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단독 초청해 만찬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여당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만찬에 참석하지 않았다. 

싱 대사는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중국 대사관저로 이 대표를 초청해 한중관계와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번 면담은 지난달 주한 중국대사관이 민주당에 제안해 이뤄졌다. 이 대표와 싱 대사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반대 입장도 분명히 했고, 한중 간 공동 대응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 대표는 “한중관계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까지 격상됐는데 최근 국제정세, 경제 상황이 한중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 입장에서 중국이 최대 흑자국에서 최대 적자국으로 전환되면서 경제가 많은 곤란에 봉착하고 있다”며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업과 교민들이 여러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에서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중 수교 이후 양국과 국민 간 신뢰와 존중이 매우 높게 형성돼 있다가 최근 많이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한국과 중국 국민 사이에 신뢰가 회복되고 확산될 수 있게 정부 당국의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싱 대사는 이 대표의 모두발언 직후 윤석열 정부의 미국 중심, 혹은 가치 중심 외교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중국 정부는 중한 관계를 잘 발전시키려 하고 있는데 현재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다”며 “솔직히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 한국은 중국의 핵심 관심 사항을 존중해야 하고 우리는 한국 측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대만 문제 등에서 중국의 핵심 우려를 확실히 존중해 주길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싱 대사는 한국의 대중(對中) 무역 적자에 대해 “일각에서 탈(脫) 중국화 추진을 시도한 것이 더욱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이 대중국 협력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하고 중국시장과 산업구조의 변화에 순응하며 대중투자 전략을 조성하면 중국 경제 성장의 보너스를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기를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한 관계는 외부요소의 도전에도 직면해 있다”며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서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는 것 같은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고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이들은 아마 반드시 후회(한다)”고 직격했다. 

아울러 싱 대사는 이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공동 대응하자는 이 대표의 제안에 “한국과 협력하겠다”고 호응했다. 이어 싱 대사는 “일본이 태평양을 자기 집 하수도로 삼고 있는데 지극히 무책임한 행위”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런 와중에 싱 대사가 이 대표만 단독으로 초청해 만찬을 한 데 대해 관심이 쏠린다. 관례대로면 여당 대표인 김 대표를 만난 후에 야당 대표인 이 대표와 만났을 것인데, 야당인 이 대표를 먼저 만났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미국 우선 외교 정책에 중국이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게다가 국민의힘에 따르면 중국대사관은 이 대표와의 만찬 전날(7일)에서야 김 대표를 만찬에 초청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반면 중국대사관은 ‘야당 먼저, 여당 패싱’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여야에 모두 만찬을 제안했고, 일정상 이 대표가 먼저 싱 대사를 만나게 됐다는 설명이다. 

당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천준호 의원은 만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대사관이 국민의힘 쪽에도 같이 모임 만남을 제안한 걸로 안다”며 “저희가 먼저 화답을 하고 (여당은) 일정을 협의 중인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