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 대표 취임 100일 비전 발표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 대표 취임 100일 비전 발표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취임 100일’을 맞이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능력 중심의 ‘시스템 공천’을 비롯해 ‘외연 확장’에 힘을 기울여 총선 승리를 이루어 내겠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김 대표 체제가 안정감을 찾았다는 평가가 나오며 일단은 하나의 산은 넘은 모습이다. 다만 안정감 속에 뚜렷한 ‘결정타’가 없다는 점은 김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김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총선을 위한 ‘전력투구’를 약속했다. 그는 “비정상의 완전한 정상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3대 개혁의 완성은 내년 총선에 달려있다”며 “우리 국민의힘은 절체절명의 선거인 내년 총선에서 국민 여러분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과반 의석을 차지하도록 더욱 낮은 자세로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목표를 위해 김 대표는 우선 ‘시스템 공천’을 약속했다. 당헌‧당규에 의한 시스템을 만들어 ‘능력 중심’의 공천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민의 눈높이’를 기준 삼은 도덕성 확립으로 민주당과 차별화를 꾀하고, 당의 취약 지역‧세대‧계층을 챙김으로써 외연 확장에 힘을 쏟겠다고 자신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질문에 대해서도 “역량을 결집해 통합‧외연 확장 행보를 가속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라고 말했다.

지난 3월 8일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김 대표는 취임 이후부터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끊임없이 직면해야 했다. ‘윤심(尹心)’을 업고 탄생한 ‘친윤 지도부’의 수장으로서의 태생적 한계가 분명했던 탓이다. 다만 100일이 지난 시점에서 정치권의 평가는 그리 박하진 않다. 이준석 전 대표 사태 이후부터 최고위원 설화 논란까지 소란스러웠던 당의 혼란을 수습하고 안정세를 이끌어내면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당이 안정되고 당과 정부와 관계가 긴밀해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 역시 이러한 점을 자신의 가장 큰 성과로 강조했다. 그는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당이 비대위 체제로 비정상적 운영을 해왔다가 정상 시스템을 복구했지만 내부 혼란 때문에 많은 갈등이 있었다”며 “100일 동안 당의 안정화를 나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의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고도 자평했다. 전당대회부터 강조해 온 ‘연포탕(연대‧포용‧탕평)’ 가치를 구현했다고 강조하면서다. 그는 “언론에서 마치 (지도부가) 친윤일색인 것처럼 말하는 데 당은 친윤‧비윤‧반윤 다 떠나서 하나라는 공동체 인식 속에서 지도부를 구성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존재감 드러내기’ 관건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내는 데 큰 일조를 했지만 내년 총선 승리에 다가서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야당의 각종 악재 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30%대 박스권에 갇혀있는 당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 지지율이) 어느 정도 최악은 막았다는데 문제는 최악을 막는 것으로 수도권 선거를 이길 수 있는가”라며 “좀 더 확장적이고 공세적으로 지지율을 벌어오는 형태의 당의 역할이 있는가 하면 그거는 제가 봤을 때 높게 평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 간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러한 모습이 대통령실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용산과 팀플레이는 좋다만 따라가는 듯한 그리고 복종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조금 리더십을 더 강하게 발휘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는 곧장 김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진다. 뚜렷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현실이 안정을 추구하는 김 대표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정책적 성과를 통해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입법 과정에서 야당과 협치를 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의 필요성도 대두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야당 대표와 만나서 대화를 하는 등 윤석열 대통령이 못하는 부분, 하기 어려운 부분을 당 대표로서 하는 역할이 있다면 존재감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집권당이기 때문에 실력으로 국민들한테 표를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도 이날 통화에서 “야당의 반사적 이익보다는 일로써 국민에게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