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정치권의 의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선거제는 다양한 국민의 이해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하는데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며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정치 시작 전부터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왔다”고 덧붙였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이 선거구제나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 언급하면 정치권에 대형 의제를 제시한 셈이 된다.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미온적인 반응이다.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정부가 제출한 개헌안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다툰 것과는 대조적이다. 

◇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정치권

국민의힘 정치개혁특위에서 가급적 중대선거구제로 가자는 입장을 정리했지만, 지역구를 손대는 일인 만큼 소속 의원들의 불만도 상당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자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도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은 2인에서 5인까지를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면서 공천권을 갖기 위한 당내 파벌정치가 심화됐고 소선거구제로 돌아왔다”며 “선거구를 광역화해 복수의 국회의원을 뽑겠다면, 행정구역 개편이 함께 논의돼야 하고, 도를 없애고 몇 개의 광역시로 묶는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더 미지근한 반응이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4일) “저는 (과거에) 다당제, (거대 양당 외에)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정치 시스템이 바람직하다는 말씀을 드렸지만 그 방식이 중대선거구제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예전에 정치 개혁, 정치 교체를 말할 때도 비례대표 강화라는 표현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셈이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비판적인 입장을 냈다. 이 의원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 일본 자민당을 꿈꾸고 있습니까?’라는 제하의 입장문을 통해 “다당제는 들러리일 뿐, 속내는 일본 자민당이 되겠다는 심산이 아닌가”라며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꺼냈다. 불순하고 의심스럽다”고 직격했다. 일각에서는 4명 이상 선출하는 대선거구제가 차라리 낫다는 입장도 나왔다. 

◇ 중대선거구제가 정답일까

현재 우리나라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소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1인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승자가 독식하는 체제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2~5명까지도 선출할 수 있는 제도다. 영미권에서는 다수대표제(Multi-Member District·MMD)라고 불리는데, 말 그대로 한 선거구의 대표가 여럿이 되는 셈이다. 

이 경우 양당 모두 열세 지역에서는 의석을 얻게 된다. 국민의힘은 수도권과 호남권에서, 민주당은 영남권에서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다. 특히 2020년 총선 당시 국민의힘은 수도권에서 40~45%의 득표율을 얻었지만 의석수는 19석에 그쳤다. 이에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수도권에서 더 많은 당선자 배출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중대선거구제가 마냥 반갑지도 않다. 면적당 인구가 적은 농·어·산촌 지역의 현역의원에게 특히 그렇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방은 현재의 소선거구제 하에서도 4~5개 시군을 한 지역구로 묶어 선거를 치르며, 이는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 선거구를 확대하면 현역 의원끼리 맞붙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 있다. 

또 대통령제를 시행하는 나라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게 맞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중대선거구제를 시행할 경우 다당제가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 다당제는 대통령제와 궁합이 맞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대통령제는 5년 단임이다. 다당제가 정착된 나라는 의원내각제를 실시하고, 연립내각을 꾸린다. 현재 한국의 정치 상황과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을 손봐야 하는데, 그럴 경우 지역구 의석이 줄어든다. 지역구 의석이 줄어든다면 인구가 적은 농·어·산촌 지역 현역의원의 반발이 높아진다. 반대로 이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의원정수를 확대하게 되면 국민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즉, 각자의 이해관계가 있고, 여론에 민감한 주제라 정치권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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