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전세대출·보증보험 확대, 임대사업자등록제도 운영 부실 주 원인 지목
문재인 정부 시행 ‘임대차3법‘ 간접 원인으로 평가…신규 전세계약 보증금 급등 원인

작년 9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사기 종합대책 브리핑에 진행 중이다. / 뉴시스
작년 9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사기 종합대책 브리핑에 진행 중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지난해 5월 ‘세모녀 전세사기’ 주범 김모 씨와 분양업자 등 일당이 검찰에 의해 구속기소되면서 불거진 전세사기 이슈는 이후 이른바 ‘빌라왕’ 김모 씨, ‘청년 빌라왕’ 송모 씨, ‘빌라의 신’ 권모 씨, ‘건축왕’ 남모 씨에 이르기까지 우후죽순 발생했다. 

또 서울 강서구‧인천 미추홀구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만 집중됐던 전세사기는 최근 들어 경기 동탄‧화성, 경기 구리, 서울 은평구, 세종, 부산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처럼 전세사기 사례가 급증하면서 중요한 문제점이 드러났는데 바로 피해자 대부분이 신혼부부‧사회초년생 등 20‧30대 청년층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이들 20‧30대 청년층에게는 전세보증금이 전재산이나 다름 없기에 전세사기 직후 큰 상실감에 빠져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2월말부터 4월 중순경까지 인천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상실‧좌절감에 유명을 달리하기도 했다.

정부는 작년 9월 전세사기 대책 발표 이후 그동안 3회에게 걸쳐 추가 대책을 마련하다 올해 피해자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특별법에 근거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지난달 말 또 다시 발표했다. 하지만 대책을 시행하기 위한 특별법은 여야간 의견 대립으로 여전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이처럼 전세사기 문제가 최근 들어 급증한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 <시사위크>는 국내 부동산 전문가 4명을 통해 전세사기 발단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짚어봤다.

◇ 임재만 교수 “아파트 선호 쏠림 현상이 전세사기 키워” 

전문가들은 대체로 △전세자금대출 확대 △HUG의 무분별한 보증보험 허용 △민간임대사업자 등록제도의 방만한 운영·관리를 주원인으로 꼽았다.

또 정부가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는 임대차3법(전월세등록, 전월세상한제, 2+2 계약갱신청구권)은 간접적 원인으로 작용했을 뿐 주 원인은 아니라고 봤다.

이외에도 아파트 선호현상, 2~3년 동안 주택 급등 시기 등을 주된 원인으로 보는 의견도 있었다.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 쏠림 현상”이라며 “과거에는 빌라도 적절한 매매수요가 있었으나 아파트 가격이 급증하자 수요 자체가 아파트로 쏠려버리게 됐다”고 진단했다.

또 “특히 20·30대 청년층의 아파트 선호도는 가장 높다. 이들은 빌라는 전세로 살지언정 절대 사지 않는다”며 “아파트 구매를 원하는 청년층은 보다 싼 빌라 전세를 많이 이용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정부에 의해 전세자금대출 한도가 확대됐고 전세가율 100% 주택도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전세사기 여건이 만들어졌다”고 부연했다.

임재만 교수는 “건축업자들이 직접 임대사업에 나서거나 갭투자자들에게 집을 넘기기 시작했고 집값 상승과 함께 전세가격이 급등해도 전세대출 확대 등으로 인해 높아진 전세가격을 감당할 수 있게 돼 너도 나도 전세를 살기 시작했다”며 “여기에 코로나 사태에 따른 초저금리까지 더해져 기존 월세 살던 사람들까지 오히려 전세를 사는 게 유리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정부가 민간등록임대사업자에 종부세 감면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자 전세보증금을 끼고(갭투자) 집을 다량 구매하는 다주택자가 양산됐다”면서 “결국 이같은 요인들이 복합 작용해 전세사기 판이 커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정부에 전세사기 피해대책 마련을 촉구 중인 피해자들 / 뉴시스
지난해 12월 정부에 전세사기 피해대책 마련을 촉구 중인 피해자들 / 뉴시스

◇ 한문도 교수 “정부의 전세자금대출‧보증보험 확대로 전세사기 문제 확산”

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 전공 겸임교수는 “근본적인 원인은 전세자금대출 및 보증보험 확대로 볼 수 있다”며 “임대차3법 시행은 전혀 원인이라 볼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교수는 “과거 이명박 정부 때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했다가 집값이 들썩이자 원상회복시켰다”며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대출 한도를 3억원까지 올리고 이후 5억원까지 늘렸다. 박근혜 정부 때 전세자금 대출을 확대하지 않았더라면 문제가 이처럼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보증보험 한도 확대도 전세사기 확산에 한몫했다”며 “100%가 아닌 시세의 60% 수준만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했다면 은행들도 공격적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실행하지 않고 좀 더 신중을 기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민간임대사업자 등록 제도는 주원인은 아니지만 전세사기가 활성화하는데 부수적인 역할을 했다”며 “처음 제도 시행 당시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요건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시 각종 세제혜택을 환수하는 등 강력히 제재했어야 했는데 전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하자 뒤늦게 조치에 나섰다”고 꼬집었다.

◇ 권대중 교수 “자기자본 없이 갭투자로만 임대사업자 등록한 것이 가장 큰 원인”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전임교수는 “그동안 급등했던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졌다”며 “지난 2017년 12월 민간임대사업자 등록 제도 시행 때 임대사업자들이 자기자본 없이 갭투자로 집을 늘려 사업자로 등록한 것이 전세사기가 커진 가장 큰 이유”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외에도 △저금리 시대에 전세대출을 과하게 한 것 △무분별한 보증보험 가입 △민간임대사업자 등록 제도 시행 때 전월세 구분 없이 가구수만 등록토록 한 것 △공급 부족에도 정부가 공급이 충분한 상황이라고 발표해 시장에 추가 공급이 없다는 인식을 심어 집값이 오른 것 등이 복합 작용했다”며 “한마디로 전세사기는 구조적·제도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대중 교수는 문재인 정부 때 시행된 임대차3법도 전세사기 발생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그는 “임대차3법 시행 후 계약갱신권으로 전세계약이 4년까지 연장 가능해지고 전월세 상한제로 전세가격을 5% 이상 못올리게 됨에 따라 집주인들이 신규 세입자를 구할 때 상당히 높은 전세보증금을 책정하게 됐다”며 “이는 결국 지금 같은 부동산 가격 하락시기에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사태(전세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HUG가 일부 지역에 전세사기피해 지원 상담센터를 개소했다. / 뉴시스
HUG가 일부 지역에 전세사기피해 지원 상담센터를 개소했다. / 뉴시스

◇ 김진유 학회장 “2~3년간 주택가격 급등이 전세사기 불씨 키워”

김진유 한국주택학회장 겸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전세사기 확산 근본 원인은 주택가격 급등”이라면서 “주택가격이 크게 오르면 갭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이익이 높아진다. 이때 기대이익을 노린 신축주택 분양업자 및 갭투기꾼이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또한 “이때 아파트는 시세 파악이 쉬운데 빌라는 시세가 불안정해진다. 예를 들어 1주일 전 2억원이었던 가격이 하루만에 2억5,000만원까지 오르는 등 시세 파악이 어렵다”면서 “이 틈을 노려 시장에서는 무갭투자(매매가격 보다 전세가격을 올려 받는 수법, 투자없이 매매 가능)를 통해 다주택을 보유한 상태에서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간 전세사기는 확정일자 후 효력발생 때까지 틈을 노려 집주인이 새 대출을 받던가, 중개사가 세입자와 집주인에게 각각 월세 및 전세라 속이는 이중계약을 체결하는 등 집 1채를 둘러싼 사기 위주였다”며 “반면 지금과 같은 대규모 전세사기는 무갭투자를 통해 수십~수백채의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가 일으킨 것으로 이는 주택가격 급등이 주 원인이라 볼 수 있다”고 결론냈다.

김진유 학회장은 주택가격 급등이 전세사기의 불씨를 일으켰다면 전세자금대출 및 보증보험 확대는 장작 역할을 했다며 문제삼았다. 뿐만아니라 임대차3법도 전세사기 확산에 간접적 역할을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빌라는 원래 전세보다는 보증부 월세 시장에 위치해 있었다. 그런데 저리로 전세자금대출이 확대되고 보증보험 가입이 수월해짐에 따라 월세로 살던 세입자 다수가 전세로 전환하게 됐다”며 “이 틈을 이용해 사기범들은 빌라 매매가격보다 전세금을 올려 받은 뒤 이를 편취하는 수법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차3법으로 인해 신규계약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급등했다”며 “안그래도 집값 상승으로 전세가격이 오르는 중인데 임대차3법의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전세시장은 왜곡되기 시작했다. 전세가격이 폭증하면서 보증금을 자기자본으로 충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대출문을 두드렸고 정부는 대출 한도를 더욱 늘리면서 전세사기 여건이 하나둘씩 갖춰져 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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