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을 마친 뒤 싱어송라이터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부르고 있다. / 공동취재-뉴시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을 마친 뒤 싱어송라이터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부르고 있다. / 공동취재-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즉석에서 노래를 불렀다.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의회에선 열띤 박수도 받았다.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에서 극진한 대우를 받았다.

환호와 갈채를 받았으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떨어졌다. 이번 방미를 통해 ‘안보동맹 강화’를 이뤄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실속이 없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29일(이하 현지시간) 귀국길에 오르는 윤 대통령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은 이유다. 

윤 대통령은 26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이뤄진 조 바이든 대통령 주최 백악관 만찬에서 돈 매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다. ‘아메리칸 파이’는 윤 대통령의 애창곡으로, 지난 2015년 뇌종양으로 사망한 바이든 대통령의 장남 보 바이든이 어린 시절 좋아하는 노래였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즉석 ‘공연’에 내빈들은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다음날인 27일 윤 대통령은 워싱턴D.C. 미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했고, 기립박수 26번을 포함한 60번의 박수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미동맹 70주년의 역사를 언급하며 참전용사의 손녀를 소개하거나, 참전용사였던 의원들을 언급하는 등 상·하원 의원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같이 ‘역대급 국빈’이라는 평가를 받은 윤 대통령이 실제로 방미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확장억제 강화 방안인 ‘워싱턴 선언’을 이끌어냈다. 이 성명에는 미 전략자산(핵탑재잠수함·SSBN)을 정기적으로 한반도에 전개하는 등의 조치도 포함돼 있다. 대통령실은 이를 두고 안보동맹 강화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28일(한국시간)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이번에 새롭게 창설된 ‘핵협의그룹’(NCG)은 이전에도 차관급으로 존재했었다. 급이 격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큰 의미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갤럽이 28일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에 따르면, 긍정평가가 30%였고 부정평가는 63%를 기록했다. /그래픽=이주희 기자
한국갤럽이 28일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에 따르면, 긍정평가가 30%였고 부정평가는 63%를 기록했다. /그래픽=이주희 기자

◇ 순방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일까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북한이 핵 공격 시 그런 준비 과정에서부터 우리가 뭐 논의할 수 있고 협의할 수 있다 정도지 실질적으로 우리가 얻어낸 확실한 성과는 없어보인다”고 비판했다. 

또 SSBN의 전개가 한반도의 긴장도만 올릴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미국의 SSBN이 한반도 인근 해역을 돌아다니는 것은 북한 뿐 아니라 중국·러시아를 견제하는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박 전 원장은 “오히려 미국 핵 잠수정이 한반도에 나타나 동북아에 굉장한 긴장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북한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가 가만히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 분야에서의 현안인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반도체법)과 관련해 뚜렷한 해법을 이끌어내지 못한 점도 비판받는다. 대통령실은 “우리 정부와 미 정부는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 그간 우리 기업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했고,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기업들의 투자와 사업 활동에 특별한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실질적인 약속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드러낸다. 정성호 의원은 “반도체법이나 인플레감축법에서 (우리 기업이) 우려했던 바들이 전혀 진행된 바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전 원장은 “경제 0점, 안보 60점”이라고 혹평했다. 

그래서일까. 미국에서 환호와 박수를 받았지만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떨어졌다. 대통령 순방 중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갤럽이 이날 공개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 결과에 따르면, 긍정평가가 30%였고, 부정평가는 63%로 조사됐다. 긍정평가는 지난 주 조사 대비 1%p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3%p 상승했다. 순방이라는 호재에도 지지율이 움직이지 않은 셈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