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5주년을 맞은 강원랜드가 안팎으로 뒤숭숭한 모습이다. / 강원랜드
창립 25주년을 맞은 강원랜드가 안팎으로 뒤숭숭한 모습이다. / 강원랜드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강원랜드가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안팎으로 뒤숭숭한 모습이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역대 가장 낮은 D등급을 받았고, 이에 지역사회에선 이삼걸 사장을 향한 사퇴 요구가 제기된다. 다른 한편으론 요직인 부사장 공석이 장기화하고 있다.

◇ 경영실적 평가 D등급에 사장 사퇴 요구… 부사장 공백은 ‘장기화’

오는 29일, 25주년 창립기념일 앞두고 있는 강원랜드는 지난 27일 하이원 그랜드호텔 컨벤션홀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모범상 수상자 70명에 대한 시상과 정년퇴직을 앞둔 직원들에 대한 공로상 수여로 이뤄졌으며, 이삼걸 사장이 직원들과 소통하는 ‘삼걸이네 사랑방’이 마련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뜻깊은 날을 맞은 강원랜드는 안팎으로 뒤숭숭하기만 하다. 강원랜드는 지난 16일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2022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D등급은 6개 평가등급 중 두 번째로 낮은 ‘미흡’에 해당한다. 

이는 강원랜드 역대 최하등급이기도 하다. 2018년도 평가부터 평가대상에 포함된 강원랜드는 2021년도 평가까지 줄곧 C등급을 받아온 바 있다. 특히 2020년도와 2021년도엔 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초유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C등급을 지켰다.

강원랜드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가장 큰 이유로는 내부기강 해이가 꼽힌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주요 평가 기준이자 윤석열 정부 들어 비중이 확대된 재무적인 측면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직원 간 폭행사건과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2022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강원랜드와 한국철도공사를 콕 짚어 “비위행위나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등 공공기관이 준수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36개 공기업 중 2022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낙제점’에 해당하는 D등급 이하를 받은 것은 강원랜드와 인천항만공사, 한국전력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토지주택공사(LH), 그리고 유일하게 E등급을 받은 한국철도공사 등 6곳뿐이다.

이렇게 D등급 이하의 평가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에 대해선 여러 후속조치가 취해진다. 우선, E등급 또는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경우 재직기간에 따라 기관장에 대한 해임 건의가 이뤄지며, 경영실적 평가 및 감사 평가에서 D등급을 받거나 중대재해가 발생한 공공기관의 기관장 및 감사에겐 경고조치가 내려진다. 예산 측면에서도 D등급 이하는 경상경비가 삭감되며,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는다. 아울러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하고 경영개선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

다만, 강원랜드를 이끄는 이삼걸 사장은 임기를 마칠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데 문제가 없다. 이번이 첫 D등급인 만큼 기관장 해임 건의 대상이 아닌데다, 2023년도 평가에서 2년 연속 D등급을 받더라도 이미 임기가 끝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삼걸 사장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그렇다고 마음 편히 임기를 채우긴 어려워 보인다. 당장 강원랜드가 위치한 지역사회에선 그를 향한 사퇴 요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정선군 번영연합회, 태백시 번영회, 영월군 번영회, 도계읍 번영회, 태백시 지역현안대책위원회, 고한사북남면신동지역살리기공동추진위원회 등은 지난 21일 성명서를 통해 “이삼걸 사장의 즉각 사퇴를 강력히 요구한다”며 “폐광지역 사회단체는 연대해 퇴진 운동 돌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창립 후 첫 D등급, 주가 역대 최저 등 현재의 위기는 강원랜드 사장의 무능·무지·무통의 결과”라고 지적하며 “현 정부 취임 이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임기만 기다리는 행태에 분노가 차오른다. 그 어떤 변명도, 행동도 하지 말고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스스로 물러가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선 강원랜드가 D등급을 받은 근본적인 원인이 이삼걸 사장에게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전 정권에서 낙하산 논란 속에 취임해 정권이 바뀐 뒤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삼걸 사장을 향해 현 정권 차원에서 낙제점을 매겼다는 것이다. 강원랜드가 재무적인 측면에서 별다른 문제를 지니고 있지 않고 오히려 흑자전환이란 성과를 낸 점, 평가 결과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내부기강 해이가 비단 지난해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점 등이 이러한 지적의 배경으로 제시된다.

이 같은 일각의 지적은 이삼걸 사장의 임기 말 대내 리더십을 더욱 크게 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성과급을 받지 못하게 된 점과 현 정권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점 등에 대해 직원들이 불만을 품거나 동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강원랜드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부사장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올 상반기 후임 인선 절차에 돌입해 5~6월경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낙하산’이란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은 유력 후보 등이 인선을 위한 최종 절차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강원랜드 측은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의 세부적인 내용을 최근 전달받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단계”라며 “향후 후속 절차를 따르는 한편, 부족한 점을 보완·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사장에 대한 지역사회의 사퇴 요구나 부사장 공모 진행 상황에 대해선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발표
2023. 6. 16.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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