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 총리실인가.” vs “민주당은 중국이라면 쩔쩔매는 DNA가 있다.”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은 여야가 ‘일본’과 ‘중국’을 고리로 맞붙었다. 민주당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 정부가 소극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이는 일본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여당은 이러한 우려가 ‘괴담’에 기인한 것이라고 규정하며 일축했다. 아울러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회동서 불거진 발언 논란을 빌미로 민주당을 향한 역공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 태세를 지적했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박진 외교부 장관을 대상으로 한 질의에서 “기준치 180배에 달하는 세슘이 검출된 우럭이 나오는 것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의 입장을 따져 물었다. 

특히 중국‧홍콩‧피지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낸 점과 비교하기도 했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중국 외교부는 ‘바다는 일본의 하수구가 아니다’라고 했고, 홍콩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면 일본 수산물 전체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한다”며 “먼 태평양 섬나라 피지는 그렇게 안전하면 왜 일본에 두지 않느냐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은 왜 대한민국은 주권 국가면서 이렇게 당당히 이야기하지 못하느냐”고 지적했다. 윤 의원도 “(피지 내무부 장관처럼) 이렇게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국무위원은 없냐”고 말했다.

반면 정부‧여당은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해 전 정부의 입장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을 적극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대해 “정부의 입장은 전 정부의 입장과 같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고 국제 사회의 과학적, 객관적 검증이 있어야 된다는 것을 그동안 쭉 촉구해 왔다”고 말했다. 일본의 시찰단 파견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문가 참여 등 모두 이러한 원칙을 준수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입장을 곡해하는 것 자체가 ‘괴담’이라는 게 한 총리의 주장이다. 한 총리는 김성주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도 “전 정부도 그렇고 윤석열 정부도 그렇고 과학에 기초하지 않고 안전하지 않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찬성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 정부는 계속 일본 정부에 무조건 다 좋다고 하고 있다는데 그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니라는 걸 그렇다고 하는 게 괴담”이라고 강조했다.

◇ ‘싱하이밍 대사 추방해야’… 격앙된 국민의힘

야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두고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맹공한 가운데, 여당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언행을 맹폭하고 나섰다. 이번 발언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회동 때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당시 ‘대중국 외교’를 꺼내들며 ‘굴종 외교’ 프레임을 덧씌우는 데 전력을 다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굴욕 외교라는 말을 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한중 정상회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빈으로 초청받아서 11끼 중 8끼를 혼자 식사했다”며 “(한중간) 공동성명 발표도 없었고 굴욕, 무시만 당하고 돌아왔다. 이런 것을 굴욕 외교라 해야 맞지 않나”고 말했다. 이 대표와 싱하이밍 대사의 회담과 관련해서도 “우리나라 제1야당 대표가 일개 국장급에게 훈계를 듣고 공손한 자세로 앉아있는 것을 보고 국민들은 참담하다는 생각”이라며 “민주당은 중국이라면 쩔쩔매는 그런 DNA가 분명히 있다”고 쏘아붙였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도 민주당이 ‘중국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박진 외교부 장관을 대상으로 한 질문에서 “타국 대사가 우리나라 정책에 관여하는 데 자리를 깔아주고 작심하듯 이어지는 고압적 막말에 공손히 두 손 모아 들으면서 이 대표를 비롯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높은 봉우리, 대한민국은 낮은 골짜기라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대주의적 중국몽을 현재 민주당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거 아닌가 이렇게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싱하이밍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PNG)로 지정해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석기 의원은 “싱하이밍 대사는 상습적으로 우리 대한민국을 무시하는 오만한 태도를 보여온 사람”이라며 “PNG 지정해서 추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의원도 “도발적 망발을 일삼는 싱하이밍 대사에 대해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해야 된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장관은 “외교부는 모든 결과는 대사 본인의 책임이 될 것이란 점을 분명히 경고했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