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뉴시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국민의힘이 4·5 재보궐선거에서 심상찮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김기현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울산에서 교육감과 기초의원을 내주고, 전북 전주을에서는 한 자릿수 득표율을 얻었다. 표면적인 성적으로는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섰으나, 이것을 이겼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김기현 지역구서 교육감·구의원 뺏겨

국민의힘은 경북도의원(구미·창녕), 청주시의원, 포항시의원 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청주시의회는 여야 동수였는데 이번 선거로 국민의힘이 과반을 차지하게 됐다. 국민의힘의 전통적인 텃밭인 포항의 경우, 국민의힘 후보와 무소속 후보 간의 대결이었다. 구미와 창녕 역시 국민의힘 ‘절대 강세’ 지역이다. 이번 선거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고 할 만한 것은 청주시의원 정도인 셈이다. 

하지만 김 대표 지역구가 있는 울산 남구의원은 민주당에 뺏겼다. 최덕종 민주당 후보가 50.60%를 얻어 신상현 국민의힘 후보(49.39%)를 1.21%p 차로 이겼다. 두 후보 간 표차는 154표다. 울산 북구와 동구에 비해 남구는 보수세가 더 강한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민주당도 최덕종 후보의 당선에 놀란 기색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 후보의 당선에 대해 “울산 시민들이 정말 놀라운 선택을 해줬다”며 감사를 표했다. 

울산시교육감 선거에서도 진보 성향 천창수 후보가 압도적인 표를 얻으며 당선됐다. 천 후보는 고(故) 노옥희 교육감이 세상을 떠나면서 선거에 나서게 됐다. 교육감 선거의 경우 노 교육감이 좋은 평가를 받으며 재선에 성공했기에, 천 후보가 우세할 것으로 점쳐졌다. 김기현 대표는 본인 지역구이고 시장을 역임했던 울산에서 뼈아픈 패배를 맛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선거는 더 참담한 결과를 마주했다. 이상직 전 의원(민주당 소속)이 의원직을 상실하며 치러진 선거여서 민주당은 무공천을 결정했다. 이곳은 2016년 총선에서 보수정당이 당선된 지역이다. 진보당과 무소속 후보가 난립한 상황이어서 국민의힘도 어부지리를 노려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김경민 국민의힘 후보는 8%를 얻었다. 선거비 반액 보전인 10%도 못 얻은 것이다. 거기다 김건희 여사의 과거를 언급했던 무소속 안해욱 후보(10.14%)에도 밀렸다. 김재원 최고위원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논란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 내용면에서 국민의힘 참패 수준

오히려 내용적으로 민주당이 더 나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은 군산시와 울산 남구에서 이겼지만 국민의힘보다는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경북 구미에서 채한성 민주당 후보는 35.04%를 얻었다. 역시 보수세가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 경남 창녕의 우서영 민주당 후보는 24.25%를 받았다. 두 후보 모두 선거비를 전액 보전받을 수 있다. 이는 민주당이 보수세가 강한 지역에서도 30% 언저리의 지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6일 국민의힘 지도부는 선거결과에 대해 말을 아꼈다. 최근 흔들리는 당 지지율에 이어 재보궐선거에서 텃밭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최고위원회의 후  김 대표는 울산에서 패배했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청주에서는 이겼다”는 대답만 남겼다. 

국민의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북 전주을 당협위원장인 정운천 의원에 대한 인사조치안을 논의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 의원이 적극적으로 선거를 돕지 않아 ‘해당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지역사정에 정통한 한 야당 관계자는 “정 의원이 나서었도 (여당이) 졌을 선거다. (패배 원인을 정 의원에게) 덮어씌우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비윤계(비윤석열계)에서는 지도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투표율이 낮은 보궐선거에서는 고령층 투표가 많아 보통 유리한데도 대선이나 지방선거 때보다 10% 가까이 (국민의힘) 득표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대로면 강남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날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이번 보궐선거는 내년 총선에 대한 암시”라며 “대통령도 더 잘해서 지지율을 올리고 집권여당도 지지율을 올리면 선택해 주겠지만, 안 그러면 우리에게는 선택이 없다. 냉정한 판단이 유권자들로부터 내려질 것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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