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당권주자들이 13일 오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현, 천하람, 안철수, 황교안 당 대표 후보. / 뉴시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당권주자들이 13일 오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현, 천하람, 안철수, 황교안 당 대표 후보.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예비경선 후 본선 레이스를 시작한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의 신경전이 뜨겁다. 당 대표 ‘자격’을 띄우는 동시에 상대 후보에 대한 공세적 자세를 취했다. 이날 처음으로 열린 제주지역 합동연설회에서 각 후보들은 상대 후보에 대한 ‘견제구’를 쏟아냈다. 한마디로 ‘진흙탕 싸움’을 방불케 했다.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 등 당권 주자들은 13일 제주 퍼시픽 호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로서의 정견 발표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경쟁 후보 견제에 상당한 에너지를 쏟았다. 예비경선을 통해 후보군이 압축된 만큼 더 강도 높은 검증의 잣대를 들이밀면서다.

◇ ‘집중 견제’ 대상 된 ‘김기현’… ‘적통성’ 지적받은 안철수

집중 공세를 받은 쪽은 김기현 후보다. 김 후보와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안철수 후보는 “당 대표의 힘을 빌려 줄 세우기를 시키고 혼자 힘으로는 설 수 없는 당 대표로는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김 후보를 직격했다. 김 후보의 당권 가도가 사실상 ‘윤심(尹心)’이라는 기류에 편승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김 후보에 대한 공세는 안 후보뿐만이 아니었다. 황교안 후보는 김 후보에게 ‘울산 KTX 역세권 연결도로 노선 변경 의혹’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민주당은 KTX 울산 역세권 연결 도로가 기존 연구용역 착수 보고에서 검토되던 것과는 달리, 중간보고와 최종보고를 거치며 김 후보 소유 임야 쪽으로 휘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640억가량 이득을 봤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당시 김 후보 측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황 후보는 “만약 잘못되면 우리가 이재명처럼 되고, 당 대표가 된다면 우리 당도 민주당처럼 된다”며 제대로 된 검증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불법을 했다면 고치고 아니면 당당하게 이야기하되 큰돈을 얻었으면 내놓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능성’ 발언도 화두가 됐다. 김 후보의 발언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도대체 어떤 정신상태길래 저런 망상을 하는 건가”라고 쏘아붙인 안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도 “이런 실수를 계속 반복한다면 이런 당 대표로서는 결코 총선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부끄러운 당 대표를 원하시는가”라고 당원들을 향해 반문하기도 했다.

천하람 후보도 해당 발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본연설에서 ‘보수의 책임’을 강조하며 난방비 폭등에 집중했던 천 후보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 지도부가 어떤 선택적인 불공정한 전당대회 개입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선 여당 전당대회에서 결코 나와선 안 되는 대통령 탈당, 탄핵을 언급하는 해당 후보는 적극적 경고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 후보는 본연설에선 배제했지만, 당초 연설문 초안에는 김 후보의 ‘대통령 탄핵’ 발언 관련 비판을 담기도 했다. 천 후보는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가 굳이 김 후보를 공격하고 양강구도 언급하면서 저를 배제하고 이런 것을 보면서 보기에 좋지 않아 보여 이를 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맹공을 당한 김 후보의 ‘반격’도 만만찮았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가 죽이려고 영장 신청을 39번하고 1년 반 동안 청와대와 경찰을 총동원해 샅샅이 뒤졌지만 하나도 걸릴 것 없었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동시에 차기 당 대표로서의 우선순위를 “당의 안정”이라고 언급하며 안 후보를 겨냥했다. 그는 “몇 달 전까지 당 지도부의 불협화음이 생겨서 난리 법석이 났고 그 후유증이 지금도 남아있다”며 이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안 후보를 향한 견제는 그의 보수의 ‘적통성’ 여부를 따져 물으면서 고조됐다. 황 후보가 “안 후보는 여러 당을 많이 만들었지만, 자신이 만든 당마다 다 망가뜨렸고 국민의힘으로 들어왔다”며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딨나’라고 했는데 이런 안 후보가 어떻게 보수 정당의 당 대표가 될 수 있겠나”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김 후보가 안 후보 비판에 가세했다.

김 후보는 “무려 20년 동안 입당 이후로 지금까지 (당을) 지켜온 사람”이라며 “한 번도 당을 떠나지 않은 사람, 정통보수의 뿌리를 든든히 내리고 있는 김기현이 돼야 당이 안정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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