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강성 지지층에게 “폭언은 안 된다” 자제 촉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청년미래연석회의 4기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청년미래연석회의 4기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혁신 방안을 두고 파열음을 내는 가운데, ‘문자 폭탄’으로 인해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비명계(비이재명계)는 팬덤정치의 폐해를 지적하며 이재명 대표와 소위 ‘개딸’(개혁의 딸)의 결별을 요구하고, 친명계(친이재명계)는 상대를 악마화한다고 맞서고 있다. 

◇ 친명·비명계 갈등 불씨가 된 ‘문자 폭탄’

앞서 ‘김남국 코인 의혹’으로 진통을 겪은 민주당은 이후 쇄신 방안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문자 폭탄이나 악플 세례를 받기도 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의 경우 지난 22일 코인 의혹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이 대표 앞에서 직격을 날리면서, 고 최고위원의 SNS에는 수많은 악플이 달렸다. 

‘문자 폭탄’이 갈등의 계기가 된 것은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원욱 의원이 공개한 한 문자메시지였다. 이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올렸다. 공개된 메시지에는 ‘민주시민들 화병이나 죽일 수박 놈들은 이번에 완전 박멸시켜야 한다’는 과격한 표현이 담겨 있었다. 

이 의원은 이와 관련 “이 정도 내용의 문자를 보내오시는 분을 자랑스러운 민주당원으로 여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에게 이걸 보고도 강성 팬덤들과 단절하고 싶은 생각 없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가 스스로 ‘재명이네 마을’(이재명 팬카페) 이장직을 사퇴하고 강성 팬덤과 절연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바 있다. 

이같이 문자 폭탄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민주당은 지난 23일 비명계에 상습적으로 문자폭탄을 보낸 강성 당원을 제명했다. 경북도당 윤리심판원은 얼마 전 친이낙연계인 전혜숙 의원에게 지속적으로 욕설이 담긴 문자를 보낸 당원 A씨 제명을 결정했다고 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팬덤과 결별하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도 나오고 있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원욱 의원을 겨냥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악마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임명한 지명직 최고위원이다. 

서 최고위원은 당 윤리감찰단 조사 결과 해당 문자를 보낸 사람은 당원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해당 의원은 무슨 근거로 그 문자 보낸 사람을 개딸 당원 즉 당대표와 관계된 극렬 지지자로 단정해 당대표에게 개딸과 절연하라 요구했는지 소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후 당내 일부 인사들은 서 최고위원의 회의 발언 내용을 자신의 SNS에 올리는 모습도 보였다. 

팬덤 정치에 대한 해결책을 이 대표에게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진 의원은 이날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모든 것을 다 이 대표가 해결하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사안별로 처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 이재명, 강성 지지층에게 “폭언은 안 된다” 자제 촉구

박성준 대변인은 이원욱 의원이 받은 욕설 문자에 대해 브리핑을 통해 “감찰 결과 메시지 발신자가 당원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고 외부세력의 이간질로 드러났다”며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에서 엿볼 수 있듯 이간계는 진보진영을 공격하는 해묵은 레퍼토리다. 민주당은 와해를 노리는 이간계에 단호히 대응겠다”고 설명했다.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은 최근 발생하는 일은 아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일부 지지층 역시 비문계(비문재인계)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는 일이 빈번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을 향해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을 자제시켜 달라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이는 최근 국회의원들의 전화번호가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지지자들이 문자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직접 밝히는 일이 늘어났다. 이는 직접적인 참여를 원하는 지지층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로 보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과격한 언사를 사용하는 이들도 나타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 ‘팬덤 정치 청산’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는 민주적 정당에서 다른 의견을 욕설 등을 통해 억압하는 양태가 벌어지고, 이는 당 자정 능력을 막는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앞서의 우려와는 별개로 ‘개딸’과 민주당 지지층을 별도의 집단으로 규정해, 일부 온건한 의견을 가진 지지층을 자신의 기반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 중앙당사 당원존에서 열린 라이브 방송에서 “대학생위원회의 입장 표명 관련해서는 옳으니 그르니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그것을 항의하고 비판하는 방식에서 폭언·모욕·위압 이런 것들은 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더더욱 표현의 방식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 대학생위원회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김남국 코인 의혹’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당의 미온적 대응을 지적하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이후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단톡 괴롭힘’(단체 카카오톡 채팅창에 초대해 욕설 등 괴롭히는 행위)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 대표가 자제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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