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출마설에 여야가 모두 소란스럽다. 해당 인사들의 출마가 여론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 예의주시 하는 분위기다. /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출마설에 여야가 모두 소란스럽다. 해당 인사들의 출마가 여론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 예의주시 하는 분위기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총선 출마설이 정치권에서 부상 중이다. 두 인사 모두 과거 정부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에서 핵심 지지층 결집을 위해 고심해 볼 법한 카드라는 공통점이 있다. 문제는 그 상징성 못지않게 부담도 크다는 점이다. ‘조국의 강’ ‘탄핵의 강’을 연상시키게 하는 배경 때문이다. 불거지는 출마설에 당내서도 난감하다는 분위기가 피어나고 있다.

두 인사의 출마설은 이들의 발언으로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북 양산면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 사실을 공개하며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 나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우 전 수석은 지난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출마하라는 전화도 많이 온다”며 “국가를 위해서 할 역할이 뭐가 있을까 생각 중”이라고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이들의 발언에 대해 총선 출마를 시사하는 쪽으로 해석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조 전 장관의 글은) 총선 출마를 위한 몸풀기라고 생각이 된다”고 말했고,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전날(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나갈 마음이 100%를 넘어 200%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조 전 장관, 우 전 수석) 두 분 다 나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두 인물 모두 불명예스러운 퇴진 이후 명예회복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전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우 전 수석은) 나이로 보나 여러 가지 상황을 (볼 때) 본인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출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의 경우 윤석열 정부와 대척점에 서 있다는 점이 이점으로 작용한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검찰 독재의 대항마로서 상징적인 성격”이라고 평가했다. 

◇ 여야, 조국·우병우 출마설에 속내 복잡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출마와 관련해 양당의 반응은 다소 냉랭하다. 무엇보다 이들이 가진 ‘정치적 그림자’가 여전히 아른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박근혜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당내 지지층에는 호소력이 짙겠지만, 중도층을 비롯한 보편적 다수의 국민에게 이들이 통할지는 알 수 없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우 전 수석의 출마설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전날 KBS ‘더 라이브’에 출연해 “(우 전 수석은) 무거운 짐이 많고 오면 탄핵의 강에 다시 들어가 부담은 많은데 팬덤은 없다”며 “'탄핵의 강에도 다시 들어가지' 이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역시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개인의 의사는 어떨지 몰라도 당 차원에서는 현재 고려를 하고 있지 않은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더욱이 변화된 당내 상황이 우 전 수석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말도 나왔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최순실 사건이나 전직 대통령 탄핵 문제가 있을 때 찬성했던 사람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출마를 강행한다고 하더라도 공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의 출마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반응도 심상찮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민주당은 그분(조 전 장관)이 어떤 정치적 플랜으로 움직임을 가지시든 철저히 무관심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 역시 앞선 라디오에서 “총선 때 조국의 강이 아닌 조국의 늪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석열 정권 심판에 있어서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정치적 공간을 다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의 출마 가능성은 결국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추이’에 따라 결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내년 초에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좋다면 조 전 장관을 공천할 경우 20·30세대의 지지를 얻지 못하게 돼 총선 승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로 윤석열 정부의 인기가 좋지 않을 경우 조 전 장관은 심판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평론가는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후원을 받을 수 있겠지만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며 출마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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