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0시를 기해 사면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이날 새벽 경남 창원교도소를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지사 등이 포함된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했다. / 뉴시스
28일 0시를 기해 사면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이날 새벽 경남 창원교도소를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지사 등이 포함된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윤석열 정부의 신년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따뜻한 봄에 나오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추운 겨울에 나왔다”며 가석방을 원하지 않았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28일 0시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를 나온 김 전 지사는 사면에 대해 “개인적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원하지 않는 선물이라 고맙다고 말할 수 없고, 돌려보내고 싶어도 돌려보낼 수가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통합은 우격다짐이나 일방통행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걸 국민이 더 잘 아실 것”이라며 “정치의 중요한 역할이 갈등을 조정, 완화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제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제 사건의 진실 여부를 떠나 몇 년간 저로 인해 갈등과 대립의 골이 더 깊어진 것이 아닌지 돌아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이곳 창원교도소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동안 많이 생각하고 많은 것을 돌아봤다. 제가 가졌던 성찰의 시간이 우리 사회가 대화와 타협, 사회적 합의를 통해 더 따듯한 사회를 만드는 걸음이 되도록 더 낮은 자세로 성찰하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내년 5월 형기 만료를 앞두고 사면된 김 전 지사는 복권없이 잔여 형만 면제됐다. 이에 따라 오는 2027년 12월28일까지 피선거권이 없어 2024년 4월 국회의원 선거, 2026년 6월 지방선거, 2027년 3월 대통령 선거 등에 출마할 수 없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는 김 전 지사는 출소 후 첫 일정으로 28일 오전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예고했다.

이날 창원교도소 앞에는 아내 김정순 씨와 100여명의 지지자들이 몰렸다.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 허성무 전 창원시장, 변광용 전 거제시장,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이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신년 특별 사면에는 김 전 지사와 함께 횡령·뇌물 등 혐의로 징역 17년형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1,373명이 사면·감형·복권됐다. 정치인 9명과 공직자 66명이 포함됐고, 보수단체를 불법 지원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의혹에 연루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비서관들, 국가정보원을 동원한 불법사찰 의혹에 연루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복권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고 과거를 청산하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모두 함께 힘을 모으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며 “사면 대상자분들 또한 이번 사면에 담긴 화해와 포용의 가치를 깊이 새겨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야권은 윤석열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세력을 사면하면서 김 전 지사를 끌어들여 ‘국민통합’이라는 구색을 맞췄을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 전 지사 역시 사면 소식이 처음 알려지자 ‘가석방 불원서’를 통해 사면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한 바 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7일 특별 사면 단행 소식이 전해지자 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부패 세력과 박근혜 적폐 세력을 풀어준 묻지 마 대방출 사면이다. 특히 국민 정서는 안중에도 없는 내 맘대로 사면”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국력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지만,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사면이다”고 혹평했다.

박 대변인은 “적폐 수사를 이끌던 윤석열 검사와 적폐 세력을 풀어주는 윤석열 대통령은 다른 사람이냐. 부패한 범죄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사면과 복권, 82억원의 벌금 면제라는 선물을 베푸는 것이 공정과 상식이냐”며 “10년 이상, 형이 남은 범죄자와 곧 만기 출소를 앞둔 사람을 같은 무게로 퉁친 것이 윤석열 대통령식 공정이라면 뻔뻔하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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