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해 있다. / 공동취재-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해 있다. / 공동취재-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다. 이는 북핵에 대한 확장억제 방안이 담긴 문서다. 정상회담 이후 확장억제에 대해 별도의 성명을 낸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이 앞서 언급한 ‘나토 이상의 강력한 대응’을 얻어냈는지가 관건이다. 

◇ 워싱턴 선언으로 얻은 것은 무엇

워싱턴 선언은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해 힘의 우위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게 골자다. 주요 내용으로는 △북한의 핵 공격 시 미국의 핵무기를 포함한 전략자산 사용 △핵 전략무기 공동기획 및 실행 방안 협의 △미 전략자산의 정기적 한반도 전개 △핵협의그룹(NCG) 창설 등이 담겨 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워싱턴 선언에서 구체화된 확장억제 강화 실행 방안은 과거와는 다르다”면서 “핵협의그룹을 출범시켜 핵자산과 여러 상황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그 대응 방안에 관한 공동 기획과 공동 실행 이런 것들을 더 강화하고 구체화해서 북핵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확장억제 협력 방안이 강구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북핵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는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핵 전략 무기를 한반도에 주재시키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 가까운 곳에서 핵잠수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행동’을 예고했다. 실제로 이날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자신들의 트위터를 통해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SSBN)의 괌 입항 사진을 공개했다. 오하이오급 SSBN은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트라이던트-Ⅱ’를 운용하고 있다. 확장억제 명확성 강화를 보여주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조치가 ‘나토식 핵공유’ 이상이라고 보고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취재진에게 “나토의 경우 수십개의 동맹국이 있는데, 몇 나라에 전술핵을 갖다놓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 긴장감이 많이 떨어져 있다”고 했다. 한반도에 실전 핵무기가 배치되지 않았지만 더 신속하고 확실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 정부는 확장억제 시행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됐다고 보고 있다.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27일(한국시간)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한국국방연구원 세미나에서 “핵 위협 관련 소통 및 정보공유 강화, 핵 억제 관련 의사결정 참여 등을 추진하기로 합의해 확장억제의 모든 과정에서 우리의 역할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핵 공동 기획, 공동 연습’이 언급됐다는 의미다. 

◇ NPT 준수는 무슨 의미일까

그러나 워싱턴 선언에는 또 한 가지 내용이 언급돼 있다. 성명에는 “윤 대통령은 국제비확산체제의 초석인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의무에 대한 한국의 오랜 공약 및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 준수를 재확인했다”고 돼 있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를 명시한 것이다. 즉 한국의 독자적인 핵개발이나 전술핵 재배치 등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 언론 매체들은 워싱턴 선언에 대해 ‘한국을 안심시켜 핵무장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워싱턴 선언은 북한의 유례 없는 미사일 발사 증가로 인한 한국의 높아진 불안감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은 한국의 여론 변화에 주목했고,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새로운 협력 방안을 내놨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워싱턴 선언은 한국이 자체 핵무장에 찬성하는 다수의 한국 국민에게 확신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NYT는 “한국은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위험이 있더라도 미국이 핵 대응으로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을 막을 것이라는 '확장억제'에 대한 더 큰 확신을 찾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워싱턴D.C.에선 올해 초 윤 대통령이 ‘자체 핵 보유’를 언급한 이후 한국에서 관련 여론이 들끓는 점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반도 비핵화’ 기조를 깨고 싶지 않은 바이든 행정부는 NPT 준수를 언급하며 전략자산 전개를 약속했다는 의미다. 결국 ‘핵무장 포기’를 명시적으로 선언하게 됐다는 평가다. 

또 ‘공동기획·공동실행’이라 했으나, NCG는 ‘기획’보다는 ‘협의’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다. 결정권은 미국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SSBN 등 전략자산 전개를 정례화하는 것은 확장억제 강화를 불러왔으나 중국과 러시아 등의 불편한 반응도 감내해야 한다. 

아울러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던 보수진영 내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유승민 전 의원은 “우크라이나는 핵을 내주고 종이로 안전을 보장 받으려는 통한의 실수를 했다. 워싱턴 선언이 부다페스트 각서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느냐”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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