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분간 영어 연설… 26번의 기립 박수 받아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국회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국회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미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했다. 미 의회 연설은 한국 정상으로선 지난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연설 제목은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Aliiance of Freedom, Alliance in Action)으로 43분 동안 연단에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연설 내내 ‘자유’와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맺어진 한미동맹의 역사를 짚으며, 최근 자유민주주의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를 짚으며 미래 한미동맹의 방향성을 제기했다. 연설은 영어로 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이 자유를 지키기 위해 세계사에 기여한 점, 한미동맹 70주년 동안 한국과 미국이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걸어온 순간을 짚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세기 동안 미국은 자유를 위협하는 두 차례의 참혹한 대전을 겪으면서도 미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정의로운 개입을 택했다”며 “미국이 치른 희생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사라질 뻔한 절체절명의 순간, 미국은 이를 외면하지 않았다”면서 인천상륙작전과 장진호 전투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한국전쟁에서 미국이 치른 희생, 그리고 미국의 참전에 대한 감사와 전사자에 대한 존경과 예우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의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미군이 치른 희생은 매우 컸다”며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특히 원주 324고지전에 참전했던 고(故)윌리엄 웨버 대령의 손녀를 연설 중 소개하는가 하면, 참전 용사였던 미국 의원들을 일일이 호명하기도 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미국의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며 한국전쟁을 자랑스런 유산으로 여기고 참전용사들을 예우하는 미국정부와 국민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 한미동맹 속에서 전쟁 후 번영한 대한민국의 발전사를 소개하며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전한 데 대해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고 번영을 일구어 온 중심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이제 자유와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는 활력 넘치는 나라”라며 “지난 70년간 동맹의 역사에서 한미 양국은 군사 안보 협력뿐 아니라 경제 협력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초기 일방적 지원에서 상호 호혜적 협력관계로 발전해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70주년을 맞이한 한미동맹을 축하해야 할 이유는 너무나 많다”며 “전쟁으로 잿더미가 됐던 수도 서울은 70년이 지난 지금 세계에서 가장 활기찬 디지털 국제도시가 됐다. 전쟁 중 피난민이 넘쳤던 부산은 환적 물량 기준 세계 2위의 항만 도시가 됐고, 이제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지난 70년간 동맹의 역사에서 한미 양국은 군사 안보 협력뿐 아니라 경제 협력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초기의 일방적인 지원에서 상호 호혜적인 협력관계로 발전해 온 것”이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체결로 인한 교역액 증가, 미국 내 우리 기업 투자로 고용창출이 된 점을 언급했다. 

아울러 “올해는 미주 한인 이주 120주년”이라면서 한미관계 발전의 가교역할을 한 이주 한인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자리에 있는 앤디 김, 영 김, 메릴린 스트릭랜드, 미셸 박 스틸 등 한국계 의원들을 거명하면서 “세대를 이어 온 한미동맹의 증인들”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민주당, 공화당 각 두 분씩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영화 ‘기생충’, ‘미나리’의 아카데미 수상과 ‘탑건’, ‘어벤져스’ 등이 한국에서 사랑을 받고 있음을 언급했다. 이어 ‘탑건’과 ‘매버릭’, ‘미션 임파서블’을 굉장히 좋아한다고도 했다. 

이어 “문화컨텐츠는 양국 국민의 국적과 언어의 차이를 넘어 더욱 깊은 이해와 우정을 쌓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며 “제 이름은 모르셨어도 BTS와 블랙핑크는 알고 계셨을 것이다. BTS가 저보다 백악관을 더 먼저 왔지만, 의회는 제가 먼저 왔다”고 말해 장내에는 웃음이 터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국회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국회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뉴시스

윤 대통령은 “제 평생의 직업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직엄은 대한민국 검사이고, 두 번째 직업은 사랑하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사 시절 저의 롤 모델은 드라마 ‘Law&Order’에 나오는 애덤 쉬프 검사의 실제 모델인 로버트 모겐소였다”며 검찰총장 재직 시 ‘미국의 영원한 검사 로버트 모겐소’라는 책을 출간해 나눠준 일화를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모겐소의 명언인 “거악에 침묵하는 검사는 동네 소매치기도 막지 못할 것”이라는 문구를 인용하며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허위 선동, 거짓 정보로 대표되는 반지성주의 세력을 전체주의 세력이라 칭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거악’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피와 땀으로 지켜온 소중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시스템이 거짓 위장 세력에 의해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용감하게 싸워야 한다”며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신장된 경제적 역량에 걸맞은 책임과 기여를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인류의 자유를 위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할 것이며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또 ‘자유민주주의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요소’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북한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불법적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은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한미의 단합된 의지가 중요하다. 레이건 대통령이 말한 바와 같이 ‘용납할 수 없는 지점이 있으며 절대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는 것을 북한에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날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한 확장억제 강화 방안인 ‘워싱턴 선언’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날로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공조와 더불어 한미일 3자 안보 협력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제안한 ‘담대한 구성’을 언급하며 “한미 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여 나갈 것”이라며 “비핵화 대화의 문을 열어둘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북한 정권이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사이 북한 주민들은 최악의 경제난과 심각한 인권 유린 상황에 처했다면서 “비참한 인권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북한 주민에게 자유를 전달하는 의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미) 의원 여러분도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함께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로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규범을 어기고 무력을 사용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라며 “정당한 이유없이 감행된 무력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세계와 연대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고 이들의 재건을 돕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번영, 연대를 위한 한국의 인도-태평양(인태)전략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포용, 신뢰, 호혜의 원칙에 따라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인태 지역 내 규범 기반의 질서를 강화하기 위해 주요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포괄적이고 중층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 그만큼 한미동맹이 작동하는 무대 또한 확장되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89년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의회 연설에서 했던 ‘언젠가 한국의 대통령이 이 자리(의회)에 서서 오늘 내가 한 이야기가 내일의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말할 날이 올 것입니다’라는 문구를 언급하며 “노태우 대통령의 꿈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지원을 받던 한국은 이제 미국과 함께 개발 도상국에게 개발 경험을 전수해주고 있다. 한국은 공적개발원조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수혜국의 수요와 특성에 맞는 맞춤형 개발 협력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은 외교·안보를 넘어 첨단 분야의 혁신을 이끌어나가고 경제적 불확실성을 해소해 나가야한다면서 “한미동맹은 자유, 인권,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로 맺어진 가치 동맹이다. 우리의 동맹은 정의롭고, 평화와 번영의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동맹은 미래를 향해 계속 전진할 것”이라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나갈 세계는 미래 세대들에게 무한한 기회를 안겨줄 것이다. 여러분께서도 새로운 여정에 함께 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윤 대통령의 연설이 진행되는 약 43분 동안 500여명의 미 상·하원 의원들은 60여차례 박수와 26번의 기립박수를 보내는 등 호응을 보냈다. 조지아주에 현대차공장이 세워진다는 점을 언급할 때 윤 대통령이 웃으며 조지아 지역구 의원석을 지목했고, 조지아 지역구 의원 2명이 일어나 박수로 화답하자 장내엔 웃음이 터졌다. 

윤 대통령은 연설 시작에 앞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환담을 나눴고, 연설 초청 서한에 공동 서명한 상·하원 양당 지도부 4명을 별도로 면담하기도 했다. 연설이 끝난 후 윤 대통령은 매카시 하원의장 주최로 열린 리셉션에 참석해 영접위원단으로 선정된 31명의 상·하원 주요 의원들과 면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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