통령에게 이러한 ‘직위’를 부여해 당정의 소통을 더욱 원활하게 하겠다는 취지인 셈이다.

윤 대통령을 명예대표에 추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간 국민의힘 내부에서 불거졌던 ‘당정 일체론’의 연장선이다. 친윤계는 앞서 김기현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대통령 탄핵’ 발언을 수습하면서 당정의 ‘일체’를 강조해 왔다. 장제원 의원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정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계속 충돌됐을 때 정권에 얼마나 큰 부담이 있었는지 우리 정당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장악력을 높이고자 하는 윤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당심’의 교집합적 성격이 강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친윤계가 직접 나서서 ‘당정 일체론’을 띄우는 것 역시 당내 ‘윤심(尹心)’을 극대화 시키는 효과를 기대하는 측면이 크다. 이를 통해 전당대회 판세를 ‘친윤 지도부’ 구성에 유리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당내 인사들의 발언에서도 당정 일체론에 대한 ‘공통된 인식’은 역력하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정은) 같은 책임을 지고 같은 목적을 향해 가는, 같은 배에 탄 일원”이라고 평가했다. 김행 국민의힘 비대위원도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당과 정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보다 밀접하게 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책임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라고 언급했다.

◇ ‘명예대표론’ 띄우기에 비윤계 반발

당정 일체론을 넘어 대통령에 대한 명예대표 추대 목소리가 새어 나오자 비윤계는 즉각 발끈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전날 해당 보도를 공유하며 “dictator perpetuo(종신 독재관) 보다는 princeps(수장)를 지향해야 할 텐데”라며 혀를 찼다. 천하람 당 대표 후보 역시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입법부를) 용산 출장소로 만들 것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비윤계의 반발도 반발이지만, 문제는 이러한 ‘발상’ 자체가 사실상 민심과 역행하는 측면이 크다는 점이다. 과거 ‘총재 정치’의 회귀로 대통령의 당무 개입 가능성을 열어 둔 셈이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대통령이 당에서 중요한 인물인 것은 사실이지만 여야를 가리지 않고 통합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이라며 “민주주의 원칙을 강화하기 위해 과거에 대통령 권력과 당을 분리해 놓은 것인데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이 내년 총선 과정에서 ‘개입’할 가능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는 이러한 ‘당정 일체론’에 대해 “당정 일체를 외치는 분들의 속내는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총선 공천 개입’을 바라는 것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안철수 후보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전 의원도 이날 입장을 통해 “민심과 동떨어진 일”이라며 “내년 총선 승리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점화되고 있는 가운데 당내에선 ‘신중론’도 새어 나온다. 김기현 후보는 이날 튀르키예 대사관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당정은 부부관계와 같은 것”이라며 “동지적 관계기 때문에 굳이 어떤 직책으로 논란을 벌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너무 일치되면 건강한 비판기능이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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