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배달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이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사진은 라이더유니온이 지난해 배달노동자대회를 개최한 뒤 행진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국내 최초 배달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이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사진은 라이더유니온이 지난해 배달노동자대회를 개최한 뒤 행진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최초 배달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이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 국면에 접어들면서 배달앱 수요도 다소 꺾인 가운데, 업계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모습이다. 배달앱 업계와 배달원 특성상 더욱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노사화합’이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민주노총 품에 안긴 라이더유니온

배달앱의 태동 및 성장은 배달음식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며 일상생활을 크게 바꿨을 뿐 아니라 배달원들의 처우 및 위상을 크게 개선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과거엔 소위 ‘철가방’이라 폄하당하기도 하고, 각종 처우 또한 열악한 편이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안전교육, 안전용품 제공, 보험가입, 보험료 지원 등 크고 작은 지원 및 혜택이 생겼고,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배달원이 고수익 직종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배달원들의 서비스 품질과 배달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대체로 향상됐다.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 또한 제기되지만,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는 것을 부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배달원들이 여전히 취약한 위치에 놓여있는 것 또한 분명 사실이다. 우선, 업무 특성상 사고위험 등 안전문제가 상존한다. 또한 진입장벽이 낮아 언제든 과도한 경쟁에 내몰릴 수 있고, 시장 상황이나 배달앱 플랫폼의 정책에 크게 휘둘릴 수 있다. 실제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종식 국면에 접어들고 물가상승 및 경기침체까지 더해지면서 배달앱 수요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자 배달원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초 배달원 노조로서 목소리를 높여온 라이더유니온의 민주노총 가입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렇지 않아도 노사문제가 복잡할 수밖에 없는 배달앱 업계에 긴장감을 몰고 오는 중요한 변화로 여겨진다. 배달원들의 요구가 더욱 커지는 것은 물론, 각종 행동 및 투쟁의 수위도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배달원은 고용형태부터 복잡하다. 배달앱이 자회사를 통해 직접고용하기도 하지만, 배달대행 업체에 소속된 배달원도 많다. 아르바이트 차원에서 개인적으로 배달 일을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또한 고용형태 및 배달서비스 종류에 따라 배달비를 지급하는 주체나 수수료 등이 달라진다. 보통은 배달앱이 이용자와 점주 간 주문을 중개해주면, 점주가 배달대행 업체를 통해 배달원을 공급받고, 배달비는 점주와 이용자가 나눠 부담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각각의 주체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셈이다. 

그렇다보니 노사문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임금’에 해당하는 배달비를 둘러싼 갈등도 더욱 복잡할 수밖에 없다. 배달원 측에선 배달비 인상을, 점주 및 이용자 측에선 배달비 인하를 요구하면서 정작 그 대상은 서로가 아닌 배달앱으로 향하곤 한다.

플랫폼 업계 특성상 알고리즘 등 플랫폼 차원의 정책도 민감한 사안이다. 배달앱 입장에선 이를 모두 공개하거나 모든 주체를 결정에 참여시키는 것이 쉽지 않고, 외부에선 문제 및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배달앱 업계의 까다로운 노사문제는 최근 라이더유니온의 행보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라이더유니온은 지난달 배달앱 요기요에 대해 “배달앱 이용자는 줄어드는데 추가 입점은 지지부진하고, 배달원 추가 모집이 계속되는 가운데 배달료 체계가 바뀌면서 생존권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배달의민족이 최근 ‘묶음배달’에 해당하는 알뜰배달을 도입하자 배달원 일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며 반발하고 나서기도 했다.

각 배달앱 측이 밝히는 의도나 입장과는 차이가 크다. 그렇다고 배달앱 입장에선 배달원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부담스럽다. 자칫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배달원 확보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노조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것 또한 이용자 및 점주의 비용 부담증가로 고스란히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결국 배달앱 업계의 노사문제가 갈등으로 점철되지 않기 위해선 각 주체들의 상호 수용적이고 전향적인 자세와 이를 통한 합리적인 절충점 도출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차원의 중재 및 합의도 요구된다. 배달앱 업계는 ‘노사화합’이란 난제를 실현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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