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걸 강원랜드 사장이 임기를 4개월여 남겨둔 채 돌연 물러났다. 강원랜드 사장 직무대행은 5일 선임된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출신 최철규 부사장이 맡는다. / 강원랜드
이삼걸 강원랜드 사장이 임기를 4개월여 남겨둔 채 돌연 물러났다. 강원랜드 사장 직무대행은 5일 선임된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출신 최철규 부사장이 맡는다. / 강원랜드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이삼걸 강원랜드 사장이 임기 만료를 4개월여 앞두고 돌연 물러났다. 전 정권에서 낙하산 논란 속에 취임했던 그가, 바뀐 정권의 낙하산 논란 인사에 의해 쫓겨나듯 자리를 내려놓은 모양새다. 이로써 강원랜드는 ‘낙하산 잔혹사’를 하나 더 추가하게 됐다.

◇ 윤석열 정부 ‘낙하산 부사장’ 오니, 문재인 정부 ‘낙하산 사장’ 떠나

이삼걸 강원랜드 사장이 퇴임한 것은 지난 1일이다. 2021년 4월 취임한 그는 내년 4월 8일까지 약 4개월의 임기가 남아있었지만, 이날 조촐한 퇴임식과 함께 물러났다.

이삼걸 사장이 임기를 마치지 않고 퇴임을 결심한 이유는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시기적인 측면에서 부사장 인사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강원랜드는 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최철규 신임 부사장에 대한 선임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최철규 신임 부사장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대통령실에서 국민통합비서관으로 재직했다. 앞서도 이명박 정부 시절 사회통합위원회 대외협력팀장과 국민대통합위원회 소통공감부장 등을 맡고,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직능총괄본부 종합상황실장을 역임하는 등 정치권에서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때문에 ‘낙하산’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인물이기도 하다.

이삼걸 사장 역시 ‘낙하산’ 꼬리표를 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취임한 그는 경상북도 행정부지사와 행정안전부 제2차관 등을 지낸 행정 관료 출신으로 이후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소속으로 정치 인생을 시작했지만 번번이 경선을 통과하지 못했고, 이후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와 2020년 제21대 총선에 출마한 바 있다. 당선된 적은 없으나, 자신의 고향이자 더불어민주당의 ‘험지’로 여겨지는 안동에서 고군분투해왔다.

결과적으로 전 정권의 ‘낙하산 사장’이 바뀐 정권의 ‘낙하산 부사장’에 의해 쫓겨나듯 물러나게 된 모양새다. 특히 이삼걸 사장은 정권 교체 이후 ‘알박기 인사’라는 정치권 안팎의 지적 및 압박에도 자리를 지켜왔다는 점에서 이번 퇴임 결정이 더욱 눈길을 끈다. 이삼걸 사장은 앞서 최철규 신임 부사장 내정이 확정될 무렵부터 약 보름 간 장기휴가를 떠나 퇴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후 복귀해 내년도 사업보고를 받는 등 정상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난 이삼걸 사장은 재임 기간 중 성과 측면에서도 큰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2020년과 2021년 매출이 크게 감소하고 사상 초유의 2년 연속 적자까지 기록했던 강원랜드는 엔데믹 이후 실적 회복세가 다소 더딘 흐름을 보여 왔다. 또한 내부기강 해이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2022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사상 첫 ‘D등급’을 받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 역시 2021년과 2022년 모두 4등급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이삼걸 사장은 ‘퇴진 운동’이 벌어지는 등 지역사회로부터 싸늘한 평가를 받아왔고, ‘호화 이사회’ ‘호화 해외출장’, 그리고 자신의 지역구였던 안동 지역에 보낸 추석선물 등으로 ‘방만경영’ 논란에 거듭 휩싸인 바 있다.

이로써 강원랜드는 ‘낙하산 잔혹사’를 또 하나 추가하게 된 모습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아온 강원랜드는 2009년 취임한 제6대 최영 전 사장과 2011년 취임한 제7대 최흥집 전 사장이 줄줄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났다. 이후 제8대 함승희 사장과 제9대 문태곤 사장도 임기를 채우긴 했으나 낙하산 논란은 피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강원랜드는 이사들의 낙하산 논란도 꼬리에 꼬리를 물어왔다.

한편, 이삼걸 사장의 퇴임으로 공석이 된 사장 직무는 5일 선임된 최철규 신임 부사장이 대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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