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전세사기 관련 특별법 처리가 국토위 법안 소위에서 불발됐다. / 뉴시스
지난 1일 전세사기 관련 특별법 처리가 국토위 법안 소위에서 불발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정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전세사기 특별법을 통한 피해자 지원 대책’과 관련해 국회 법안 소위에 수정안을 내놓았다. 시민단체 및 전문가들이 대책 중 일부 내용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특별법 처리는 결국 불발됐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피해지원 대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해서다. 오는 3일 재논의가 이뤄질 예정이지만, 순탄치 않은 행보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 야당, 피해지원 대상 범위 및 규모 확대 요구… 오는 3일 재논의 예정

2일 국토부는 지난 1일 오후 2시에 열린 국토교통위 법안 소위에서 특별법 적용 대상 범위를 확대한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특별법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를 인정하기 위해선 △확정일자를 받고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 △임차 주택의 경·공매 진행 △서민 임차주택 요건에 해당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을 것 △피해자 다수 발생할 우려 존재 △보증금 상당액을 못 받을 우려 존재 등 6가지를 충족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토부는 수정안을 통해 우선 확정일자를 받지 못하고 대항력이 없는 임차인도 임차권 등기를 끝냈을 시에는 지원 대상에 넣도록 했다. 

전세사기 의도를 판단하는 항목에는 기존 수사개시 외에도 임대인의 기망과 동시진행 등의 사유를 추가해 전세사기가 형법상 사기와 달리 폭넓게 인정되도록 했다.

동시진행은 건축주가 세입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동시에 명의만 빌려준 바지사장 등과에게도 매도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말한다.

‘임차 주택의 경·공매 진행’ 요건에는 임대인이 파산하거나 회생절차를 개시해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사례도 추가했다. 

‘보증금 상당액을 못 받을 우려’는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변제받지 못한 모든 경우를 포함하도록 범위를 넓혔다. 

‘전용면적 85㎡ 이하, 보증금 3억원 이하’ 서민 임차주택 요건은 면적 요건을 삭제하고 보증금 요건도 3억원을 기준으로 하되 국토부 내 전세사기피해 지원위원회에서 최대 150% 범위 내에서 보증금 규모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르면 최대 4억5,000만원짜리 피해 주택도 지원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정부가 이같은 내용의 수정안을 제출했음에도 특별법 처리는 불발됐다. 야당에서는 여전히 피해지원 대상 범위가 좁다고 반발했고 일부 여당 의원조차 정부 수정안 보다 피해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국토위 소속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발표한 대책을 두고 실효성 문제가 계속 제기된 가운데 정부가 추가 제출한 수정안마저도 미봉책에 불과한 수준이었다”며 “야당은 전세사기가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상황에서 향후 피해자가 더 늘어날 수 있는 만큼 피해자 범위를 더 확대하고 지원 규모도 늘리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상임위 소속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 대책을 좀 더 보강할 필요가 있다”면서 “피해자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더 긴밀하게 협의해 고쳐할 부분은 고치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정부가 보증금 피해액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일반 사기 피해와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점은 고려해달라”고 덧붙였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임대인 등의 기망 및 동시진행 부분을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추가한 것과 보증금 전액·일부를 변제받지 못한 경우를 ‘보증금 상당액 손실’로 인정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전세사기 유형이 피해자별로 제각각이기에 특별법을 기준으로 적용하기가 애매모호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보증금 반환 부분은 수정안에서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며 “또 보증금 미반환 피해와 관련해 ‘전세사기’에 한해서만 지원 대상으로 한정했는데 앞으로 ‘깡통전세’ ‘역전세난’에 따른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책도 사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전세사기 관련 특별법 처리가 불발된 이후 재논의는 오는 3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 처리 불발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2일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정부 대책에 대해 비판했다.

박광온 더불민주당 원내대표는 “전세사기는 개인의 불운이 아닌 사회적 약자들의 사회적 재난”이라며 “정부는 태도를 전환해야 한다. 더 이상 (전세사기 피해) 사각지대를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내대책회의에 함께 참석한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어제(1일) 국회 국토위 소위에서 정부가 내놓은 ‘우선매수·매입임대’ 대책으로 지원받는 피해자 수가 37%에 불과하다는 것을 국토교통부가 시인했다”며 “나머지 60%가 넘는 피해자를 사각지대에 두는 법이 어떻게 피해지원 특별법이 되겠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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