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윤재옥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의 새 원내사령탑에 TK(대구‧경북) 출신 3선 윤재옥 의원이 당선됐다. 당초 수도권 공략을 위한 ‘지역 안배론’을 내세운 김학용 의원의 우세가 점쳐진 것과는 다른 결과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야당과 협상에서 끌려가지 않고,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당의 기대감이 투영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7일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고 신임 원내대표에 윤 의원을 낙점했다. 윤 의원은 총 109명 중 65표를 얻어 44표를 얻은 김 의원을 제쳤다. 윤 의원은 이날 당선 인사를 통해 “중차대한 시기에 원내대표를 맡아 당과 의원님들을 위해 헌신할 수 있게 돼 무한한 영광”이라며 “공정하고 효율적인 원내 운영으로 짐을 덜어드리고 앞장서서 궂은일과 작은 일부터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사실상 ‘지역 안배론’과 ‘대야 협상력’을 둘러싼 싸움이었다. 수도권 출신인 김 의원은 줄곧 총선 승리를 위해 수도권 출신 원내대표의 ‘영향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영남(울산 남구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이에 힘을 싣는 근거가 됐다. 지도부의 ‘영남 편중’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내에서도 김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다수의 의원들은 김 의원이 아닌 윤 의원을 선택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정책 과제에 힘을 실어야 하는 여당으로서 거대 야당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0대 국회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로서 ‘드루킹 특검’ 협상에 나서 성과를 얻었던 윤 의원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윤 의원도 이날 당선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선거 경험도 있고 협상 경험도 있다 보니 의원들이 시기나 상황의 관점에서 선택을 해주셨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 ‘친윤 일색’ 지도부에 외연 확장 과제

물론 결과상으로는 ‘대야 협상력’을 지지하는 모양새지만, 이면에는 의원들의 여러 기대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란 평가다. 대표적으로 반복되는 공천 우려에 대한 윤 원내대표의 ‘막판 호소’가 의원들의 표심을 사로잡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윤 의원은 이날 투표 전 모두발언에서 “어느 누구도 물갈이를 위한 물갈이 대상 되거나 경선도 못 해보는 일을 당하면 안 된다”며 “단 한 분도 억울함 당하지 않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막판에 보다 간절한 사람한테 동정심이 간다”며 “좀 더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고, 현안 해결과 의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는 점이 어필된 것 같다”고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당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영남권 물갈이’ 가능성과도 흐름을 같이한다. 공천을 우려한 영남권 의원들의 결집이 이뤄지며 수도권 원내대표론에 힘이 실릴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수도권 원내대표가 명분상으론 맞는데 정작 표를 얻을 수도권 의원이 별로 없다”며 “(수도권 원내대표론이) 도움이 됐을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과 김 의원 모두 ‘친윤색’을 지닌 상황에서 김 의원보다는 윤 의원이 이른바 ‘찐윤’에 가까웠다는 점도 의원들의 고려대상이 됐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윤 의원의 경우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상황실장을 역임하는 등 각별한 관계로 평가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통화에서 “(당내) 어떤 분들은 같은 신인이지만 윤 의원이 대통령과 좀 더 가깝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윤 의원에게 남겨진 과제도 분명하다. 당 지도부가 온전히 ‘친윤’으로 꾸려지면서 당과 대통령실의 건전한 관계는 물론, 지지율 하락의 주된 원인인 청년‧중도층 지지 회복이 주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당은 한층 더 친윤 일색 지도부 구성이 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 직할 통치 체제가 공고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윤 의원은 “지난 대선 선대위 첫 보직이 후보전략자문위원장이었지만 후보께서 붙여준 별명이 ‘쓴소리 위원장’이었다”며 “생생한 민심과 의원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역할을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지율에 대해선 “어떻게 (지지율을) 회복할 것인가에 대해 그분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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