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보수의 불모지’ 호남에 모인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의 메시지는 내년도 총선 승리를 위해선 호남을 잡아야 한다는 것으로 집약됐다. 이를 위해 그간 호남에서 ‘외면’을 받아온 당의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목표까지 도달하기 위해 후보들이 지향하는 길은 달랐다. 당정의 소통을 통한 ‘예산 지원’에서부터 ‘호남 출신 최고위원 지명’ 등 다양한 안을 제시했다.
16일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에서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등 당 대표 후보들은 일제히 호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기현 후보는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의 고향”이라며 치켜세웠고 황교안 후보는 “호남이 이제는 국가 미래 비전의 핵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안철수 후보와 천하람 후보는 각각 “수도권 유권자들은 호남에서 우리당 행보를 보고 표심을 결정한다”, “호남을 핵심지역으로 삼아 전국선거를 이길 고민을 해야 한다”며 호남이 전국구 선거의 ‘전략적 요충지’임을 역설했다.
다만 호남을 사로잡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은 달랐다. 가장 먼저 연단에 선 황 후보는 광주‧전남‧전북에 한 명씩 비례대표를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지난번 당 대표할 때 호남에 적어도 세 명의 국회의원이 필요하다, 그렇게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중간에 물러남으로써 나머지 계획했던 두 사람은 세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 대표가 되면 반드시 호남에 세 명의 국회의원을 세워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안 후보는 지명직 최고위원에 호남 출신 인사를 지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우리 당이 170석 압승을 이루려면 호남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언급하면서다. 이어 안 후보는 “저는 호남에서 승리를 이뤄본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면서 “호남 후보들이 부를 때마다 얼마든지 지원을 오겠다. 함께 호남 주민의 마음을 얻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김 후보는 ‘진심’과 ‘진정성’을 띄우며 호남 발전을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실행하는 당 대표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한 강점으로 단연 ‘대통령과의 소통능력’을 띄웠다. 광주 복합 쇼핑몰 이슈를 비롯해 △광주 군 공항 이전 △전라선 고속철도 △전남 국립의대 신설 등 호남의 주요 현안을 언급하며 “그 일을 하려면 대통령과 손발이 척척 맞아 호남 예산을 힘있게 배정할 수 있는 후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 ‘호남 공약’ 두고서 신경전 첨예
호남에 대한 구애에 나서는 동시에 다른 후보를 향한 신경전도 이어갔다. 다른 후보들의 ‘공약’에 맹공을 가하면서다. 김 후보는 황 후보의 호남 비례대표 공약에 대해선 “유감스럽게도 그분은 당 대표할 때 비례대표 한 분을 배정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안 후보의 ‘지명직 최고위원에 호남인사 임명’에 대해선 “이미 우리 당은 당헌‧당규를 고쳐놨다”며 “취약지역에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 20위권 내 다섯 명 이상을 비례대표에 공천하기로 해놨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정통보수 뿌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우리 당 내부 사정을 알아야 일을 한다. 살림이 뭔지도 모르고 어떻게 살림을 하겠나”라고 맹폭을 가했다.
반면,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천 후보는 “호남을 팔아 권력에 줄 서는 자들은 결국 호남의 당원, 주민들을 파는 것”이라며 당내 인사들에 대한 쓴소리를 했다. 그는 “국민의힘의 호남 정치라는 것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서 한 번은 꺾어보려는 시도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호남 사람들을 이용해 본인의 입지를 강화해보려는 일부 정치 모리배들의 놀이터가 돼서는 안 된다”며 “국민의힘의 호남 전략은 단 하나다. 신기록을 세우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방전의 주제는 ‘호남’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안 후보가 ‘울산 KTX 시세차익 의혹’을 고리로 김 후보를 압박하면서다. 안 후보는 “많은 국민들께서 어제 토론회를 보고 의혹이 커졌다고 말한다”며 “김 후보가 당 대표 되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대장동 비리 심판할 수 없다. 오히려 공격받고 총선 필패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민주당식 DNA’라며 반격했다. 안 후보의 정치 이력을 이용해 비판의 날을 세운 것이다. 김 후보는 “없는 말 가짜뉴스 막 만들어 퍼 나르는 민주당식 못된 DNA가 페스티벌이 될 전당대회에 횡행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아직도 민주당식 DNA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분이 우리 당에 많이 있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식 프레임을 하면서 내부 총질하는 후보를 여러분 용납하시겠나”라고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