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친환경 에너지 사업 시공자 역할에서 ‘그린 인프라 디벨로퍼’ 목표
ESG경영 및 중대재해 방지 시스템 강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완수

금리인상, 고물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집값과 전세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제시한 위험선(6만여호)을 훨씬 넘은 7만5,000여호(올 1월 기준) 수준의 미분양 주택,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가격 급등은 시장 회복을 더디게 하는 악재로 작용 중이다. 이처럼 시장 환경이 급변하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 한 해 동안 부동산 시장 회복이 더디거나 오히려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건설사들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주요 사업 부문인 주택 사업 불황으로 올해 새로운 전략을 짜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시사위크>는 위기 돌파를 위한 건설사들의 생존 전략과 새로운 도전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한화 건설부문이 올해 불어닥친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응하고자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한화 건설부문
한화 건설부문이 올해 불어닥친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응하고자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한화 건설부문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작년 11월 1일자로 지주사 한화에 합병된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해 부동산 시장 악화에도 호실적을 거뒀다. 

합병 이전인 지난해 1~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2조6,82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237억원) 대비 약 39.4% 증가했으며 합병 이후인 같은 해 4분기 매출액 규모는 8,350억원으로 집계 됐다.

작년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811억원으로 2021년 같은 기간 보다 43.2% 가량 늘었다.

다만 지난해 신규 수주량은 전년에 비해 감소했다. 한화 건설부문의 2022년 국내 신규 수주량은 4조6,000억원으로 이는 1년 전인 2021년 6조8,000억원과 비교해 약 32.4% 감소한 규모다.

한화 건설부문은 올해 신규 수주량 목표치를 전년 대비 약 21.7% 증가한 5조6,000억원 책정했다.

개발·인프라·플랜트·풍력 등 한화 건설부문의 기존 수주 잔고량은 2021년 15조6,000억원, 2022년 16조2,000억원, 2023년 16조2,000억원(예상치)이다.

이에 대해 한화 건설부문 측은 “지난해의 경우 물가상승 및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공격적인 수주활동을 통한 외형확장 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했다”며 “시장 전망이 좋지 않은 올해에도 리스크 관리에 몰두하면서 앞서 수주한 국내 대형프로젝트 위주로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되 복합개발, 인프라 사업 위주로 수주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화 건설부문은 올 한 해 동안 부동산 시장 침체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복합개발과 친환경 사업 등을 통해 정면 위기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 수행 경험 토대로 디벨로퍼 역할에 집중

한화 건설부문은 그동안 수주했던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들을 본격화 해 올해에는 디벨로퍼(개발사업자)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먼저 사업비 규모만 약 2조원에 달하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 공사가 올해 본격 시작된다. 회사에 따르면 이 사업은 서울역사 뒤 유휴 철도용지 3만여㎡를 서울역과 연계해 복합시설로 개발하는 것으로 컨벤션센터·오피스·호텔·오피스텔 등이 들어섬에 따라 이른바 ‘강북의 코엑스’ 사업으로 불리기도 한다.

올해 말에는 사업비 1조8,000억원이 투입되는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1A단계 공사가 완료 예정이다. 해당 건물은 5성급 호텔 3개 동을 포함해 1만5,000석 규모의 다목적 아레나, 컨벤션 시설, 실내 워터파크,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이 갖춰진 복합 리조트 시설이다.

또 연내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약 35만㎡ 부지를 스포츠·문화·비즈니스·이벤트가 융합된 초대형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공간 조성사업도 착공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한화 건설부문은 조 단위 규모의 자금을 투자하는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 대전역세권 복합개발사업 등도 올해 안에 추진한다.

2019년 론칭된 한화 건설부문의 주거브랜드 ‘포레나(FORENA)’에 대한 위상도 강화한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현재까지 포레나 노원, 포레나 광교, 포레나 인천미추홀 등 전국 각지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한 랜드마크 단지들이 속속 입주해 브랜드 위상을 높이고 있다”며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에도 포레나 익스테리어 디자인을 비롯해 차별화된 상품들을 지속 개발하고 디자인권 출원을 통해 포레나 상품에만 제한 적용하는 등 브랜드 가치 제고에 힘을 쏟겠다”고 전했다.

한화 건설부문이 시공한 제주 수망 풍력발전단지 / 한화 건설부문
한화 건설부문이 시공한 제주 수망 풍력발전단지 / 한화 건설부문

◇ 수소‧풍력‧수처리 등 친환경 사업,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선정

한화 건설부문은 친환경 사업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이에 대한 투자도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풍력발전, 수소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과 수처리 분야 등 환경사업에서 단순 시공사가 아닌 국내 최고 수준의 ‘그린 인프라 디벨로퍼’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회사에 의하면 지난 2013년부터 추진해 온 풍력발전사업의 경우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이미 76MW급 영양 풍력발전 단지, 25MW급 제주 수망 풍력 발전단지 등을 준공 완료한 회사는 작년에는 90MW급 양양 수리 풍력발전단지의 도급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최근에는 영천, 영월 등의 지역에서도 풍력발전 단지 조성을 위한 사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풍력발전사업은 해상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총 사업비 2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400MW급 신안 우이 해상풍력 사업 개발을 주관 중이며 작년 11월에는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와 해상풍력 공동개발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화 건설부문은 그간 축적한 풍력사업 EPC(설계‧조달‧시공)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점차 개발‧운영‧투자까지 주관하는 풍력사업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수소 에너지 사업 부분에 대한 투자도 멈추지 않는다. 지난 2020년 충남 대산산업단지에 세계 최초로 최대 규모의 ‘대산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준공한 것에 이어 2022년 12월 수소 정제‧생산 관련 100% 국내 기술을 보유한 파나시아와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수소생산 업무협약을 체결한 회사는 올해에도 수소 에너지 사업 강화를 위한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밖에 수처리 분야에서는 대규모 환경융복합 사업을 추진하고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

실제 작년 1월 한화 건설부문은 총 사업비 7,214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하수처리장 민간투자사업인 대전 하수처리장 시설현대화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 같은해 12월에는 총 사업비 2,112억원 규모의 평택시 통복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고 이보다 앞선 지난 2019년 수주한 2,122억원 규모의 천안 하수처리장 시설현대화 사업은 현재까지 차질 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환경부 신기술 인증을 받은 ‘PRO-MBR 공법’ 등 보유 중인 다양한 환경신기술과 특허기술을 통해 단순히 수주 공사를 시공하는 단계를 넘어 각 지자체에서 고민하고 있는 수처리 시설의 이전‧증설‧개발‧운영 등에 대한 종합 솔루션을 제시할 방침이다. 

한화 건설부문 작년 4분기 실적 및 최근 3년간 수주 현황 / 한화 건설부문
한화 건설부문 작년 4분기 실적 및 최근 3년간 수주 현황 / 한화 건설부문

◇ 중대재해 방지 및 ESG경영 지속 강화

한화 건설부문은 올 한해 각 건설현장에 일어날 수 있는 중대재해를 방지하고자 안전환경관리 시스템 강화를 적극 추진키로 했다.

대표이사 직속의 CSO(최고안전책임자, Chief Safety Officer) 및 3개 팀으로 구성된 안전환경경영실 주도 아래 정책적인 부분과 기술적인 측면에서 중대재해 방지 시스템 검토 및 도입을 진행 중이라는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화 건설부문에 의하면 우선 현장에서 사고발생‧위험상황이 예측될 시 협력사는 물론 현장 근로자 누구나 작업 중지를 요청하는 ‘작업 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전국 건설현장에 설치된 CCTV와 본사 모니터링 시스템을 연동한 ‘고위험 통합관제시스템’을 구축해 위험상황 감지 및 예방역량을 강화했다. 

본사의 통합관제조직은 128개 화면으로 전국 현장에 안전 관련 어드바이징(조언)을 수행하며 기존 고정형 CCTV에서 한 발 더나간 이동형 CCTV를 도입해 스마트 안전기술을 활용한 밀착관리를 수행 중이다.

여기에 지난 2017년부터 자체개발‧시행 중인 모바일 안전관리 시스템 ‘HS2E(Hanwha Safety Eagle Eye)’도 지속 운영되고 있다. ‘HS2E’는 건설현장 내 위험 요소나 안전 관련 개선사항이 있을 경우 누구나 즉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전송하고 실시간으로 현장 전체 직원들과 협력사 직원들에게 전파‧조치하는 시스템이다.

아울러 회사는 각 건설현장마다 특성에 맞는 아이디어 기술을 적용하고 효과가 높은 기술은 전사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안전 관리자가 오르기 힘든 교량 상부 공사에 드론으로 안전 점검을 실시하거나 근로자 추락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교육에 VR(가상현실) 기기를 활용하는 등 현장 특성에 맞춰 여러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끝으로 한화 건설부문은 올해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동반성장경영 및 사회공헌 활동 등 ESG경영을 펼칠 계획이다.

지난해 협력사 210개사와 온라인으로 공정거래 협약을 체결한 한화 건설부문은 그동안 하도급계약 저가심의제 운영, 동반성장 펀드 등 금융지원, 경영닥터제 실시 등 다양한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가장 최근인 지난 2월에는 경기 안산에 포레나(FORENA) 도서관 102호점을 개관했다. 올해로 13년째 운영 중인 ‘포레나(FORENA) 도서관 조성사업’은 사회복지시설의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해 작은 도서관을 조성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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