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석 무소속 의원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자신과 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이유설명을 한 한동운 법무부장관 앞을 지나가고 있다. / 뉴시스
윤관석 무소속 의원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자신과 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이유설명을 한 한동운 법무부장관 앞을 지나가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더불어민주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 불만을 드러냈다. 제안 설명에 나선 한 장관이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 국회의원이 여기 계신다”고 발언한 것을 문제삼았다.

민주당은 사실상 의원들을 모두 ‘범죄자 취급한 것’이라고 힐난했다. 더 나아가 이같은 법무부 장관의 제안 설명 자체가 ‘인권의 문제’라며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더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어제 한 장관은 장관으로서의 업무를 실패한 것”이라며 “국민들한테 체포동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잘 설득하기 위해 혐의, 증거, 구속의 필요성 등을 이야기해야 하는 데 그런 역할을 하지 않고 야당을 비방하는 정치적 역할을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검찰 입장에선 장관의 정치적 행보 때문에 수사에 장애를 입었다 이렇게 생각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윤‧이 의원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를 말하던 중 “표결하실 범죄 사실의 핵심은 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서 송영길 후보 지지 대가로 민주당 국회의원 약 20명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것”이라며 “범죄사실에 따르면, 그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 민주당 의원들이 여기 계시고 표결에 참여하시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체포동의안들의 표결 결과를 보면 그 약 20명의 표는 표결의 결과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라며 “돈 봉투를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체포 여부를 돈 봉투 받은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공정해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을 들은 민주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지만 한 장관은 “국민들께서도 같은 생각이실 것”이라며 “이 중요한 표결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을 이었다.

결국 체포동의안은 부결됐고, 민주당은 즉각 한 장관의 ‘발언’에 대해 맹공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한 장관의 고도로 계산적, 정치적 발언 때문에 모욕감을 느꼈다는 의원들이 많다”며 “민주당을 범죄 집단처럼 매도하는 데 모욕적이었다는 의원들 계셨다”고 설명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도 전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사실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발언의 선을 넘어선 거라고 본다”며 “민주당 의원이 현재 170명 가까이 있는데 그 사람들을 다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한 셈”이라고 쏘아붙였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장관은 정부의 대표”라며 “그러면 국회를 대표하는 의원들에게도 예의가 있어야 되는 건데 그냥 다 범죄 집단화해서 발언하는 모습이 너무 도를 넘어선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발언이 부결표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한 장관은 “구차한 변명”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 후 기자들과 만나 “오히려 민주당의 거듭된 방탄에 대해 국민들께서 모욕감을 느끼실 것”이라며 “민주당의 말씀은 원래는 제대로 하려고 했는데 제 말을 듣고 욱하고 기분 나빠서 그것도 범죄를 옹호했다는 이야기인데 공당이 하기엔 참 구차한 변명이라고 국민들은 생각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 한 장관의 체포동의안 제안 설명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새어 나왔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구속의 필요성을 일일이 설명하는 게 법률 위반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반인 피의자들 경우 영장 청구하고 영장을 공개하나.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공개하는 걸 넘어서 내용까지도 일일이 설명하는 거 자체가 한 장관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라며 “알권리의 문제보다 개인의 형사사법상 최고 원칙, 무죄추정의 원칙, 불구속 수사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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