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뒤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뒤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비명계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를 겨냥, ‘팬덤 정치 결별’을 연일 압박하고 나섰다.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이 당에 치명상을 안겨 준 상황에서 ‘강성 지지층’이 당을 흔들며 쇄신을 저해하고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 대표를 비롯한 친명계는 이러한 목소리에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오히려 당원의 권한을 확대하는 ‘대의원제 페지’를 만지작거리며 당내 갈등도 고조되는 형국이다.

23일 민주당 일각에서 이 대표가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과 결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팬덤과 결별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본질적으로 아주 단순한 문제”라며 “민주적인 정당에서 정말 필요한 게 생각이 다른 사람을 존중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생각이 다르다고 집단적으로 공격을 하고 폭력을 하는데 일반 국민들이 내 주권을 거기에 맡기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팬덤 정치와 단절을 하지 못할 경우 “늪에 빠지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 대표를 향한 팬덤 정치 결별 요구는 김 의원의 ‘코인 논란’ 이후 연일 분출되고 있다.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이어 또다시 당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힌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이 대표가 이에 대한 명확한 대처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당내에선 이러한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김 의원에 대한 ‘온정주의’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 의원을 감싸려다 보니 정작 매듭을 지어야 할 때 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 역시 김 의원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김 의원 ‘옹호’에 나서는 것을 넘어 이번 사태를 비판하는 당내 인사들에게 좌표 찍기, 문자폭탄 등 공격적 행위를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한 민주당 청년 원외 인사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개딸로 추정되는 인물이 ‘수박놈들 완적 박멸시켜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을 공개하며 “이 대표님, 이걸 보고도 강성 팬덤들과 단절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 ‘당원 권한 확대’ 요구하는 친명계

당내에서 개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국면에서 민주당에서 대거 이탈표가 나오자 강성 지지자들은 비명계 의원들의 이름‧연락처 등이 적힌 명단을 공유하는 이른바 ‘수박 색출’ 작업을 자행한 바 있다. 이 대표가 직접 나서서 자중의 메시지를 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당시에도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직접 이들과 ‘결별’을 선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됐다. 

계속 되풀이되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이들과 명확하게 선을 긋지 않는 데는 불안정한 입지에 따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 대표는 현재 당 대표로서 위상이 약하다”라며 “당원들의 힘이라도 빌려야 버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내에서 고립돼 있고, 사법리스크도 있고, 총선도 치러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들의 우려를 알고 있음에도 이들과 차마 손절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당내 일각에선 지지자의 자발적 활동에 제약을 거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친명계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지지자들이 응원하는 것을 가지고 시비를 삼으면 안 된다”며 “정치인끼리는 싸울 수 있는데 지지자를 욕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조승현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수석상임부위원장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소수 의견만이 아니라 민주당 당원 전체가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친명계는 오히려 당원들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힘을 싣고 나섰다. 표의 등가성을 해치는 대의원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의원제 폐지 개혁의 길은 정당 민주화의 핵심”이라며 이를 적극 띄우고 나섰고, 친명계가 주축이 된 ‘민주당 혁신행동 준비모임’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를 촉구하기도 했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권리 당원들의 권한을 강화해 이재명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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